9개월 만에…'제주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첫 공판 열린다

제주CBS 고상현 기자 2024. 1. 2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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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오는 29일 첫 공판 진행…피고인들 원했던 국민참여재판 결국 무산
강은주 전 위원장 자택 압수수색 모습. 고상현 기자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반정부 활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은주(54)·박현우(49) 전 진보당 제주도당위원장과 고창건(54)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기소된 지 9개월여 만에 첫 공판이 열린다. 피고인들이 원했던 국민참여재판은 대법원의 최종 기각 결정으로 무산됐다.

국민참여재판 결국 무산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오는 29일 오후 2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은주·박현우 전 위원장과 고창건 사무총장 사건 첫 공판을 진행한다.

지난해 4월 검찰이 기소한지 9개월여 만에 열리는 첫 공판이다. 그간 재판부는 3차례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국민참여재판 여부 등에 대해 심리했다. 공판준비 절차는 향후 공판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검찰과 변호인이 미리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조사 방법 등을 논의하는 절차다.

공판준비 과정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은 "이번 사건은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는 데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정작 국가보안법에선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만 반국가단체로 규정한다. 오늘날 북한이 반국가단체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소사실 내용이 매우 많고 향후 밝혀질 사실관계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는 점, 일반인에게 생소한 법적 개념에 대해 신중한 법리적 검토가 필요한 점, 증거의 증거능력과 공소사실에 대한 심리를 하는데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점 등을 들어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했다.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고상현 기자


국민참여재판은 통상 재판부 설명, 배심원 평의‧평결, 토의를 거쳐 선고까지 하루 만에 끝난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이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해 관련 증인 수와 검토해야 할 증거자료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루 만에 사건 심리부터 선고까지 이뤄지기 힘든 상황도 고려됐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이에 불복해 항고했다. 하지만 2심에 이어 대법원도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과 법률, 명령 또는 규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며 항고를 기각했다. 국민참여재판 관련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구속 기한(최장 6개월)이 만료돼 피고인들은 모두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북한 지령에 따라 지하조직 설립?

 
강 전 위원장은 2017년 7월 29일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북한 노동당 대남 공작 부서인 문화교류국(옛 225국) 소속 공작원 3명을 만나 이적단체 설립과 운영방안에 대해 논의한 혐의다. 당시 강 전 위원장은 공작원으로부터 지령과 간첩 통신교육, 장비를 받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후 강 전 위원장은 박현우 도당위원장과 고창건 사무총장과 공모해 제주에서 이적단체 'ㅎㄱㅎ'을 조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북한 문화교류국으로부터 조직결성 지침과 조직 강령‧규약을 전달받았으며 노동과 농민, 여성 등 부문 조직 결성이 이뤄졌다고 검찰 공소사실에 적혀 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수시로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들과 외국 이메일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해 교신하는 '사이버 드보크 방식'으로 지령과 보고서를 주고받았다.

박현우 전 위원장 강제연행 모습. 진보당 제주도당 제공


검찰은 "이들은 지령에 따라 진보당 도당 당원 현황을 보고하거나 '전국민중대회'와 '한미 국방장관 회담 규탄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반정부 활동을 선동했다. 또 북한 대남공작전략에 이익이 되는 민주노총 투쟁 일정, 이적단체 후원회 명단, 진보단체 동향 등의 정보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이들 이적단체가 성장 가능성 있는 지역정당 대표와 시민사회단체 대표를 포섭해 그 영향력을 활용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진보당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민주노총 등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당과 노동, 농민단체에 진출해 해당 단체에서 중심 역할을 담당하려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공판준비 과정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해서 전면 부인했다. 특히 "검찰 증거를 보면 대부분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다. 일부 증거는 해외에서 사법공조 거치지 않고 이뤄지는 등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이거나 영상 증거는 원본 동일성이 의심된다"며 검찰 증거도 문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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