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잔류→롯데 이적' 베테랑 FA 김민성, 왜 마음을 바꿨나

이상철 기자 2024. 1. 2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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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통합 우승 후 FA 신청,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롯데행
"더 많은 경기를 뛸 수 있는 팀으로 가길 원했다"
김민성이 다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는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우승팀' LG 트윈스에 잔류하는 것이 유력해 보이던 김민성(36)이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했다. 롯데는 김민성이 프로 생활을 시작한 팀이다.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거래다. 롯데는 베테랑 내야수가 필요했고, 김민성은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기를 희망했다. LG는 김민성의 뜻을 존중해 길을 열어줬다.

LG와 롯데 구단은 26일 FA 김민성과 김민수가 포함된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LG는 김민성과 계약기간 2+1년, 총액 9억원(계약금 2억원·총연봉 5억원·인센티브 2억원) 계약을 체결한 뒤 롯데로 보내고, 김민수를 받았다.

김민성은 먼저 롯데와 계약 규모 등을 협상했고, 그 뒤에 롯데와 LG가 트레이드 조건을 조율해 거래를 마쳤다. 양 구단이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3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취득한 김민성은 오지환, 임찬규, 함덕주 등 동료들과 함께 FA 시장에 나왔다.

당초 김민성은 LG 잔류 가능성이 컸다. LG도 김민성 포함 집토끼를 다 잡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LG는 먼저 올해 초 계약기간 6년, 124억원 조건으로 합의한 오지환과 계약을 맺었고 이후 임찬규(4년 50억원), 함덕주(4년 38억원)와 협상을 마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민성과 협상 테이블을 차렸는데 양 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LG는 오지환, 임찬규, 함덕주처럼 거액을 제안하지 않았고, 이에 만족하지 못한 김민성 측은 줄다리기 협상을 이어갔다.

LG 트윈스 시절의 김민성. 2023.4.2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그래도 협상 분위기가 냉랭하진 않았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LG와 김민성은 잔류에 무게를 두고 세부조건에 대한 합의점을 찾고자 했다.

그 사이에 롯데가 김민성과 협상 창구를 열었다. 김민성은 프로로 입문한 2007년부터 2010년 7월 황재균과 트레이드돼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로 이적하기 전까지 롯데에서 뛰며 인연을 맺은 관계자들과 종종 연락을 해왔다.

롯데는 FA 내야수 안치홍이 한화 이글스로 떠나면서 내야가 약해졌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오선진, 최항을 지명해 이 약점을 보완하고자 했지만 그래도 내야 선수층이 얇다. 특히 내야 우타자도 필요했다.

김민성은 롯데가 찾던 내야수에 딱 맞았다. 그는 지난해 LG에서 백업 내야수로 맹활약을 펼치며 통합 우승에 일조했다. 정규리그 11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9에 8홈런 41타점 34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703을 기록했다. 또한 1루수, 2루수, 3루수, 유격수 등 내야 포지션 4개를 모두 소화하며 뛰어난 수비로 안정감을 심어줬다.

박준혁 롯데 단장은 "롯데가 시즌 초반에 좋은 흐름을 타가가 중반에 미끄러지는데, 그 원인은 얇은 선수층 때문이다. 그래서 FA 시장에 나온 선수들을 모두 살펴봤다. 시시각각 상황을 체크했는데 김민성이 LG와 협상이 길어지고 있었다. 내야 선수층을 강화해야 했기 때문에 김민성 측과 접촉했다. 김민성이 롯데 내야가 흔들릴 때 중심을 잡아주고, 수비에 안정감을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LG는 지난해 통합 우승을 차지한 강팀인 반면 롯데는 2018년부터 6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도 오르지 못한 약팀이다. LG에 잔류하는 것이 두 번째 우승 반지를 노릴 가능성도 컸다. 하지만 김민성은 LG에서 좁아진 입지에 고민이 커졌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의 김민성. (롯데 자이언츠 제공)

LG는 1루수 오스틴 딘-2루수 신민재-3루수 문보경-유격수 오지환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내야를 보유하고 있다. 백업 내야수로는 손호영, 김주성, 구본혁이 있고 상무 야구단에서 뛰는 이영빈도 오는 5월 전역할 예정이다.

LG에서 치열한 백업 내야수 경쟁을 펼쳐야 했던 김민성으로선 더 많은 출전 기회가 보장된 롯데로 시선을 돌렸다.

한 야구 관계자는 "김민성이 경기를 더 많이 뛸 수 있는 팀으로 가길 원했다. 김민성의 강한 의지에 LG 구단도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김민성은 키움과 LG 시절 뛰어난 리더십으로 후배들의 성장을 도왔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롯데도 이 부분을 주목했다. 박 단장은 "김민성이 전준우와 함께 팀의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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