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용 “베테랑이 강점이자 단점…젊은 선수에 기회 줄 것”
한파가 몰아쳤던 지난해 겨울, 인천 에스에스지(SSG)랜더스필드 북문 주차장에는 근조 화환이 일렬로 놓였다. 2022시즌 통합 우승을 이끈 감독이 2023시즌이 끝난 뒤 경질되고 ‘23년 원클럽맨’ 김강민(41)마저 팀을 떠나자, 팬들이 ‘인천 야구의 명복을 빈다’는 분노 서린 문구를 넣은 근조화환을 보내 항의한 것이다.
2022시즌 통합 우승, 2023시즌 3위.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기에 지켜보는 이들을 당황케 하는 물갈이였다. 하지만, 구단은 뚝심을 가지고 변화를 택했다. 신호탄은 이숭용(52) 감독 선임이었다. 구단은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최적화된 분”(에스에스지 김성용 단장)이라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주축 선수 상당수가 30대 중반을 넘은, 베테랑 선수가 많은 에스에스지의 세대교체를 이뤄낼 적임자로 낙점했다는 것이다. 케이티(KT) 위즈의 창단 타격코치에 이어 단장, 육성 총괄을 거친 이숭용 감독이 올 시즌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 22일 에스에스지랜더스필드에서 만난 이 감독은 베테랑에게는 적절한 ‘휴식’을, 젊은 선수에게는 많은 ‘훈련량’을 투여해 에스에스지의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뤄내 성적까지 잡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 감독이 바라보는 에스에스지의 강점이자 단점은 ‘베테랑’이다. 일정 수준의 실력을 갖춘 베테랑이 많기에 무난하게 시즌을 이어갈 수 있지만, 반대로 젊은 선수들의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또 시즌 막판에는 베테랑들의 체력도 저하돼 전력에 누수가 생긴다. 실제 에스에스지는 지난 시즌 6월까지 엘지(LG) 트윈스와 선두를 놓고 다퉜지만, 결국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 감독은 “베테랑들을 위한 테마는 휴식이다. 현역 시절을 생각해 봐도 144경기를 소화하는데 나이는 어쩔 수 없는 요소였다. 베테랑들이 휴식을 취하는 사이 젊은 선수들을 활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먼저 투수 운용 방향을 놓고선 “전반기에는 불펜 투수를 3경기 연속 등판시키지 않으려고 한다”고 못박았다. 이 감독은 “투수 코치와 프런트들과 난상 토론을 할 때부터 전반기에는 (불펜 투수의) 3연투는 단호하게 안 시키겠다고 말했다. 다만, 후반기 들어 순위싸움이 치열해질 경우에는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투수 운용은 새로 합류한 송신영 수석코치와 배영수 투수코치에 일임할 계획이다. 이 감독은 “감독은 큰 틀만 잡아주고 색은 코치들이 입히는 게 맞다. 배영수 코치와는 여러 상황을 가정해 많은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베테랑 타자들을 향해서도 “최대한 선수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에게는 모든 권한을 주려고 한다. 선수 본인이 생각하기에 연습이 중요한 게 아니라면, 연습 없이 게임에 나서도 된다. 기량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은 선수 개개인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의견을 다 들어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밝힌 “성적과 육성을 모두 잡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유망주, 2군 선수들의 ‘1군 콜업 기회’도 늘려나갈 방침이다. 첫번째 시험대는 2월25일부터 3월7일까지 대만 자이 시립구장에서 진행되는 2차 스프링캠프다. 에스에스지 2군 선수들도 2차 스프링캠프에 합류한다. 이 감독은 코치진에게 젊은 선수들을 겨냥해 ‘많은 훈련량이 포함된 일정’을 별도로 주문한 상태다. 그는 “손시헌 2군 감독에게 (스프링 캠프에서) 잘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 3명 정도를 눈여겨 봐달라고 부탁했다. 이들을 1군에 바로 추천해서 경기 감각을 보려고 한다”고 했다.
이 감독은 2차 스프링캠프에서 1군과 2군 선수들의 쉬는 날을 다르게 배치해 틈날 때마다 2군 훈련장을 찾을 예정이다. 만약 2군에서 눈에 띄는 젊은 선수를 찾게 되면 곧바로 1군으로 올려 기량을 살펴보려 한다. 그는 “1군으로 갈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없다면, 선수들은 열심히 할 수가 없다. 열심히만 하면 1군에 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줘야 하고, 육성은 1군에서 해야 한다. 아무리 2군에서 경기해도 육성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적을 내려면, 어린 선수들이 (1군에) 올라와야 한다. 유망주들이 올라올 수 있도록 기량 있는 선수들이 기다려 주면 팀은 탄탄대로를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매 시즌 모든 구단의 목표는 우승이다. 성적과 육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이 감독 또한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는 “프로의 목표는 우승이다. 육성을 했다는 핑계로 ‘5위만 하면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여기까지라고 생각하는 프로는 없다”고 말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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