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일한 '중국통'도 가뒀다…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외국인들

정혜인 기자 2024. 1. 2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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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무려 40년간 일한 영국인 사업가가 소리소문없이 구금돼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는 일반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중국 당국에 의해 구금된 외국인들이 더 있을 수 있고, 중국 공산당의 통제 아래 외국인의 중국 사업 운영이 위험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외신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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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사업가, 해외에 불법으로 정보 넘긴 혐의로 수감 중…
"반간첩법 개정안 시행 이후 외국인 신변 안전 우려 커져"
중국 베이징 내 인민법원 건물 /로이터=뉴스1


중국에서 무려 40년간 일한 영국인 사업가가 소리소문없이 구금돼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는 일반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중국 당국에 의해 구금된 외국인들이 더 있을 수 있고, 중국 공산당의 통제 아래 외국인의 중국 사업 운영이 위험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외신은 지적한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인 사업가 이안 스톤스( Ian J. Stones)가 중국과 영국 당국의 공개적인 언급 없이 중국 베이징 제2교도소에서 수감돼 징역살이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제2교도소는 중국 내 외국인 범죄자를 수용하는 곳이다.

WSJ에 따르면 스톤스는 해외에 불법으로 정보를 넘긴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스톤스 측은 유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지난해 9월 항소는 기각됐다. 스톤스의 딸인 로라 스톤스는 "가족과 영국 대사관 직원 모두 이 사건과 관련된 법적 문서를 볼 수 없어 자세한 내용을 언급할 수 없다"고 했다.

스톤스 측에 따르면 가족 면회는 현재 허용되지 않고 있다. 관련 재판도 대사관 직원과 가족이 참석할 수 없는 비공개로 진행됐고, 청문회 방청도 단 한 차례만 허용됐다. 스톤스의 딸은 "(구금) 초반엔 아버지는 건강했다. 하지만 (중국 현지의) 열악한 의료 상태와 영향 부족으로 건강이 악화한 듯하다"며 "범죄 혐의에 대한 자백은 없었지만, 아버지는 중국 법에 따라 남은 형기를 복역해야 한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존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1986년 중국 리도호텔 비지니스 센터 광고에 등장한 영국인 사업가 이안 스톤스 /사진=엑스(옛 트위터)


1987년 중국으로 이주한 스톤스는 제너럴모터스(GM)·화이자 등의 중국 법인에서 근무하며 능통한 중국어와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로 중국인들과 친분을 쌓았다. 2000년대 후반 유명 외국기업가의 활동 수기를 모은 에세이 서적 '중국에서의 30년'에 기고하기도 했다. 15년 전 베이징에 '나비시노 파트너스'라는 컨설팅업체를 세우고, 미국 기업 '콘퍼런스 보드'의 중국 수석 고문으로 활동하며 미·중 정부 기관 관계 개선에도 기여한 '중국통'이다. 하지만 현재 그의 컨설팅업체 등록은 취소됐고, 관련 정보도 모두 삭제됐다고 WSJ은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법률 체계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외국 정부와 외국기업이 중국에서 사업할 때 무엇이 위법 행위에 해당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스톤스의 이번 구속 소식은 이런 우려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고 장기적인 문제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제롬 코헨 뉴욕대 미국·아시아 법률 연구소 명예소장은 "중국 법률 시스템의 불투명성은 외국인들이 중국 여행의 안전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 중 하나"라며 "외국인들은 중국에서 체포·구금될 수 있고 (고국으로 돌아갈) 희망이 없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7월부터 국가 보안 강화 목적으로 중국 주재 외국인과 외국기업 등 불시에 조사할 수 있는 정부 권한을 키운 반간첩법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한 석방단체는 미국 시민 200여명이 중국에 강제 구금됐을 것으로 추정했고 일본 정부는 2015년 이후 일본인 17명이 중국 정보기관에 의해 구금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25일 성명에서 중국 법원이 자국법에 따라 스톤스 사건을 판결했고, 영국 측의 방문과 선고 참관을 도왔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은 전 세계 기업인들에게 합법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항상 노력해왔다며 "관련 기업과 개인이 중국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한 (신변 안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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