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 ‘전장연 활동가’ 영장 신청서, 두번이나 퇴짜맞은 이유는
신청서엔 지적받은 장애 혐오 조장 표현 그대로
“피의자는 전장연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단체 안에 귀속 및 비호를 받아,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소재를 은폐할 우려가 상당”
경찰이 지하철 선전전에 나섰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유진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의 구속영장 신청서(지난 23일 신청)에 이같이 적었다. 지난해 7월 버스 탑승 시위에 참여한 유 활동가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신청한 구속영장 신청서에도 기재된 말이었지만, 이번에는 밑줄을 그어 강조했다. 두 번의 영장은 모두 서울중앙지방법이 기각했다.
경향신문이 26일 유 활동가에 대한 두 번의 구속영장 신청서를 입수해 비교해보니, 경찰은 지난해 7월 영장에서 혐오적 인식을 내포한다고 지적받은 “사회적 약자 프레임을 이용,” “용납할 수 없는 공권력에 대한 도전” 등 표현을 삭제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휠체어 장애인인 피의자의 신병을 강제 처분하는 과정에서 전장연 또는 인권단체로부터 인권 침해 주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법 집행기관에 피의자의 신병 강제처분에 관한 큰 어려움이 예상되고 피의자가 이를 이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썼다.
유 활동가는 통화에서 “단체 차원에서 피의자 은폐를 한 적이 없을 뿐더러 경찰 출석은 단체가 아닌 개인적 판단의 영역 아니냐”며 “장애 혐오를 조장하는 표현이 여전하다고 본다”고 했다.
유 활동가와 이형숙 전장연 공동대표는 지난 22일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참사 23주기’를 맞아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선전전에 참여하기 위해 4호선 동대문역에서 탑승을 시도했으나 역무원 등이 탑승을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유 활동가는 휠체어에서 떨어졌고, 이모 동대문역장의 정강이를 깨물었다.
1개 역을 지난 혜화역 승강장에서 두 사람은 철도안전법 위반·열차운행 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은 상해 혐의가 추가된 유 활동가에게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이 본 구속 필요 사유는
경찰은 재범이라는 것, 주거부정·도주 우려·증거인멸 가능성을 이유로 유 활동가의 구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청구한 사유에서 ‘재범’이 추가된 정도다.
경찰은 이번에도 유 활동가가 최근 5년간 주소지를 5회 이동하는 등 주거가 일정치 않다고 했다. 유 활동가는 “2019년 대학원 진학과 자퇴 후 귀향, 이후 활동센터 취직으로 인한 재상경, 서울주택도시공사(SH) 임대아파트 입주 등으로 이사가 잦았다”고 한 바 있다.
또 유 활동가가 지난해 7월 석방 이후 3일간 우편물을 정상 수취하지 않았다며 주민등록주소지에 거주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유 활동가는 “말이 안 되는 주장”이랴며 “등기로 보냈나 본데, 저도 직장생활이란 걸 한다. 오후 6시까지 일하고 귀가하면 오후 7~8시인데, 낮에 보내는 우편을 어떻게 받냐”고 했다.
경찰은 유 활동가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있다고 주장했다. “범죄사실과 상충되는 증거자료를 제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사관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 및 채증 영상에 대해 불법 및 증거능력 없음을 주장해 경찰관을 상대로 압력·영향력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 활동가는 선전전마다 전장연이 라이브 방송을 하지 않냐며 반박했다. 그는 “이미 라이브로 다 찍혔고, 상황을 은폐할 수도, 은폐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
경찰은 이번 영장 신청서에서 유 활동가가 역무원을 깨문 행위의 재범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 7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당시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반성하고 있다고 다짐했음에도 동일한 행위 태양의 행동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유 활동가는 동대문역에서 탑승하려다 저지당하는 과정에서 휠체어에서 넘어졌고, 기어서 탑승하려 승강장에 엎드려 있는데 누군가의 발에 얼굴을 차였다고 주장한다. 그는 “입술이 터지고 피가 나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저는 도움이 없으면 일어나지도 못한다. 최소한의 저항으로 방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재판부에도 말씀드렸다”고 했다.
시위 장소로의 이동을 막는 공권력, 정당한가
서울중앙지법은 “탑승제지가 정당한 업무집행인지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유 활동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승차를 가로막아온 서울교통공사·경찰의 행정력 집행이 적법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두나 변호사는 “집회 예정장소로 이동하는 것을 제지하는 행위가 경찰공무원의 정당한 집무집행이 아니라고 판단한 2008년 대법원 판결도 있다”면서 “서울교통공사가 다양한 방법으로 활동가들을 강제 퇴거하고, 경고방송을 하고, 아예 개찰구 등에 못 들어가게 하는 것은 명백한 이동권 침해”라고 했다.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7212141035#c2b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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