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금체불 해결 호소하는 선원 목소리 묵살한 제주해양수산관리단

제주에서 조기잡이 배에 승선했다가 임금을 받지 못한 한 50대 근로자가 해양수산청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근로감독관이 근로자의 민원을 묵살해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남 김해에 거주하는 장모씨가 지난해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소속 제주해양수산관리단에 체불임금을 해결해 달라는 진정을 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제주해양수산관리단은 1년이 지나도록 해당 진정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씨는 코로나19로 고정수입이 줄어들자 2022년 9월 제주도로 내려가 한시적으로 고기잡이배를 타기로 했다. 당초 장씨는 매일 입·출항하는 갈치잡이 배 승선을 희망했으나, 선원 알선업소는 장씨에게 조기잡이 배를 소개했다. 조기잡이 배는 한번 출항하면 적게는 일주일에서 많게는 한 달까지 바다에서 조업하기 때문에 초보 선원이 적응하기가 녹록치 않다고 한다.

장씨는 조업이 끝난 뒤 임금을 받기로 하고 근해 채낚기 어선인 A호(조기잡이 배)에 올랐으나, 일이 힘들어 일주일 만에 하선했다. 장씨가 A호에 승선했던 기간은 2022년 9월 28일부터 10월 4일까지 단 7일에 불과하고,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다고 한다. 연안 어선의 경우 구두로 근로계약을 맺고 배를 타는 경우가 많은데다, 선주이자 선장인 B씨도 근로계약서 작성에 대해 일절 얘기하지 않았다는 것이 장씨의 주장이다.

문제는 장씨가 탔던 A호가 ‘만선’으로 귀항하면서부터 불거졌다. 통상 선주들은 만선일 경우 선원들과 수익금을 배분하는 것이 관례다. 따라서 장씨는 배를 탄 기간이 일주일에 불과하지만, 임금과 함께 두둑한 보너스를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장씨는 보너스는커녕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B씨가 당초 약속을 어기고 임금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다 아예 장씨의 전화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향으로 돌아온 장씨는 B씨에게 체불임금을 해결해 달라고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자, 결국 제주해양수산관리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제주 서귀포항에 정박 중인 어선들의 모습. 해당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진정을 접수한 제주해양수산관리단 소속 C근로감독관은 처음에는 장씨에게 승선했던 선박과 선장의 이름을 확인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왔으나, 무슨 영문인지 ‘제주로 직접 와서 해결 할 것’을 종용했다고 한다.

제주까지 건너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었던 장씨는 수차례 C씨에게 전화로 체불임금 해결을 요청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본지가 제주해양수산관리단 C근로감독관에게 ‘장씨의 체불임금 문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고 묻자, “(장씨의) 임금체불과 관련해 접수된 내용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재차 ‘장씨로부터 체불임금을 해결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전화통화는 했던 것 같다”면서도 “공식적으로 접수된 내용이 없어 확인해 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씨는 “C씨와 수차례 전화로 체불임금 관련 상담을 진행하면서 때로는 싸우기까지 했는데, 접수된 내용이 없다고 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씨가 A호 이름과 선장 휴대전화 번호까지 알려주고선 이제 와서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제주=오성택·임성준 기자 fivest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