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뇌물 받았냐” 유동규 “소설 쓰지말라”... 또 법정 설전

위례 사업 놓고도 공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또다시 법정에서 언쟁을 벌였다. 유씨가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 변호사에게 2013년 3억원을 요구한 데 대해 이 대표가 “개인적 채무 때문 아니냐”고 용처를 추궁했고, 이에 유씨가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 FC 뇌물 의혹 등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는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김동현) 심리로 열린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사건 재판에서 발언 기회를 얻어 증인으로 나온 유씨에게 직접 질문했다. 앞서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유씨는 2012년쯤 정진상(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씨, 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씨 등과 마신 술값 때문에 철거업자 A씨에게 4000만원의 빚을 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업자가 채무를 빌미로 성남시내 철거사업권을 요구했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1억5000만원 가까운 돈을 줬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A씨로부터 4000만원을 빌린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 3억원짜리 차용증을 왜 써주느냐”고 했다. 유씨는 “A씨가 철거사업을 한다고 (3억원을) 빌렸다고 했다”면서 “(A씨 지인들이) 동네, 사무실까지 찾아왔다”고 했다. 또 “이건 재판과 아무 상관 없는데 프레임을 씌우시려 하시냐”라면서 “음모론을 만들고 내세우시는데 너무 익숙하신데 좀 자제하시라”고도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재차 “유씨가 뇌물을 받았는데, 폭로하겠다고 겁을 주니까 3억원 규모의 차용증을 써준 뒤 1억5000만원을 갚았다. 유씨가 남씨에게 3억원을 급하게 요구한 것은 이 때문 아니냐”라고 물었다. 남씨에게 3억원을 받아 정진상씨, 김용씨와 1억씩 나누려 했다는 유씨 설명과 달리 유씨가 개인적으로 진 채무 때문에 돈을 요구하게 됐다는 취지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연합뉴스

유씨는 “소설 쓰지 마시라”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유씨는 앞서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A씨로부터 진 채무는 2012년쯤 고(故) 유한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본부장에게 빌린 돈 등을 통해 이미 해결한 상태였기 때문에 2013년에 남씨에게 3억원을 요구한 것과 관련 없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그러면서 “사무실에 찾아온 사람이 이재명씨가 잘 아는 건달이지 않느냐. 그 건달이 이재명 친구라 의뢰받았다고 하더라”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 대표는 “난 그 사람(건달) 모른다”고 했다. 두 사람의 공방은 재판부 제지로 중단됐다.

한편 이 대표와 유씨는 위례신도시 사업 추진 과정을 놓고도 논박을 벌였다. 이 대표는 2013년 11월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에서도 민간업자들에게 내부 정보를 알려줘 부당 이득 211억원을 얻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시의회 반대로 공약이었던 위례신도시 사업을 포기한다고 발표해놓고 물밑에서는 유씨 등을 통해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재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에게 공모 내용을 미리 알려줬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유씨가 복잡한 공모 절차를 거치는 방식으로 남욱씨 등 민간업자의 존재를 숨겼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이날 재판에서 “SPC 설립을 통해 위례신도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2012년 성남시의 기본 방향이었으므로 관련 부서에서 검토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성남시가 SPC를 통한 사업 추진을 검토한 것은 당연하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유씨에게 “2012년 성남시 도시개발사업단, 성남시설관리공단 TF팀도 민간자본 끌어들여서 사업하는 거 검토했다는 것을 알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자 유씨는 “그 당시는 사업 방식이 환지인지 수용인지도 결정 안 됐는데 (SPC 설립을 검토할 수 있느냐)”라고 했다.

이 대표가 “SPC는 시에서도 직접 설립이 가능하다”고 하자 유씨는 “어떻게요, 방법을 얘기하라”고 했다. 유씨는 이어 “이 대표는 전제를 깔아놓고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면서 “애초부터 성남시가 (사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제3자 법인에게 맡겨하는 걸 추진했다는 게 말이 안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SPC를 만들어서 민간자본 출자를 받고 공동출자법인을 만들어 사업을 한다는 것은 2012년 성남시의 기본 방향이어서 관련부서에서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고 유씨는 다시 “그 방침이 있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그 방침이 어떻게 시달됐는지 서류를 확인해달라”고 했다. 두 사람 간 말다툼은 재판부와 검찰이 말리면서 끝났다.

이 대표는 지난해 4월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서도 유씨와 설전을 벌인 적 있다.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에 대해 “불법 행위를 하면 제가 용인했을 것 같냐”고 하자 유씨는 “정말 몰랐냐. 그러면 시장님은 왜 형님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냐. 암암리에 다 한 것 아니냐”고 했다.

한편 이날 재판은 지난 2일 이 대표 흉기 피습 사건 이후 두 번째로 열린 재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