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군마현 ‘강제동원 조선인 추도비’ 철거에…시민단체 “역사에 등돌리는 만행”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사실을 후대에 알리고 반성하기 위해 일본 혼슈 군마현 주민들이 세운 추도비를 당국이 철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일본 시민단체가 당국을 향해 “역사적 사실에 등을 돌리는 만행”이라며 철거 집행 중지를 촉구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앞서 군마현은 다카사키시 현립 공원인 ‘군마의 숲’에 있는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를 오는 29일부터 내달 11일까지 행정 대집행으로 철거한다고 시민단체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에 통보했다. 또 약 3000만엔(약 2억7000만원)의 집행 비용을 추후 시민단체에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추도비는 일본 시민단체가 한반도와 일본 간 역사를 이해하고 양측 우호를 증진하기 위해 2004년 설치한 것으로, 비석에는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을 깊이 반성,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고 새겨져 있다. 군마현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6000여명이 동원돼 노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강제동원 진상규명 네트워크’는 26일 성명을 통해 “군마현이 추도비 철거를 대신 집행하는 것은 ‘강제연행은 없었다’고 하는 역사 부정론자의 혐오 발언, 혐오 범죄에 가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는 이 비 앞에서 매년 추도제를 개최해 왔으나, 2012년 행사 참가자가 ‘강제연행’을 언급했다는 점을 극우단체들이 문제 삼아 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해졌다. 이에 군마현 당국은 2014년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고, 시민단체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일본 최고재판소는 2022년 허가를 내주지 않은 지자체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강제동원 진상규명 네트워크는 비석 문구가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 등 일본 정부의 기존 역사 인식을 반영해 작성됐고, 설립 당시 군마현 의회가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비문에는 문제가 없고 추도 행사도 열리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군마현 당국이 비석을 철거하는 것은 현저하게 공익에 반할 때만 행정 대집행을 허용한 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폭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에도 합치하는 문구가 있는 추도비를 강제 철거하는 것이야말로 공익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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