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OECD 최고 수준 상속세율 이제 수술할 때 [쓴소리 곧은 소리]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2024. 1. 2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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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1위는 일본…‘할증’까지 따지면 한국이 1위
‘코리아 디스카운트’ 넘어 ‘코리아 택스 에미그레이션’ 나타날 수도

(시사저널=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s)'. 대한민국에 상장된 기업의 주식 가치를 유사한 외국 상장기업보다 낮게 평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2023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발행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분석'에 의하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국내 상장기업의 주가-장부가 비율은 선진국의 52%, 신흥국의 58%에 불과하다. 분석 대상 45개국 중 41위라고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두고 남북관계로 인한 지정학적 불안요인, 지배구조 및 회계의 불투명성,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 다양한 분석이 있었는데, 최근 '상속세' 문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라는 주장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그 재산이 가족이나 친족 등에게 무상으로 이전되는 경우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르면 상속세는 국가 재정수입 확보라는 일차적인 목적 외에도,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의 헌법 이념에 따라 재산 상속을 통한 부의 영원한 세습과 집중을 완화해 국민의 경제적 균등을 도모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헌법재판소 96헌가19 결정). 하지만 이러한 목적의 정당성에도 국민의 재산권에 중대한 제한을 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설령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에 있다 하더라도 과도해 국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의 최고 상속세율은 50%로 OECD 회원국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사진은 서울 강남세무서 앞의 세무사 사무실 간판 ⓒ연합뉴스

스웨덴은 왜 상속세를 폐지했나

상속세와 관련한 외국의 사례로, 스웨덴 아스트라 AB 사건이 있다. 아스트라 AB의 상속인들은 1984년 당시 70%에 달했던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주식을 매도하려 했지만, 주가가 폭락해 전량을 처분하고도 상속세를 납부하지 못한 채 스웨덴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당시 헐값에 매각된 아스트라 AB는 영국의 제네카에 인수돼 현재의 아스트라제네카가 됐다. 이후에도 과도한 상속세로 인한 스웨덴 기업의 해외 이탈이 가속화됐고 기업의 투자 축소, 실업률 상승 등 경제지표가 나빠졌다. 이에 스웨덴은 많은 논의 끝에 2005년 상속세를 폐지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속세는 어떤가. 첫째, 상속세율이 너무 높다. OECD 회원국 중 최고 상속세율이 일본(55%) 다음으로 높은 50%에 달한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의 최대주주 보유 주식은 60%로 할증될 수 있으므로 이 경우 일본보다도 높다. 상속세율이 높다고 알려져 있는 독일(50%)은 상속인이 배우자,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일 경우에는 최고 세율이 30%로 낮아진다. 영국, 미국, 프랑스 등 12개 국가는 배우자에 대해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으며, 일본도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스위스 등 7개국은 배우자는 물론 자녀에게도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호주, 캐나다 등 상속세 자체를 폐지한 국가도 OECD 회원국 중 10개국에 달한다.

둘째, 상속인들의 실질적인 부담이 더 크다. 상속세를 계산할 때 피상속인이 남긴 상속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유산세 방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피상속인이 상속재산으로 100억원을 남기고 상속인 5명의 상속분이 동일한 경우, '유산세 방식'으로 계산하면 전체 상속세는 약 45억4000만원이 된다(계산의 편의를 위해 공제 등 다른 요소는 반영하지 않았다. 이하 동일). 이에 반해 실제 상속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계산하면, 각 상속인이 부담하는 상속세는 6억4000만원씩 합계 약 32억원이 돼 13억4000만원 줄어든다. OECD 회원국 중 '유산세 방식'으로 과세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덴마크, 영국, 미국 4개국밖에 없다. 그중 덴마크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15%에 불과하고, 영국은 배우자에게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으며, 미국은 배우자에게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속재산 합계 약 160억원(배우자 상속을 고려하면 320억원)까지는 상속세가 없다.

셋째, 상속세를 계산할 때 가산되는 생전증여로 인해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상속세를 계산할 때 상속인에 대해 10년 전, 상속인이 아닌 자에 대해서는 5년 전까지 이루어진 생전증여도 합산해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예컨대 피상속인 사망 당시 상속재산이 10억원인 경우 상속세는 2억4000만원이다. 하지만 합산기간 내에 10억원을 생전증여한 사실이 있다면, 이 부분까지 합산해 20억원을 상속받는 것으로 보고 상속세를 계산하기 때문에 6억4000만원이 상속세가 된다. 기존에 생전증여에 대한 증여세 2억4000만원을 납부했더라도, 그 차액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므로 결과적으로 생전증여액의 합산으로 인해 1억6000만원의 세금을 더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와 달리 미국,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는 생전증여를 가산하지 않는다. 영국의 경우 최대 7년까지만 가산하고 증여 시기가 오래전일수록 부과비율을 20~80%까지 감액하며 일본은 3년, 프랑스는 1년, 네덜란드는 180일간의 생전증여만 가산한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상속세는 높은 상속세율뿐만 아니라 배우자,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세 부과 여부, 상속세 부과 방식, 공제금액, 가산되는 생전증여 범위 등 모든 면에서 납세자에게 불리하게 구성돼 있다. 대한민국이 전체 조세수입 대비 상속·증여세 비중이 OECD 회원국(평균 0.42%) 중 압도적인 1위(2.42%)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부의 대물림' 막기 위한 상속세? 이젠 옛말

2000년 당시 상속세를 내야 할 규모의 상속재산을 남긴 피상속인은 1389명에 불과했는데, 2022년 1만5760명으로 10배 넘게 늘어났다. 전체 상속 신고 대상 중 상속세를 내야 하는 비중도 2000년 0.66%에서 2022년 4.53%로 늘어났고,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더 이상 대기업 오너 일가나 초고액 자산가들만 부담하는 세금이 아니며, 시나브로 일반 국민도 부담해야 하는 세금으로 변해 가고 있다.

과중한 상속세는 기업이 그 가치를 유지하며 승계되는 것을 가로막고, 기업 오너들이 상속세 부담으로 주식 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고 오해받게 만들며, 누군가는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병상에 누워있는 배우자에게 이혼을 제안하게 될지도 모르는 서글픈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 이민 전문기업 헨리앤파트너스에 의하면 2023년 고액 자산가들의 해외 이민 사례에서 대한민국 국적자가 7위를 차지했다. 해외 이민을 결정한 핵심 이유로 한국의 높은 상속세가 거론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상속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통해 상속세로 인한 제약과 부담 대신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마련할 때가 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 코리아 택스 에미그레이션(Korea Tax Emigration)을 걱정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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