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저출산과 사교육, 두마리 토끼잡기
역대정권 사교육 정책, 실패로 끝나
사교육시장에 몰린 고학력자들, 강남학원에 즐비
윤석열정부 '늘봄학교''유보통합' 사교육과 저출산 동시 겨냥
두마리 토끼 모두 잡는 정책 되길 기대
전두환 정권부터 예외없이 쏟아진 사교육 대책
사교육시장 팽창일로
저출산과 과중한 사교육비는 별개 사안 아냐
고려 최고의 문장가로 일컬어지는 이규보는 즉흥시를 잘 짓기로 유명했다.
이규보는 고려시대 해동공자 최충이 세운 문헌공도란 사설 교육기관 출신이었다.
문헌공도에선 제한된 시간 안에 예고없이 시를 짓게 한 뒤 등수를 매기곤 했는데, 이규보의 즉흥시 실력이 이때 배양된 게 아닌가 싶다.
고려 때도 국립 교육기관과 사설 교육기관이 모두 있었다.
국자감은 고려 성종이 수도 개경에 설립한 국립 교육기관이었고, 이와 별도로 문헌공도를 비롯한 12곳의 사설 교육기관이 유명했는 데 이를 12공도라 불렀다.
공교육과 사교육이 공존한 셈이다. 사교육의 역사는 그만큼 길다.
고려 충렬왕 때 강경룡이란 인물은 집에서 제자들을 모아 가르쳤는데 1305년 치르진 과거에서 제자 10명을 한꺼번에 합격시켜 세간의 화제가 됐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남아있다.
대한민국에선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명문대 졸업장이 곧 좋은 직장 혹은 출세의 발판이란 인식이 확산됐고 이후 사교육 열풍은 지금까지 팽창일로를 걸어왔다.
1980년 서슬퍼랬던 전두환정권은 학교 밖 사교육을 전면금지시키는 과외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이를 어기면 학생에겐 무기정학, 과외 교사에겐 형사 입건 등의 가혹한 처벌을 받게 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과외를 근절하진 못했다.
결국 정권을 이어받은 노태우 대통령은 민주화 바람 속에 각종 규제들을 완화하면서 과외와 사설학원들을 다시 허용됐고, 이후 사교육시장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속도로 급팽창했다.
김영삼 문민정부는 1997년 5월 '과열 과외 및 과외비 경감 대책'을 내놓았고, 김대중 국민의 정부도 2000년 6월 '과열 과외 예방 및 공교육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으며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도 어김없이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의 정책들을 만들고 실행했다.
이처럼 역대 모든 정권들이 과열된 사교육을 진정시킬 정책들을 내놓았지만 번번이 패배의 쓰라림만 경험한 채 끝났다.
부모를 따라 미국과 중국 등 해외로 나가 체류 중인 중고등학생들이 방학이 되면 한국으로 되돌아와 서울 학원가에서 방학특강을 수강하는 일은 낯선 얘기가 아니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상담실 입구에 게시해놓은 소속 강사들의 프로필은 가히 압도적이다.
국내 명문대수준을 넘어 해외유명 대학 석박사 학위 소지자들까지 즐비하다.
역대 정부와의 사교육 전쟁에서 매번 승리하면서 사교육 불패의 신화를 만들어 낸 입시 학원가에 고 학력자들이 몰린 결과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이후 사교육시장을 둘러싼 이권카르텔과 부당한 거래에 주목해왔고, 지난해 6월 '사교육 경감 종합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에는 '늘봄학교' 확대와 어린이집·유치원 관리체계를 통합하는 '유보통합'정책을 내놓았다.
늘봄학교는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1학년생을 대상으로 방과후 돌봄을 통합 제공한다는 것이고 '유보통합'은 방과후 영어교육 등 프로그램을 다양화해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까지 줄여주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전 세계 꼴찌수준인 대한민국의 심각한 저출산에는 젊은 맞벌이 부부의 열악한 돌봄 환경이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고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교육부로부터 늘봄학교와 유보통합 방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정책수요자인 학부모들을 만족시키도록 철저히 준비해 달라"고 주문하면서 "사교육비를 줄이고 저출산에 대응키 위해선 이 두 정책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출산과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은 서로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
윤 정부의 돌봄교실과 유보통합, 그리고 여야정치권이 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출산돌봄 정책들이 이번에야 말로 저출산과 사교육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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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성기명 논설위원 kmsu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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