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위한 데이터 과학' 이끌 토종 여성 과학자... "기후·식량·안전에 기여하겠다"

오지혜 2024. 1. 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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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한국 과학계에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막스 플랑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저명한 과학자들이 몸담았던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산하 연구단을 이끌 수장에 최초로 한국인이 뽑혔다는 소식이었다.

앞으로 차 교수는 막스플랑크 보안과 정보보호 연구소의 세 번째 연구단장이자 첫 여성 연구단장으로서 '인류를 위한 데이터 과학' 그룹을 이끌며 연구 인생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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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미영 IBS 데이터사이언스그룹장 인터뷰
獨 막스플랑크연구소 단장 선임... 韓 최초
"데이터 모아 지구의 미래 그리고 싶다"
차미영 IBS 데이터사이언스그룹장(KAIST 전산학과 교수)이 23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새해 벽두부터 한국 과학계에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막스 플랑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저명한 과학자들이 몸담았던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산하 연구단을 이끌 수장에 최초로 한국인이 뽑혔다는 소식이었다. 석·박사 학위 모두 국내에서 받은 토종 과학자 차미영 기초과학연구원(IBS) 데이터사이언스그룹장(KAIST 전산학과 교수)이 그 주인공이다. "별처럼 흩어진 데이터를 모아 지구의 미래를 그리고 싶다"는 차 교수가 지난 23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을 찾았다.


가짜뉴스 판별법 찾아낸 데이터 전문가

전산학(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차 교수는 데이터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초기엔 인터넷TV(IPTV)망 데이터에 집중했지만, 그의 인지도를 높인 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데이터 연구였다. 박사과정 중이던 2000년대 중반, 트위터(현재의 X)와 유튜브가 나온 뒤 이용자 수와 데이터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자 데이터를 긁어모았다. 그 속에서 인기 콘텐츠가 어떻게 소비되고 어떻게 인기를 얻는지, 어떤 정보가 인터넷 속에서 빠르게 퍼지는지 등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

이후 가짜뉴스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차 교수는 "트위터에는 초창기에도 연예인 사망설 같은 가짜뉴스가 있었는데, 팔로우하는 사용자가 퍼트리는 정보다 보니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보다 훨씬 강력하게 전파됐다"며 "다만 계속 퍼지는 팩트와 달리 산발적으로 확산됐다가 소멸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를 토대로 가짜뉴스를 판별해 내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차미영 IBS 데이터사이언스그룹장(KAIST 전산학과 교수). 윤서영 인턴기자

얼마 뒤 SNS와 가짜뉴스가 일상으로 파고들면서 그의 연구들에 세상의 이목이 쏠렸다. 특히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가짜뉴스가 선거판을 흔들자 차 교수 논문에 대한 학계의 관심도 커졌다. 학자들이 연구에 참고했음을 뜻하는 피인용지수가 쭉쭉 올라 지금은 2만 회를 넘었다. "SNS의 가능성을 보고 최초의 연구를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호기심에 투자한 결정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차 교수는 회상했다.


위성 데이터에서 나무 들여다보는 이유

게티이미지뱅크

요즘은 이상기후가 계속되면 기후·식량 문제가 부각될 거라는 생각에 관련 데이터를 주목하고 있다. 위성 데이터로 북한 경제 상황을 분석한 결과를 최근 내놓기도 했다. 호기심 해소를 넘어 사회 문제 해결에 일조하려는 마음이 크다. 그는 "저개발 국가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문제를 많이 겪는데,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활용해 대비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들의 문제가 우리의 문제일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위성으로 녹지의 수령()이나 수종(樹種)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개발 중인 것도 탄소 감축, 식량 문제에 기여하고 싶어서다.

앞으로 차 교수는 막스플랑크 보안과 정보보호 연구소의 세 번째 연구단장이자 첫 여성 연구단장으로서 '인류를 위한 데이터 과학' 그룹을 이끌며 연구 인생을 이어간다. 5월 말 독일로 떠난다는 그는 "막스플랑크연구소는 하르나크 원칙1에 따라 연구자에게 자율을 보장한다"며 "사회 안전망, 지구 모니터링 카테고리 안에서 연구 주제들을 찾아가겠다"고 했다.

차미영 IBS 데이터사이언스그룹장(KAIST 전산학과 교수). 윤서영 인턴기자

독일에 가더라도 KAIST 교수직은 유지한다. "최근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영향을 크게 받은 분들이 있다. 한국의 제도가 새로운 연구를 위해 과학자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충분한 시간을 주는 방향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차 교수는 덧붙였다.

1 하르나크 원칙
‘정부는 예산을 지원하지만 간섭하지 않는다’는 내용. 막스플랑크연구재단의 전신인 카이저빌헬름연구회의 초대 회장 알렉산더 폰 하르나크가 주창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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