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사기 피해자들 “대형 금융 범죄 합동수사본부 설치해달라”

이희진 2024. 1. 2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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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기를 저지른 이 회사들엔 공통점이 있다.

피해액이 각 1조원을 넘는 대형 금융사기를 쳤다는 것.

연대는 "검찰은 인력이 제한적이라 피해자가 만 명 단위로 나오는 금융사기 사건을 꼼꼼히 수사하기 어렵다"며 "검찰과 경찰,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한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해 전문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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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I, IDS홀딩스,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금융사기를 저지른 이 회사들엔 공통점이 있다. 피해액이 각 1조원을 넘는 대형 금융사기를 쳤다는 것. 사건이 발생한지 짧게는 수 년, 길게는 13∼14년이 흘렀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사기 이전의 삶’을 온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피해액을 돌려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MBI 피해자 연합 회원들이 지난 2023년 6월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MBI 사건 수사 촉구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사기는 보통사람의 일상을 파괴한다. ‘내가 왜 사기를 당했지’라는 생각에서 시작되는 자기 혐오와 자책감이 스스로를 갉아먹고, 생활은 경제적 궁핍에 시달린다. 그러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거나 결국 현실을 견디지 못해 이를 실행하는 이도 있다. 코인 사기를 당한 한 피해자는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고 했고, 또 다른 ‘로맨스 스캠’ 피해자는 지난해 11월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뒤 경찰서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MBI, IDS홀딩스, VIK 등 사건 피해자가 모인 금융피해자연대가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 모였다. 대형 금융범죄에 대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고, 금융범죄 형량을 올려달라는 게 이들 요구다.

우선, 이들은 검경 합동수사본부 설치를 주장했다. 연대는 “검찰은 인력이 제한적이라 피해자가 만 명 단위로 나오는 금융사기 사건을 꼼꼼히 수사하기 어렵다”며 “검찰과 경찰,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한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해 전문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2월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IDS홀딩스 피해자연합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IDS홀딩스를 부실 수사한 검사들을 철저히 감찰하라며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뉴시스
이들은 대형 금융범죄 형량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은 사기로 인한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금융범죄로 무기징역을 받은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껏 금융사기로 재판에 넘겨진 이중 가장 중한 형을 선고받은 건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 김재현씨다. 그는 3200명으로부터 1조3526억원을 받아낸 혐의로 2022년 대법원에서 징역 40년이 확정됐다. 김씨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기범 형량은 징역 20년 이하에 그친다. 1조원대 사기를 친 IDS홀딩스 대표 김성훈씨는 징역 15년, 역시 1조원대 사기를 친 VIK 대표 이철씨는 징역 14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연대는 “미국은 우리나라 돈으로 5000억원 사기를 친 사업가에게 징역 845년을 선고한 바 있다”며 “주범에 대한 형량이 낮으면 모집책 형량은 더 낮아지기에 형량을 높여 말단 모집책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이 발달하고 가상화폐 관련 사업이 급속도로 늘면서 가상화폐를 이용한 사기는 한국 사회에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발생한 가상화폐 불법행위 피해 금액은 5조2941억원이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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