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절반 줄이고…하루 14시간 짝짓기 하다 죽는 이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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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의 소형 육식 유대류인 안테키누스는 번식기에 접어들면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짝짓기에 몰두하다가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
번식기간 잠을 아껴가며 짝짓기에 몰두해 지쳐 죽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주요한 요인이 있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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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기 맞은 호주 소형 유대류 안테키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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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은 거의 모든 동물에게서 나타나는 보편적 행동이고 필수적인 행위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의 소형 육식 유대류인 안테키누스는 번식기에 접어들면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짝짓기에 몰두하다가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테키누스는 오스트레일리아 동부 해안에 서식하는 작은 쥐처럼 생긴 유대류 동물이다. 수컷의 수명은 약 1년인데 번식기가 지나면 대부분 사망한다. 나비, 매미, 거미, 문어 등이 이렇게 한 번 번식하고 죽는 일회생식성(Semelparity)을 보이지만, 포유류 중에서 이렇게 번식하는 동물은 드물다.
안테키누스 수컷들은 이렇게 일생에 한 번뿐인 번식기에 자신의 유전자를 최대한 전달하기 위해 가능한 많은 암컷과 짝짓기를 하려고 필사의 노력을 기울인다. 암컷은 2년 이상 산다.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라트로브대학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수컷 안테키누스의 이러한 노력은 잠을 줄이면서까지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부터 초봄까지 약 3주간의 번식기에 접어들면 평소 15시간을 자던 수컷 중 일부는 평소 수면 시간의 절반 수준인 7시간까지 수면 시간을 단축했다. 전체적으로는 평균 3시간을 덜 자면서 짝짓기에 나섰다. 연구진은 앞서 안테키누스가 하루 최대 14시간 동안 짝짓기만 하는 모습도 관찰한 바 있다.
에리카 자이드 박사과정생과 연구자들은 안테키누스의 번식기 수면 패턴을 조사하기 위해 사육장에서 검은안테키누스 수컷 10마리, 암컷 5마리의 등에 가속도계(가속도 측정 기구)를 부착해 행동을 조사했다. 또 실험실의 수컷 4마리를 추가로 연구해 뇌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수면 시간을 측정했다. 검은안테키누스와 같은 과의 다른 종인 날쌘안테키누스 38마리에게서는 호르몬 변화를 살피기 위한 혈액 샘플을 채취했다.
그랬더니, 평균적으로 안테키누스 수컷은 번식기 동안 전체적으로 신체 활동이 증가했고 밤에는 잠을 대폭 줄인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암컷에게서 수면 시간에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혈액 샘플에서는 암수 모두 수면과 관련한 대사 물질인 옥살산 수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 암컷 역시 짝짓기에 시달리기 때문에 수면의 질이 낮았을 거라고 연구진은 추측했다.
수컷의 수면 시간이 15시간에서 12시간으로, 평균 3시간 줄어든 것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연구진은 수면의 단축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존 레스쿠 박사는 “우리가 밤에 3~4시간 잠을 덜 자게 되면 손과 눈의 운동 협응능력이 술 취한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인간도 생애 3분의 1을 수면으로 보내는 것처럼 동물에게 수면은 생존에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것이 이들 설명이다.
그러나 수면 부족이 수컷 안테키누스의 죽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미스터리다. 번식기간 잠을 아껴가며 짝짓기에 몰두해 지쳐 죽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주요한 요인이 있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이전 연구들에서 짝짓기를 끝낸 수컷의 죽음은 특정 호르몬의 증가로 인한 장기 부전, 감염 등으로 촉발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이드 박사과정생은 “앞으로 안테키누스가 육체적으로 힘든 번식 시기에 어떻게 수면 부족에 대처하는지, 그리고 왜 번식 직후 그렇게 빨리 죽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안테키누스와 같은 주머니고양이과 동물인 북부쿠올 수컷 또한 한 번의 번식 뒤 1년 만에 죽게 되는데, 이 수컷들은 번식기 동안 더 많은 짝짓기를 하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하며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비해 피로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3.12.064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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