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유예 불발, 시행까지 하루…벼랑 끝 몰린 건설업계
노동계는 '환영' 입장 "사업자 구속 등 강수로 업계에 경종"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의 유예가 불발되며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전면 적용된다. 이미 미분양과 PF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엔 상당한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위험 작업을 직접 수행하는 건설업 특성상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여야는 전날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추가로 유예 적용 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27일부터 50명 미만(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1명 이상 사망하거나 부상·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법안이다.
이젠 예상치 못한 사고에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인데,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게 되면 사실상 존폐의 기로에 서게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장 1인이 꾸려가는 사업장이라면 형사 처벌 여파를 감당할 수 없고, 수사에서 재판까지 오랜 시간을 소요하다 보면 폐업이 불가피 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타 업종 보다도 고위험 작업을 직접 자주 수행하는 건설업계의 우려는 더 하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2022년 재해조사 발생 현황에 따르면 건설업에서만 341명이 사망해 전체(644명)의 절반을 넘어섰다.
건설단체총연합회는 앞서 성명서를 통해 "50억원 미만 건설현장까지 법이 확대 적용되게 되면 건설기업 중 99%가 넘는 중소건설기업은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려워 범법자가 양산되고, 기업의 존립은 물론 소속 종사자의 생계까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운영에 있어서 위축이 될 것이고, 중소기업의 경우 대표이사가 실형을 살게 되면 부도 폐업이라고 봐야 한다"며 "처벌이라는 것 자체가 형법상 고의범죄에 해당하면 주는 것인데 안전 사고가 나라고 부추기는 것이 아닌데 실형을 부과하는 것은 너무 과도한 형벌"이라고 했다.
고용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피업종인 건설업의 경우 높은 비중으로 고령층이 유입이 되는데, 상대적으로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이 큰 만큼 고용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업에 고령층이 많이 종사하고 있는데, 사고발생 위험이 비교적 높기 때문에 고용을 안하려는 기피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실업률도 오를 것"이라며 "중소기업은 인력도 부족하고 자금도 부족한 만큼 차등적용을 하는 등의 조치로 법을 지킬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중대재해법은 효용성이 부족하고, 오히려 안전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법이라는 게 예측 가능성과 이행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현저히 부족하다"며 "안전보건의 범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온통 혼란 그 자체다. 막대한 사회적인 비용을 소요하게 하지만 산재 예방 효과는 없다.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적정 공사비 산정 등 법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대재해법의 필요성도 인정되지만, 좀 더 명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더 안전하게 지으려면 시간이 더 많이 필요로 할 텐데 적정 공기 산정 등도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산재사망 사고가 50인 미만의 소규모 현장에서 주로 발생하는 만큼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전재희 민주노총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건설현장 사망사고 70~8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벌어졌기에 혁신대책이 필요했던 게 사실"이라며 "사업자가 구속되는 혹은 구속될 수도 있는 이 같은 강수가 중소규모 현장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또 단순히 처벌이 아니라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 예방 체계를 갖추게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며 "현장 노동자 의견 청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있는데 작은 현장일수록 그런 것이 잘 안돼 있었다"고 부연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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