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다른 ‘정치 테러’ 여야 시각…野 “‘특위’ 만들자” 與 “지혜부터 모아야”
민주당은 ‘경찰 비판’ 강화에 국회 차원의 ‘특별위원회’ 구성 촉구
국민의힘, “사안을 똑바로 보는 게 어려운가” 민주당 비판
정치인을 겨냥한 테러를 보는 여야의 시각차가 뚜렷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에서의 미흡한 경찰 대응을 주장해온 민주당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피습을 고리 삼아 경찰 비판을 한층 강화하는 동시에 국회 차원 특별대책위원회 설립을 촉구했고, 국민의힘이나 새로운선택 등 제3지대는 혐오의 정치부터 없애는 게 우선이라는 취지 목소리를 낸다. 큰 틀에서 민주당은 제도 강화의 입장이고, 그 외는 사건 근본 원인을 꿰뚫어 정치인을 향한 국민의 ‘악감정’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당대표 정치테러대책위원회(대책위)의 전현희 위원장은 26일 오전 열린 대책위 7차 회의 모두발언에서 “이제는 국회에서 테러 방지 대책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회 차원에서 정치테러대책 세우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 피습 사건 후, 민주당은 경찰의 신속한 수사 촉구와 함께 극우 유튜버 막말과 가짜뉴스 유포 행위 등 강력 대응 방침을 내세우면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대책위를 지난 5일 구성했다.
전 위원장은 “테러는 국가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이고, 대책위는 이재명 대표 테러 사건 축소 의혹의 진상 규명을 요구해왔다”며 “재발방지대책 마련이 대책위의 또 다른 주요 임무다”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 국무총리실의 대테러센터가 일사불란하게 대응하고는 사실상 이 사건을 축소·왜곡하기 시작했다”며 “국정원의 지시인지 아니면 경찰의 일방적인 것인지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테러방지법)’에 따른 대책을 국정원이 진행하지 않은 대목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국정원이 대책을 실행하되 의도적으로 축소·왜곡했다면 테러방지법 위반이자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전 위원장은 내세웠다. 그러면서 “테러방지법에 의하면 현장의 증거인멸은 가중처벌 대상”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지시한 이는 처벌받게 되어 있다”고도 강조했다.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현안질의서 ‘경찰이 엄중한 사건으로 보지 않고 일반적인 형사범으로 보는 것 같다’는 김교흥 행안위원장과 이형석 의원의 지적을 부각하듯, 전 위원장도 “경찰이 테러로 대응하지 않고 일반 형사사건으로 대응했다면 직무유기이고 테러방지법 위반”이라고 쏘아붙였다.
현안질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피습 현장 물청소를 질타했다. 임호선 의원은 “경찰관이 물청소를 하는데 어떻게 이런 판단이 가능한가”라며 질문했고, 이해식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테러를 당한 게 오전 10시27분이고 물청소는 11시7분에 했다”며 “(이 대표가)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는데 사건 현장을 저렇게 물청소한다는 게 말이 되나, 현장 보존이 아니라 현장 인멸”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형석 의원은 ‘신상공개위원회에서 잔인성이 크지 않고 범죄 중대성이 낮다고 신상 비공개 사유를 이야기하는데 청장님은 어떻게 판단하는가’라던 자신의 질문에 “추궁하듯 하시면 드릴 말씀이 없다”는 윤희근 경찰청장 답변이 돌아오자, “적어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경찰이 돼라”고 받아쳤다.
압박 수준 질의에 답변을 이어가던 우철문 부산경찰청장은 “등산용 나이프를 갈아서 범행도구로 쓴 것과 과도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경찰의 인지능력이 없나”라던 이형석 의원 비판에 “과도로 1년에 숨지는 인원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며 “현장의 그 급박한 상황에서 경찰이 판단해 보고한 것이고, 그 경찰관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결국 폭발했다.
경찰을 향한 민주당 공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에는 경찰의 이 대표 피습 사건 수사 축소·왜곡으로 배 의원 피습이 발생했다는 논리를 대고 있어서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26일 논평에서 “배현진 의원에 대한 테러는 이재명 대표 정치 테러 사건을 축소·왜곡한 경찰의 소극적인 수사가 낳은 참사”라며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재명 대표가 정치 테러로 쓰러진 지 3주 만에 끔찍한 참사가 또다시 일어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대표 피습을 중대범죄로 규정해 제대로 경각심을 줬다면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주장이다.
특히 경찰의 이 대표 피습 피의자 신상·당적 미공개를 ‘정치 테러범을 싸고돈 것’이라 규정하고, 권 수석대변인은 “경찰은 지금이라도 정치 테러범의 신상과 당적, 변명문 등을 공개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정치 테러를 보는 민주당의 시각이 삐뚤어졌다고 바짝 몰아붙였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26일 논평에서 “저급한 선동이 증오의 정치를 만든다”며 “민주당은 배현진 의원 사건을 두고 느닷없이 경찰을 탓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안을 똑바로 보는 게 어려운가 보다”라며 “통상 본질을 가리고 싶을 때 그렇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 피습과 배 의원을 겨냥한 테러는 명백한 정치 테러임이 팩트라며 유사 사건 재발을 막고자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인데, 오히려 민주당은 경찰의 소극 수사를 주장하며 비난 여론을 조성한다는 지적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배현진 의원의 쾌유를 기원하면서 시작해 쾌유를 빌며 끝낸 민주당의 논평 어디에도 쾌유의 진심이 보이지 않는다”며, ‘구시화문(口是禍門·입이 화를 부르는 문)’이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하고 “차분히 현실을 좀 보라”고 쏘아붙였다.
혐오의 정치를 없애고 정치인들부터 변해야 한다는 주장은 같은 날 오전 라디오에서도 연달아 나왔다.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한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에 대한 혐오가 너무 심각해지는데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한민국 정치가 아무리 이야기한들 바뀌지 않고, 노력을 해도 바뀌지 않는다”고 개탄했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도 “정치권이 ‘절대 폭력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정치인들부터 반성하고, (자신과) 생각이 다르거나 노선이 달라도 존중하는 정치를 정착시키면 이런(테러) 것을 없애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본다”고 짚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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