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인권위 사무총장 "용산참사 15년…무엇이 달라졌나"[인터뷰]
진상조사 앞장서며 유족 지킨 활동가
"경찰력은 시민 생명·안전 위해 쓰여야"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인권 활동가에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회 위원으로, 이제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사무총장으로 호칭이 바뀌었다. 일하는 장소도 길거리에서 집무실로 옮겨갔다. 하지만 약자 곁을 지킨다는 점에서 박진 인권위 사무총장의 본질은 여전하다.
지난 20일 용산참사 15주기를 맞아 뉴시스는 24일 서울 중구 인권위 집무실에서 박 사무총장을 만났다. 그는 한때 시민사회계에서 인권운동으로 잔뼈가 굵은 '현장 활동가'로 통했다. 평택 미군기지 반대 운동(2006년), 용산 참사(2009년), 쌍용차 해고 투쟁(2009년), 세월호 참사(2014년) 등 수많은 현장을 지켰다.
특히 용산참사 때는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과 함께 용산철거민사망사건진상조사단(진상조사단)을 꾸려 이들을 조직하는 중추 역할을 맡았다.
용산참사 소식 듣고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느낌"
별다른 고민 없이 용산으로 향한 그가 마주한 건 '아수라장'이었다. 자기 가족이 사망했는지도, 사망한 가족의 시신이 어디 갔는지도 모르는 유족들이 경찰과 엉겨 붙어 울부짖고 있었다. 서울 용산 재개발 구역 농성장에서 경찰의 강제 진압 도중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목숨을 잃은 끔찍한 참사였다.
그날 밤 박진 사무총장이 속했던 다산인권센터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진상조사단을 꾸리기로 뜻을 모았다.
그는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진상 규명에 집중했다.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처벌 이외의 책임을 규명하고 싶었다. 시민을 보호한다는 원칙을 어긴 경찰력 행사가 어떤 맥락에서 이뤄졌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우리는 어쩌면 이미 화면을 통해 진상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1차 화재에서 (경찰이 진압 작전을) 멈췄으면 사람들은 죽지 않았을 건데 '왜 그때 진압을 멈추지 않아서 큰불로 이어졌나'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진상이 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고 했다.
형태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과도한 경찰력으로 인한 집회·시위의 자유 등 인권침해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최근 서울 수서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피켓 시위를 하는 금속노조 지회장의 머리를 누르고 수갑을 채워 전치 6주 부상을 입혔다. 인권위는 과도한 물리력 행사로 보고 지구대 경찰들에게 직무교육을 하라고 권고했다.
그는 "사람이 죽지 않아서 다행인 건 아니다"라며 "집회·시위에 나서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발언할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이 물리력을 행사할 때는 그 기본적인 원칙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주거권은 인간다운 생활할 권리…타인 삶에 대한 상상력이 발판
그는 "재작년 폭우로 반지하 주거지가 침수돼 사람이 사망했다. 많은 청년이 고시원에서 살고 있다. 그곳을 적정한 주거 공간이라고 할 수 없다"며 "주거권을 보장하자는 건 모든 사람이 30~40평 아파트에 살자는 얘기가 아니다. 생명과 건강을 위협 받지 않는 적정한 주거 공간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가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런 맥락에서 재개발·재건축 완화를 골자로 하는 최근 정부 방침에 대해서는 걱정을 드러냈다. 그는 "재개발·재개발 과정에서 퇴거 조치가 선행된다. 인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조치가 필요하다"며 "적어도 용산참사를 겪은 한국 사회는 강제퇴거 예정 시기를 사전에 통지하고 적절한 구제 절차를 제공하는 원칙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인권 역량 증진을 위해 그가 시민들에게는 제안하는 것은 상상력이다.
그는 "지금 용산역에 가보면 과거의 흔적을 더는 찾을 수 없다. '여기서 쫓겨난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생각해 보기만 해도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질 것 같다. 인권위는 우리 사회가 그런 상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쓴소리하라고 만든 기구…"호되게 질책해 달라"
그는 '용산참사 당시보다 최근 인권위가 잘하고 있다고 보냐'는 질문에 "현재 진행형인 사람이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적어도 인권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인권위와 국내외 인권단체들의 협력이 있었다. 인권위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있다면 그것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이를 수용하는 것이 인권위답다고 생각한다.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도 인권위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합의 정신에 기반해야 한다. 끊임없이 인내하고 토론하고 다름을 인정해서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며 "인권위는 끊임없이 발화하는 인권 문제를 낯설다고 밀어내거나 혐오하지 않고 소수자들을 환대해야 한다. 새로운 의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려는 자세를 가질 때 인권위가 인권위답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인권위는 약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사회에 쓴소리 하라고 만들어진 기구다. 인권을 인권위가 감시하지 못하면 시민들이 우리 인권위를 호되게 질책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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