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농단 의혹' 양승태 전 대법원장, 1심 선고 시작
[앵커]
이른바 '사법 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심 선고가 오늘 이뤄집니다.
사법부 전직 수장이스스로 재판 독립을 침해했다는 초유의 혐의에,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든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김철희 기자!
[기자]
네, 서울중앙지방법원입니다.
[앵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이 시작됐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조금 전 오후 2시부터 서울중앙지방법원 358호 중법정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선고공판이 시작됐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 30분 정도 전에 취재진이 기다리던 동관이 아닌
중앙현관을 통해 법정으로 들어섰습니다.
오늘 재판에선 함께 기소된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의 선고도 진행됩니다.
세 사람의 범죄사실만 100개에 육박해 주문 낭독까지 수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9월, 결심 공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을,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에게는 각각 징역 5년과 4년을 구형했습니다.
[앵커]
사건이 상당히 복잡한데,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혐의 정리해 주시죠.
[기자]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한 9가지 혐의 가운데 핵심은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입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관심 재판에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를 대가로 상고법원 추진과 법관 재외공관 파견 등 반대급부를 받아내려 했다는 건데요.
일제 강제동원 손해배상 소송이나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등이
거래 대상으로 지목됐습니다.
또, 양승태 사법부에 비판적 입장을 가진 판사를 탄압했다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현직 판사가 연루된 비리를 은폐하거나
수사를 막으려 했다는 의혹 등도 함께 받습니다.
이 밖에도 양 전 대법원장이 공보관실 운영비를 불법 사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
파견 법관을 이용해 헌법재판소 내부 사건 정보 동향을 수집했다는 의혹 등도 오늘 판단 대상입니다.
[앵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어떻게 평사재판 피고인이 된 건지 사태 초기부터 설명을 해주시죠.
[기자]
이른바 '사법 농단' 의혹이 처음 불거진 건 지난 2017년 3월입니다.
법원행정처가 진보 성향 판사들을 압박해 사법 개혁을 막으려 했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처음으로 터져 나왔고요.
이후 대법원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판사들을 관리하고,
중요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졌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 농단'에 직접 가담했다는 문제 제기까지 이어지자
검찰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2018년 6월, 검찰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재배당한 뒤부턴 수사가 급물살을 탔습니다.
한 달여 만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자택을 압수수색 한 검찰은,
이듬해 1월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한 뒤 2019년 2월 11일, 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동안 검찰이 제시한 증거 대부분을 양 전 대법원장이 부동의 하고,
재판부 교체로 앞선 재판의 녹음파일만 반년 넘게 재생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오늘 선고까지 4년 11개월이 걸렸습니다.
[앵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의 공소사실 전체가 수사권을 남용한 결과라며 혐의를 부인해왔습니다.
지난 2018년엔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각종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는데요.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양승태 / 前 대법원장 (지난 2018년) : 저는 대법원장으로서 재직하면서 대법원 재판이든 하급심 재판이든 간에 부당하게 간섭 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습니다.]
지난해 9월 결심공판에서도 최후진술 기회를 얻은 양 전 대법원장은
5년 전과 똑같은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사법 농단'으로 규정하자,
검찰이 첨병을 맡아 먼지떨이 수사를 했다며 무죄를 주장한 겁니다.
[앵커]
앞으로 재판에서 유무죄를 가를 쟁점은 뭡니까?
[기자]
양 전 대법원장의 핵심 혐의는 '직권남용'입니다.
앞선 판례가 오늘 선고의 잣대가 될 텐데요.
그동안 '사법 농단'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전·현직 판사 10명의 선고가 먼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유죄를 선고받은 건 이민걸·이규진 전 부장판사 두 명뿐이고요.
나머지 피고인들은 대부분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법원은 '직권남용'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해 잇따라 무죄 판결을 내리고 있습니다.
실제 임성근 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담당 재판부 외에는 재판에 개입할 직무상 권한이 없다'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직권 자체가 없었던 만큼 이를 남용했는지는 판단 대상이 아니라는 건데,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한 자의적 법리 해석이란 비판도 나옵니다.
결국, 같은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의 직무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가 유무죄를 가를 거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YTN 김철희입니다.
YTN 김철희 (kchee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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