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집중심의'… 장성철 소장에 "평론가 자질에 심각한 문제"
신규 안건 14개 중 MBC 방송 7건… 모두 '의견진술'
"이준석 신당 지지율, 국민의힘이랑 비슷한 듯 착시효과"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4월 총선을 앞두고 꾸려진 선거방송심의위원회 회의에서 신규 안건으로 올라온 14건 중 7건이 MBC 방송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구성 등 방송이 편향됐다는 위원들의 질타 속 MBC 안건은 모두 법정제재를 전제로 한 의견진술이 의결됐고 여권에서 제기했던 장성철 공론센터소장의 '보수참칭패널' 논란도 일부 위원이 똑같이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5일 열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 4차 회의에서 MBC '뉴스데스크'(2023년 12월22일자, 2024년 1월1일자), MBC '뉴스데스크 경남'(2024년 1월3일자),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2024년 1월5일자, 1월8일자, 1월9일자)에 모두 법정제재를 전제로 한 의견진술이 의결됐다.
지난달 22일자 'MBC 뉴스데스크'엔 신당이 필요하다는 응답자 중 이준석 신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28%였음에도 국민의힘 28%, 민주당 31%라는 정당 지지도 조사 내용을 함께 언급해 이준석 신당을 부각시키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낮아 보이게 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이어 김홍일 당시 권익위원장의 사의 표명 뒤 이임식 관련 보도에서 '몰래'와 같은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는 민원이 나왔다.
권재홍 위원(공정언론국민연대 추천)은 “큰 틀에선 모두 불공정 편향보도의 전형적 사례”라며 “특히 여론조사를 보도하면서 착시현상으로 이준석 신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을 비슷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과 김홍일 전 권익위원장 사퇴를 '몰래'했다고 표현하는 건 부정적인 이미지 씌우기”라고 비판했다. 최철호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MBC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성역화돼 있다. 민주당에 불리한 내용은 다루지 않는다”며 “법정제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심재흔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어이가 없다. (이준석 신당과 국민의힘이) 등가의 숫자로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알고자 하는 국민들의 관심사를 잘 충족시키고 세부적으로 분석한 보도”라고 말했다. 이어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은 대통령과 가까운 선배로 권익위원장을 5개월 만에 그만둬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느닷없이 이임식을 했으니 이걸 지적 안하는 게 오히려 언론의 직무방기”라고 말했다.
임정열 위원(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천)도 “이준석 신당 관련 여론조사를 국민의힘이 불편하게 느꼈다면 민주당도 똑같이 느꼈을 수치다. 큰 무리 없다고 보고 과민반응 같다”며 “이임식 관련 '몰래'라는 표현도 부적절해 보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 법정제재 하기는 과하지 않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과반 찬성으로 '의견진술'이 결정됐다.
잇따라 법정제재가 의결되고 있는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지난 5일, 8일, 9일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재판에서 주요 사건 관련자 중 제외된 것은 김 여사가 유일하다는 내용, 김건희 리스크가 여당 지도부 내에선 금기와 같다고 언급한 내용,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 관련 보수 정당 지지자의 정치테러로 단정하며 비판했다는 내용 등에 민원이 제기됐다.
손형기 위원(TV조선 추천)은 “완전 원사이드로 치우친 패널 구성”이라며 “예를 들어 1월5일 출연한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제가 알아 보니까 상당히 진보 내지는 좌파 성향의 인물로 돼 있다. 이분 말고 다른 견해도 방송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애성 위원(대한변호사협회 추천)도 “출연자의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나 근거가 미비한 주장에 관해 진행자가 보완하지 못할 뿐 아니라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사실인 것처럼 전달하기도 한다”고 말한 뒤 법정제재 의견을 냈다.
장성철 공론센터소장이 보수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2024년 1월9일자)엔 진보 진영은 야당 입장을 대변하는 출연자가 출연하는 반면 보수 진영은 정부 여당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 출연자를 출연시켜 대통령과 여당을 일방적으로 비판해 불공정하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최철호 위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민주당과 같은 발언을 하는 사람들은 포함시켜서 균형이라는 얘기를 하는 게 말이 되나. 지난 대선 때도 계속 이러고 있다”며 “장성철씨가 여기도 나오고 MBC에도 나오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평론가로서의 자질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객관적 입장에서 평론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당 안건에 대해선 행정지도 4, 의견진술 4의 의견이 나와 의결이 보류됐다. 백선기 위원장을 포함해 권재홍, 최철호, 손형기 위원이 의견진술을 냈고 최창근, 심재흔, 임정열, 박애성 위원이 행정지도 '권고' 의견을 냈다. 이미나 위원이 이번 회의에서 불참해 해당 안건은 차기 선방심의위 회의에서 논의하게 됐다.
이날 회의에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2024년 1월2일, 1월3일, 1월4일, 1월5일, 1월10일) 방송에 대해서도 의견진술이 의결됐다. 의견진술이 나오면 제작진이 차기 선방심의위 회의에 참석해 위원들의 질문을 받은 뒤 제재 수위가 결정된다. 심의에 따른 제재 수위는 낮은 순서부터 '문제없음', 행정지도 '의견제시', '권고', 법정제재 '주의', '경고', '관계자 징계',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 '과징금' 등의 단계로 구분된다. 중징계로 인식되는 법정제재부터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로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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