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피습에 정치권 “극단의 정치 벗어나야”···해결책은 안 보여

박순봉 기자 2024. 1. 2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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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당 연석회의, 정치테러대책위 구성 제안
“정치가 사회갈등 증폭 시키는 현실이 문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피습 당하면서 26일 정치권에서는 “극단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정당 지도자들이 모여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당장 총선 국면에서 정치인들에게 닥칠 수 있는 위협을 해소할 방법은 잘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수의 의원과 후보들에게 경호 인력을 붙이기도 쉽지 않다. 정치 풍토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 외에는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셈이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괴한에게 습격 당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을 배 의원실이 공개했다. 배 의원실 제공 출처 : 연합뉴스

정치권은 연이은 정치인 피습의 원인으로 극단의 정치, 증오의 정치를 꼽았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치테러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 도전이다. 폭력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며 “속히 서로를 적대하는 극단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권 모두가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정치가 상대를 증오하고 잘못된 언어로 그 증오를 전달하는 일을 끝내지 않는 한 이런 불행한 사건은 계속 반복될 가능성 크다”고 말했다. 박원석 미래대연합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재명 대표와 배현진 의원 피습사건의 배경에는 정치 양극화와 극렬 팬덤정치 일상화, 유튜브를 통한 혐오정치 조장이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며 “‘증오의 정치’가 테러가 횡행하는 현실을 만든 것이다. 여야 거대양당의 극단적 대립과 끊임없는 상대방 악마화 등 우리 정치의 못난 자화상을 돌아볼 때”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이 테러의 근본적 원인으로 극단의 정치, 증오의 정치를 지목했지만 해결책은 뚜렷하지 않다.

민주당은 철저한 수사와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대표 피습 때 더 단호한 조치를 했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국의 특단의 대책을 촉구한다”며 “혐오를 반대하는 국민과 연대를 더 크게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김영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인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이 대표에 대한 정치 테러를 정부·여당, 경찰에서 심각하게 바라보고 정확히 수사하고 정치 테러 범인의 얼굴을 공개하고 변명문을 공개하고 단호하게 조치했다면 과연 이렇게 추가적인 정치 테러가 일어났을까 아쉬움이 깊게 든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 스스로도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철저한 수사, 진상 조사 이런 걸 통해서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러게요”라고 답했고, ‘공권력 차원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잘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의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한오섭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배 의원 병문안을 한 뒤 기자들에게 “어떤 대책이 있을지, 실효적인 대책이 뭔지 따져봐야 된다. 한 번 챙겨보겠다”고 말했다.

정당 대표들이 모여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일상화된 폭력의 시대에선 정상적인 총선을 치를 수도, 새로운 사회를 만들 건전한 정치적 의견교환도 있을 수 없다. 공존의 정치를 만들어나갈 새 패러다임이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의당은 이어지는 정치폭력 사태를 끝내기 위해 여야 모든 당의 지도부가 함께 만나는 회담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SBS 라디오 출연해서는 “정당의 평화공존 선언을 하자고 제안을 드렸다”며 “주말이든 월요일이든 다 같이 만나서 일렬로 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날 ‘공존 정치와 정치폭력 추방을 위한 제정당 공동선언 제안’이란 제목의 공문을 각 정당에 보냈다.

전현희 민주당 당대표정치테러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국회 차원의 정치테러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국회의장에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극단의 정치는 정치권, 방송·언론, 유권자들이 다함께 만들어낸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정치 문화가 어느 날 갑자기 바꾸자고, 누가 캠페인을 한다고 해서 쉽게 되는 일이 아니지 않느냐”며 “뾰족한 답이 없다. 양극화된 문화를 바꿀 인센티브가 아무한테도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정치권, 방송·언론, 유권자 모두 양극단화된 현 정치 문화를 바꿀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박 교수는 “여당이나 야당은 양극화된 상태에서 싸움을 계속하고 있고, 잘하면 51%, 안 돼도 49%로 2등을 할 수 있다”며 “일부 유권자들은 이 구조에 재미나 흥미를 느낀다. 자극적이고 재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에서도 대립점을 찾아내고 쟁점화를 해야 된다. (방송·언론이) 중간 지대가 생존할 수 있는 영역들을 다 없애왔다”며 “방송·언론들은 이걸 팔았고, 유튜브에서는 더 많아 팔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그걸 즐겼다. 이런 상황 자체를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정치가 사회 갈등을 조정하는 기능을 맡고 있는데, 지금은 조정을 하는 게 아니고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계속 강화됐다”며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선거 제도를 개선해보는 것인데, 이것도 양당 구조를 지나야 통과가 되니 오도가도 못하는 그런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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