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시선 "수비부담 너무 큰 전술…선수들 즐겁지 않을 것" [아시안컵]
"사실상 관리 실패…위축됐을 심리 우려스럽다"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치를 아시안컵 조별리그 3경기의 내용과 결과를 보며 전문가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전술적으로 준비가 덜 됐고, 좋지 않은 결과로 선수들의 심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클린스만호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E조에서 1승2무(승점 5)를 기록,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한국은 요르단과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선제골 이후 역전을 허용했다 어렵게 비기는 등 모든 경기에서 불안함을 노출하며 1승2무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전승 조 1위 통과를 자신했던 한국으로선 씁쓸한 결과다. 특히 매 경기 실점하며 총 6골이나 내줬다는 것도 심각해 보인다. 불안함을 지우지 못한 한국은 31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을 시작으로 토너먼트에 돌입한다.
김대길 KBS 해설위원은 "조별리그 3경기 동안 한 번도 우리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분명 아쉬운 결과"라고 총평했다.
이어 "팬들이 대표팀 경기를 보면서 불안해하고 있는데, 사실 그럴 만하다. 현재 클린스만 감독이 쓰는 전술은 전방 숫자를 불필요하게 너무 많이 둔다. 그래서 수비진에서 차지하는 부담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대회 한국은 수비에서 수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해 상대 공격에 여러 차례 애를 먹었다. 요르단전과 말레이시아전 실점도 마크가 비어 상대의 슈팅을 제어하지 못했다.
김 해설위원은 "상대가 공을 잡았을 때 전방과 2선도 나눠서 견제를 해줘야 최후방의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한국은 대부분 공격에 집중하고 수비수들이 고스란히 그 위험을 안고 싸운다"면서 "(말레이시아전처럼) 그러니 2선에서 실수가 나왔을 때 커버가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등 우승 후보들은 결승전까지의 여정에 초점을 맞추기에, 대회 후반부로 갈수록 컨디션이 올라올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김 해설위원은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조별리그에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쓴 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바레인과 말레이시아 등을 상대로는 베스트 라인업을 최대한 아끼고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수준 정도가 됐어야 했다. 하지만 한국은 에너지를 거의 다 끌어 썼고, 경고도 8장이나 받았다. 사실상 관리에 실패한 것"이라고 냉정하게 분석했다.
신문선 해설위원 역시 컨디션 조절 실패와 전술의 아쉬움을 지적했다. 그는 "첫째는 중동 원정에서 컨디션 조절 실패, 둘째는 전술적 안정성이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이 우리 안방에서 동남아 팀들과 경기했을 땐 대부분 시원시원하게 이겼다. 하지만 현재 카타르에서는 한국의 경기력 지수가 10점 만점에 7~8점 정도로 떨어져 있다. 이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면서 "적응이 수월한 중동 팀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반면 우리랑 위치가 비슷한 일본이 부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짚었다.
신 해설위원은 수비의 불안함이 잦은 라인업 교체에서 기인한다고 짚었다. 그는 "보통 큰 대회에서는 수비진 변동이 적은 팀이 안정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풀백을 포함해 매 경기 수비수를 교체하니, 선수 간 상호 호환성이 낮아지고 이게 안전성 결여로 이어진다"고 했다.
이번 대회서 한국은 이기제(수원)와 김태환(울산)을 경기 중 교체하는 일이 잦았고 이에 따라 설영우(울산)가 좌우 측면을 번갈아 오갔다. 부상과 경고 누적 등 변수가 있었지만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센터백 파트너도 정승현(울산)과 김영권(울산)으로 자주 바뀌었다.
신 해설위원은 "포백에 대한 베스트 라인을 가동하지 못하는 건 감독의 책임일 수도 있다"면서 "수비가 불안하니, 연쇄적으로 2선과 공격도 같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신 해설위원은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건 이번 대표팀이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체력, 기술, 전술, 심리적 요인이 모두 더해져 경기력이 되는 건데, 이 중 심리가 흔들려서 불안해지면 다른 모든 능력도 급격하게 추락한다. 이번 대표팀은 한 번도 즐거운 경기를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체력과 기술 등은 당장 사우디전까지 크게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 다만 심리적 요인은 바꿀 수 있다. 만약 바꾸지 못한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걸 선수단이 인지하고, 스스로 극복해 분위기를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견해를 냈다.
아쉬움과 불안함을 안은 채, 한국은 중동의 강호이자 F조를 1위로 마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한다. 단판인데다, 사실상 원정이나 다름없는 경기장 분위기 등 주변 환경까지 더해져 쉽지는 않은 승부다.
김 해설위원은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이끄는 사우디는 수비 안정성에 중점을 둔 뒤 한 방의 공격으로 결정짓는 팀"이라면서 "기본적으로 토너먼트에서는 지나친 모험을 걸 필요는 없다. 밸런스를 깨지 않고 수비 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나가야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해설위원 역시 "앞서 말한 경기력 지수가 사우디는 10점이다. 체력과 기세가 모두 좋다. 팀 컨디션만 놓고 보면 일본과 만나는 게 나았을 정도"라고 경계를 표하면서 "사우디는 개인 전술 의존도가 높아 공간을 주면 안 된다. 조직적으로 90분 내내 3선 밸런스를 잘 유지해야 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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