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사고’ 난 테슬라…하루 새 주가 12% 급락, 시총 100조원 날아갔다
전기차 성장 둔화·가격 인하에 실적 악화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 주가가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하고, 향후 전망도 좋지 않게 나오면서 12% 넘게 급락했다.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100조원 넘게 증발하면서 시가총액 순위도 9위로 밀렸다.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전장보다 12.13% 하락한 182.63달러에 마감했다. 2020년 9월 기록한 21% 하락 이후 하루 기준 최대 낙폭이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년동안 2배 넘게 올랐던 테슬라는 올해 들어서는 주가가 26.47% 하락했다. 데이터 분석업체 오텍스에 따르면 테슬라 주가 하락에 베팅해 공매도를 친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34억5000만달러(약 4조6078억원)를 벌어들였다.
이날 하루에만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800억달러(약 106조8640억원)가량 증발했다. 테슬라의 시가총액 순위도 5805억6600만달러(약 775조4039억원)로 쪼그라들어 제약회사 일라이릴리에 밀린 9위로 떨어졌다.
테슬라는 앞서 24일 장 마감 후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테슬라의 지난해 4분기 주당순이익(EPS)이 0.71달러로 시장 예상치(0.74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후발 주자와의 경쟁을 위해 테슬라도 전기차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들이 더 우려하는 것은 테슬라의 올해 전망도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2024년 자동차 판매 성장률은 2023년에 달성한 성장률보다 눈에 띄게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발언도 주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머스크 CEO는 콘퍼런스콜에서 “우리가 관찰한 바로는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회사들”이라며 “무역 장벽이 없다면 그들은 전 세계 대부분의 다른 자동차 회사들을 거의 괴멸시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댄 아이브스 웨드브시 애널리스트는 이번 테슬라의 실적 발표를 ‘기차 사고(train wreck)’에 빗댔다. 머스크가 투자자들에게 마진 구조 변화나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테슬라의 전략을 설명하지 못했다는 지적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에서는 테슬라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최소 9개 증권사가 테슬라에 대한 투자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테슬라에 평균적으로는 ‘보류’ 등급을 매겼고, 목표주가 중간값은 25일 종가(182.63달러)보다 23% 높은 225달러였다.
테슬라에 투자한 국내 서학 개미들의 손실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테슬라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보유하고 있는 미국 주식이다. 지난 24일 기준 개인 투자자들은 테슬라 113억달러(약 16조)가량 보유하고 있다.
전날 테슬라의 실적 발표 후 미리 급락을 겪은 국내 이차전지주는 이날은 반등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3.53%), 삼성SDI(3.74%) 등이 올랐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에코프로비엠(7.49%), 에코프로(9.28%), 엘앤에프(1.21%)가 강세를 보였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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