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미결정 95세 4·3수형인 확인…검찰 직권재심 청구

무죄 받은 박화춘 할머니에 이어 두 번째

제주4·3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고령의 생존 수형인이 확인돼 재심 청구가 이뤄졌다.

광주고등검찰청 산하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은 수형인 A(95)씨에 대해 직권재심을 청구했다고 26일 밝혔다. 4·3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아 4·3특별법상 특별재심 요건은 갖추지 못했다.

합동수행단은 A씨 진술을 듣고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4·3 당시 A씨에 대한 불법 구금 등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형사소송법상 재심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고 직권재심을 청구했다.

A씨는 제주4·3 광풍이 휘몰아친 1949년 7월 2일 억울하게 '빨갱이'로 몰려 고등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 위반죄로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육지 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한 사람이다.

합동수행단 관계자는 "A씨의 나이를 고려해 생존해 있을 때 명예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하게 재심을 청구했다.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아도 재심을 청구해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4·3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수형인에 대한 직권재심 청구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재작년 10월 4·3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박화춘 할머니(당시 95세)에 대해서 합동수행단이 직권재심을 청구했다. 같은 해 12월 재심을 통해 박 할머니는 70여 년 만에 죄를 벗었다.

박 할머니는 한평생 피해사실을 숨기고 살다가 합동수행단 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박 할머니는 4·3 직후인 1948년 12월 내란죄로 불법 군사재판을 받고 전주형무소와 서대문형무소에서 징역 10개월의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한창 꽃피울 시기인 21살 때의 일이다.

당시 박 할머니는 동굴 속에 숨어 지내다 군‧경 토벌대에 붙잡혀 경찰지서로 끌려갔다. 이곳에서도 천정에 거꾸로 매달리는 등 모진 고문을 받고 무장대에 보리쌀을 줬다고 허위 자백했다.

한편 합동수행단은 군사재판 수형인에 대해 재작년 2월 최초로 직권재심을 청구한 데 이어 현재까지 47차례에 걸쳐 모두 1360명에 대해서 재심을 청구했다. 이 중 1300명이 누명을 벗었다.

일반재판 수형인은 80명에 대해 재심 청구가 이뤄졌고 이 중 50명이 무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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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CBS 고상현 기자 koss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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