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10대가 정치인 습격…"극단성향 표출·모방범죄 우려"

윤보람 2024. 1. 2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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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 무차별 공격 더 많아질수도…정치권 자정·범죄 인식 개선해야"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실, 피습 현장 상황 CCTV 공개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서울 송파을)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괴한에게 습격 당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을 배 의원실이 공개했다. 2024.1.25 [배현진 의원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박형빈 최원정 기자 =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 행위가 한 달 새 연속으로, 게다가 10대 청소년에 의해서까지 벌어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많은 인파에 둘러싸인 상태에서 흉기로 목 부위를 습격당한 지 불과 3주 만에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무방비 상태로 둔기에 의해 머리를 가격당했다.

배 의원을 공격한 중학생 A(15군)의 범행 동기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일련의 사건을 두고 정치 혐오가 도를 넘었을 뿐 아니라 폭력이 중대한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약해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우울증에 따른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비공개 일정 중이던 그를 상대로 A군이 배 의원이 맞는지 여러 차례 확인했다는 점 등에서 계획범죄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A군이 아직 15세의 미성년자라는 점 등에 비춰 정치적 동기에 의한 테러 행위로 규정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모방범죄일 가능성 등은 있다고 봤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26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정치적인 신념과 자신이 세상의 공정·정의를 실현한다는, 미숙하지만 분명한 자기 확신이 있었을 것"이라며 "무분별한 정보에 노출되면서 왜곡된 신념을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앞서 마찬가지로 공개적인 장소에서 벌어진 이 대표에 대한 테러와도 비교해 "본인의 존재를 노출하고 싶어 하는 과시욕과 영웅주의적 심리가 왜곡된 정치 신념과 결합했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배상훈 우석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이버상에서 정치적 이슈를 많이 봐온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모방범죄가 아닐까 싶다"며 "이 대표 사건을 계기로 폭력을 행사해도 된다는, 일종의 잠금장치가 풀렸을 수 있다"고 짚었다.

배 교수는 "어린 청소년의 어떤 분노가 SNS 등에서 돌아다니는 정치적 혐오와 연결되면서 각성했을 수 있다는 얘기"라며 "다만 A군의 계획이라는 건 이 대표 습격범처럼 흔히 말하는 열사, 비분강개 같은 형태는 아닌 걸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배 의원에 대한 테러는 이 대표에게 가해진 테러와는 구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대표 건은 양극화된 정치 혐오의 한 형태로 분출된 행동이고 정말 테러이지만, 배 의원 건은 15세 청소년이 그렇게 강한 정치 혐오가 작용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A군 부모의 정치적 성향이나 평소 정치 관련 발언 등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고 우울증 등 정신적 요인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극단화된 정치적 내전 상태에서의 상대에 대한 공격이라고 하기엔 15살에겐 너무 과도한 평가"라고 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피습 당한 현장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서울 송파을)이 25일 오후 괴한에게 피습을 당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현장. 배 의원은 둔기로 추정되는 물체에 맞았으며, 피를 흘려 순천향병원으로 옮겨졌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4.1.25 [배현진 의원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더욱 우려가 커지는 정치인 테러 재발을 막으려면 정치권의 자정 노력과 함께 폭력이 중대한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을 키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 평론가는 "양극단의 내전 정치가 심해질수록 사람들은 더 강한 것을 찾게 되기 때문에 상대 진영의 인물에게 행하는 무분별한 정치테러는 앞으로 더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경호 강화나 처벌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상처 난 데에 반창고를 붙이는 정도"라며 "상대를 악마화하는 여야 간 무한 정쟁을 자제해야 하고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 선거제 개편 등 정치구조 혁신이 필수"라고 제언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가 '대화와 타협의 예술'이 아니라 전쟁하듯 사람을 죽여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한 현실이 유감스럽다"며 "정치적 극단화를 부추기는 세력에 꼭두각시처럼 놀아난 개인이 범행하게 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설 교수는 "이 대표 피습 사태 이후 모두가 한국 정치가 달라질 것처럼 반응하다가 다시 그 전으로 돌아간 결과"라며 "정치권의 대오각성과 일반 시민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 또한 "이 대표 피습에 이어 이번 사태까지 어설프게 수습된다면 총선을 앞두고 유사 사례가 많이 나타날 것"이라며 "정치를 극단적 폭력으로 이끈 기성세대가 각성해야 한다"고 했다.

온라인상 무분별한 정치 관련 정보 유통과 극단적 편 가르기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교수는 "무분별한 정보 노출은 영웅 심리라든지, 테러에 가까운 행동을 해도 내가 관심받으면 인정받는 것이라는 형태의 잘못된 심리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많이 줄 수 있고 특히 청소년 시기에는 받는 영향이 더욱 크다"며 "'악플도 관심이다'는 심리가 만연한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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