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법원, 친정부 군사블로거 살해한 여성에 징역 27년

폭발물을 활용해 친러 군사 블로거를 살해한 혐의를 받아 25일(현지시각) 징역 27년형을 선고받은 다리야 트레포바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법원을 나서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법원이 폭발물을 활용해 친정부 성향 군사 블로거를 숨지게 한 26살 여성 다리야 트레포바에게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이는 러시아 역사상 여성에게 내려진 가장 무거운 처벌이다.

25일(현지시각) 러시아 법원이 유명 군사블로거 막심 포민(가명 블라들렌 타타르스키)을 살해한 혐의 등을 적용해 트레포바에게 징역 27년형과 60만루블(약 9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타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

트레포바는 지난해 4월2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카페에서 독자들과 만나던 블로거 포민에게 폭발물이 든 조각상을 선물했다. 포민이 이를 만지던 중에 폭발물이 터져 그 자리에서 숨지고, 함께 카페에 있던 52명은 다쳤다. 포민은 우크라이나의 특별군사작전을 적극 지지했고 최전선 전투 상황을 설명하는 글을 올리던 50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리던 친정부 성향 블로거였다. 트레포바는 폭발 뒤 24시간이 지나지 않아 체포됐다. 러시아는 이번 사건의 배후에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트레포바의 형량은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한 이래 역사상 여성에게 내려진 가장 엄격한 판결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전까지 여성이 받은 가장 긴 형량은 25년이었다. 현행법상 러시아에서 여성에게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트레포바 쪽에서는 살해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포민에게 전달한 선물이 폭발물이 아닌 비밀 도청 장치라고 생각했으며 우크라이나에 있는 지인이 판 함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방침이다.

법원은 범행 뒤 트레포바를 숨겨준 혐의를 받은 드미트리 카신체프에게도 1년9개월형을 선고했다. 가택 연금 중이던 카신체프는 이날 선고 뒤 법정 구속됐다.

한편, 이날 모스크바 법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향해 ‘겁쟁이’라고 비판한 또 다른 유명 군사 블로거 이고르 기르킨(가명 스트렐로프)에게 극단주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그는 연방보안국(FSB) 장교 출신이다. 2014년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합병 때 공을 세웠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