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재개통 앞두고 새단장하는 경기북부 ‘교외선’ 가보니[주말N]

이상호 기자 2024. 1. 2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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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중심으로 한 철도망 가운데 유일하게 수도권 전철에 편입되지 못한 채 20년 동안 열차 운행이 중단된 철도 교외선.

경기북부지역 동서를 연결하는 교외선은 한때 서울 근교 나들이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과 낭만이 깃든 철로다.

오랜 침묵을 깨고 올해 말 교외선에 다시 열차가 달린다.

교외선 일영역 표지판. 이상호 기자
‘시간이 멈춘 두 간이역’

지난 22일 경기 양주시 교외선 일영역. 일영역과 송추역은 인근에 하천과 유원지가 있어 1970~80년대 대학생 MT나 직장인 단합대회,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많았던 곳이다.

일영역으로 진입하는 도로는 두 차량이 교차할 수 없을 정도로 좁았고, 양쪽 20여 채의 주택은 철로와 함께 시간이 멈춰 있는 듯했다.

사방이 트인 채 지어진 역사 앞 광장대합실의 거칠게 벗겨진 페인트, 낡은 의자 그리고 역사로 올라가는 검게 변한 돌계단 등에서 침묵의 세월을 느낄 수 있었다.

‘일영역’이라고 쓴 표지판은 이미 거북이 등처럼 표면이 갈라져 있었고, 역무원이 일일이 탑승 표를 확인하는 개찰구는 상처투성이인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녹슨 일영역 안내판. 이상호기자
일영역 광장 대합실. 이상호기자

일영역은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이런 폐역 풍경으로 방탄소년단의 ‘봄날’ 뮤직비디오가 촬영됐고,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도 등장했다.

주변 주민들은 교외선 재개통에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일영역 인근 한 부동산중개사는 “재개통 소식으로 주민들이 지역 상권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적자를 이유로 다시 폐쇄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분위기가 공존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송추역 플랫폼. 이상호기자
송추역 표지판. 이상호기자

일영역과 함께 한 때 많은 사람이 찾았던 교외선 송추역 주변은 도시개발로 많은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역사만은 예외였다.

보일 듯 말듯 빛바랜 안내판과 잔뜩 녹이 슨 시설물들은 폐쇄 직전의 모습을 지키고 있었다. 철로 주변에는 재개통을 앞두고 교외선에서 걷어낸 낡은 침목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굴곡 많은 교외선 역사
1963년 교외선 개통 시발식. 국가기록원 제공

교외선은 일제강점기인 1944년 2월 화물 운송을 목적으로 착공했다. 그러나 일본이 전쟁에 패배하면서 이듬해인 1945년 노반 공사를 마치고 중단됐다.

이후 1959년 고양 능곡~의정부 가릉역 구간이 착공돼 1961년 7월 개통된다. 교외선의 옛 이름이 ‘능의선’ 이었던 것도 지명의 앞 자 따 붙여진 것이다.

1963년 4월에는 가릉역~의정부역 5㎞ 연장 공사에 나서 1963년 8월 완공했다. 이때 가릉역은 폐지했으며 ‘교외선’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서울 인구 분산과 관광 목적으로 개통된 교외선은 경원선·경의선을 연결하는 철도로 당시 운행됐던 ‘서울순환철도’의 동·서 구간이다.

그러나 완공 이후 전철 1호선 확장과 도로 여건 개선 등으로 이용객이 줄면서 적자가 누적돼 2004년 4월 1일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교외선 노선도. 연합뉴스

교외선을 살리기 위해 2004년 10월부터는 서울역-신촌-수색-능곡-일영-송추-의정부-성북-청량리-응봉-용산-서울역을 순환하는 관광 전용의 ‘서울야경순환열차’가 다닌 적도 있었지만 2008년 2월 운행이 끊겼다.

운행 재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꾸준하게 이어졌고, 결국 경기도, 고양·양주·의정부시, 국가철도공단, 한국철도공사가 재개통 협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1월 보수 공사에 들어갔다.

경기도는 23일 현재 공사가 약 50% 진행돼 올해 말 재개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역사는 능곡-원릉-일영-장흥-송추-의정부역 등 6곳으로 32.1㎞에 이른다.

전동차가 아닌 디젤동차가 운행되며, 열차는 4량 1편성으로 오전 6∼오후 10시 하루 20회 운행할 계획이다. 열차 운행에 따른 운영비 연 50억 원가량은 열차가 통과하는 고양시, 양주시, 의정부시가 분담하기로 했다.

이상호 선임기자 sh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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