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LG-롯데는 김민성 사인 앤드 트레이드 했을까… 안치홍 이적 나비효과인가

김태우 기자 2024. 1. 2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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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김민성 ⓒ곽혜미 기자
▲ 2023년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기여한 김민성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1월이 마지막을 향해 가던 시점까지도 프리에이전트(FA) 협상에서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베테랑 내야수 김민성(36)의 종착역은 원 소속팀 LG가 아닌 친정팀이라고 할 수 있는 롯데였다. 협상에 돌파구를 사인 앤드 트레이드에서 찾았다. 롯데는 안치홍의 이적으로 생긴 내야 공백을 메울 베테랑이 필요했고, LG는 유망주를 수혈하는 수준에서 이번 협상을 마무리했다.

LG와 롯데는 26일 나란히 보도자료를 내고 양 구단간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 소식을 알렸다. FA 내야수 김민성이 중심에 있다. LG는 ‘FA 김민성 선수와 계약기간 최대 3년(2+1년), 총액 9억 원(계약금 2억 원, 연봉 5억 원, 옵션 2억 원)의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롯데자이언츠로부터 내야수 김민수 선수를 영입하고, 김민성 선수를 보내는 1대1 트레이드를 실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일단 LG가 김민성과 FA 계약을 하고, 그 다음 롯데로 트레이드해 김민수를 얻는 방식이다. 3자 모두 이득이 있다. 김민성은 LG가 제안했던 금액 이상을 받으며 최대 3년 더 현역을 연장할 수 있다. 만약 김민성을 FA로 영입했다면 25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1명과 보상금을 LG에 내줘야 하는 롯데로서는 자신들의 손을 떠난 보상선수 유출보다는 합의에 의한 선수 유출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LG는 김민성을 내주는 대신 유망주인 김민수를 선택해 미래를 기약했다.

LG는 ‘김민수 선수는 인천 제물포고를 졸업하고 2017년 2차 2라운드로 롯데자이언츠에 입단했다. 지난 2023시즌까지 1군 통산 18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0, 106안타(3홈런), 38사사구, OPS 0.630(출루율 0.313, 장타율 0.317)을 기록했으며, 2군에서는 통산 30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3, 252안타(37홈런), 163타점, 126사사구와 OPS 0.876(출루율 0.388, 장타율 0.488)을 기록했다’면서 ‘구단은 김민수 선수에 대하여 청소년 대표 출신으로 경찰청에서 병역을 마쳤으며, 타격에서의 장점이 큰 내야수로서 핸들링이 우수하고, 준수한 송구 능력을 가지고 있는 유망주로 판단했다’고 트레이드 배경을 설명했다.

같은 시간 롯데 역시 보도자료를 내고 ‘LG 트윈스 베테랑 내야수 김민성 선수와 내야수 김민수 선수 간 트레이드를 실시했다’면서 ‘김민성 선수는 2007년 2차 2라운드 13순위로 롯데에 입단하였다. 이후 2010년 넥센 히어로즈로 트레이드 되었으며, 2019년에는 LG 트윈스로 이적하여 주축 선수로 활약하였다. 김민성 선수는 통산 타율 0.269, 1,406안타, 131홈런, 725타점을 기록하는 등 타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23시즌에는 소속팀이 한국시리즈 우승하는데 기여했다. 구단은 프로선수로서 책임감이 강하고,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 가능한 김민성 선수가 젊은 선수단에게 귀감이 되는 리더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이번 트레이드 배경을 설명했다.

24일까지 FA 시장에는 홍건희 주권 김민성까지 총 3명의 선수가 남아 있었으며, 나머지 16명은 모두 계약을 마친 상황이었다. 여기서 25일 홍건희가 원 소속구단인 두산과 2+2년 총액 24억5000만 원에 계약하면서 시장을 털고 일어섰다. 이어 김민성이 26일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으로 생애 두 번째 FA 자격 행사를 마쳤고, 이제 시장에는 주권이 남았다. 주권 역시 kt와 계약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져 캠프가 시작되기 전 FA 19명이 모두 계약을 마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 잘 풀리지 않았던 김민성 협상, 사인 앤드 트레이드가 해답이었다

2007년 지명을 받은 뒤 내야를 두루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로 이름을 날린 김민성은 2019년 LG로 이적한 뒤 팀 내야의 소금과 같은 몫을 하며 지난해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2022년 92경기 출전에 그치며 팀 내 입지가 약화되는 듯했지만, 지난해 112경기에서 타율 0.249, 8홈런, 4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03을 기록하며 알토란 같은 몫을 했다.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수비적 활용도였다. 3루, 2루수, 심지어 유격수까지 간간히 소화하며 팀 내야 로테이션에 힘을 보탰다. 김민성 덕에 LG는 내야 백업을 여럿 마련해야 하는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이는 보이지 않는 큰 공헌도였다. 이 때문에 LG도 아직은 김민성이 더 필요하다고 여겼다. 시즌 뒤 FA 협상에 나선 이유였다.

▲ 김민성과 LG의 협상은 애초 난이도가 높았고, 결국 사인 앤드 트레이드가 해결책으로 떠올랐다 ⓒ곽혜미 기자
▲ 김민성은 유틸리티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내야수다 ⓒ곽혜미 기자

하지만 계약 조건 등에서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김민성은 시즌 뒤 여러 차례 LG에 남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냈으나 LG도 사정은 있었다. 임찬규라는 FA 선수 협상이 있었고, 여기에 연봉 협상도 진행해야 했다. 샐러리캡 여유분이 별로 없었던 LG는 일단 우승 공신들과 연봉 협상을 마무리해봐야 김민성에게 줄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 결정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김민성도 이를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LG가 제안할 수 있는 조건은 한계가 있었다. 2년 총액 5억 원 수준에서 지도자 연수가 포함된 알파가 최종적인 제안이었다. 김민성 측도 LG의 사정을 알고 있었기에 개장 초기부터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상 장벽을 피해갈 수 있고, LG도 특별히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렇게 흘러가던 상황에서 롯데가 끼어들었다. 롯데도 내야수가 더 필요했고, 협상이 더디게 흘러가고 있었던 김민성 테이블을 주목했다. 사인 앤드 트레이드가 잘 풀리지 않아 LG와 계약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김민성 측으로서는 막판 나타난 롯데의 존재가 도움이 된 셈이다.

결국 최근 들어 LG와 롯데 사이, 그리고 롯데와 김민성 사이의 협상이 물꼬를 트면서 트레이드 논의가 진행됐다. 25일에는 대략적인 결정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26일 발표에 이르렀다. 김민성은 금액은 물론 LG보다는 롯데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을 공산이 크다. LG는 문보경 오지환 신민재 오스틴 등 내야수들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 김민성은 슈퍼 백업으로서의 임무였다. 롯데도 주전 선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LG처럼 공고하지는 않다. 겉보기에는 더 많은 기회를 얻는 게 가능한 구단이다.

◆ 롯데는 왜 김민성을 필요로 했나, 갑자기 등장한 변수

김민성 측도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롯데라는 선택지는 비교적 나중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도 개장 초기부터 김민성을 반드시 영입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던 셈이다. 내야 구성도 그랬다. 1루에는 정훈과 제대할 나승엽이 있다. 유격수로는 4년 50억 원에 영입한 노진혁이 있고, 3루에는 어쨌거나 팀의 최대 기대주 중 하나인 한동희가 재기를 벼르고 있었다.

다만 팀의 주전 2루수이자 핵심 타자였던 안치홍이 올해 FA 시장에서 한화 이적을 선택하면서 2루가 빈 것은 고민이었다. 롯데는 박승욱 고승민 등 기존 자원에 기회를 줌과 동시에 2차 드래프트에서 최항 오선진이라는 내야 자원들을 영입하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나섰다. 그럼에도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이번 트레이드 추진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아직 내야 교통정리가 완벽하게 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동희는 걸출한 공격적 재능과 달리 3루 수비에서는 매년 고전하고 있다. 수비의 문제가 공격에도 영향을 주는 악순환의 고리다. 유격수 노진혁은 건강할 때는 확실한 기량을 보여주는 선수지만, 이적 첫 해였던 지난해에도 건강을 한 시즌 내내 유지하지 못해 애를 태웠다. 2루는 고승민이라는 유망주에 지난해 쏠쏠한 활약을 펼친 박승욱, 2차 드래프트 영입생까지 각축전이 예상됐지만 어쨌든 확실한 주전이라고 할 만한 선수는 없었다. 김민성은 급할 때마다 이 포지션에 들어갈 수 있는 만능키라는 인상을 줬을 법하다.

실제 한동안 포지션이 3루로 고착화되는 듯했던 김민성은 자신을 잘 아는 염경엽 LG 감독의 활용 속에 지난해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했다. 2루수로 45경기에서 280이닝, 유격수로 21경기에서 145이닝, 3루수로 27경기에서 135이닝, 1루수로 27경기에서 105⅔이닝을 소화했다. 만능 백업, 주전 같은 백업 선수였다. 롯데도 김민성이 이런 활용성을 최소 2년, 최대 3년을 더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내야 유망주들이 있기는 했지만 아직 김민성처럼 확실한 카드라 보기는 어려웠고, 김태형 감독을 선임한 롯데는 이제 유망주를 키우는 팀이 아닌 위를 보고 당장 달려야 하는 팀이었다. 성적에 올인한 행보였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민성으로서도 롯데 이적은 새로운 기회다. 김민성은 계약 발표 후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LG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어쨌든 계약이 지연됐는데 구단에서 배려를 안 해주셨다면 이런 조건에 계약하지도, 마지막을 불태울 수도 없었을 것이다. 차명석 단장님이 기다려주시고 배려해주셔서 이뤄진 계약이다. 제안을 받고 현역 후 제2의 인생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겠다고 양해를 부탁드렸다. 이적으로 결론이 났지만 LG에 감사하다”고 강조하면서 “일단 좋은 조건으로 롯데에서 나를 필요로 했다. 양 팀 모두에 감사하다. 금액에 대해 말하기 보다는, LG와 롯데에서 나는 선수로 다른 위치에 있었다. 롯데에서는 뛸 수 있는 기회가 더 많고, 커리어 마지막을 확실히 불태울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이번 이적을 돌아봤다.

▲ 안치홍이 이적한 롯데는 성적을 위해 확실한 내야수가 하나 더 필요했다 ⓒ곽혜미 기자
▲ 김민성과 김민수가 팀을 맞바꾼다. 김민성은 FA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롯데에 복귀했고, 김민수는 1대1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게 됐다.

◆ 김민성 보낸 LG, 김민수라는 차세대 슈퍼 백업을 기대하다

김민성을 보낸 LG도 전력 이탈이 큰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주전 선수들이 있지만 주전 선수들만으로 144경기를 치르는 건 힘들다. 내야에서 김민성이 주전 선수들의 휴식을 안배하는 키워드였는데 그런 김민성이 없으니 올해는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당장 김민성의 공헌도를 그대로 대체할 수 있는 선수를 찾기 쉽지 않은 가운데 LG는 손호영 이영빈 등 젊은 내야수들의 성장에 기대를 건다. 여기에 김민수라는 유망주를 데려와 미래를 내다봤다.

제물포고를 졸업하고 2017년 롯데의 2차 2라운드(전체 13순위)라는 상위 지명을 받은 김민수는 미완의 대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타격 능력이 있고, 수비도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는 기대였다. 롯데가 한동안 안치홍 이후의 차세대 2루수를 찾지 못했을 때, 그리고 한동희가 3루에서 흔들릴 때 항상 거론되던 선수가 바로 김민수다. 경찰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친 만큼 이제는 뻗어 나갈 일만 남은 것 같았다.

그러나 좀처럼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사실 퓨처스리그 타격 성적은 더 보여줄 것이 없을 정도였다. 통산 퓨처스리그 304경기에서 타율 0.293을 기록했다. 제대 후인 2020년에는 퓨처스리그 타율 0.302, 2021년은 0.321, 2022년은 0.293, 지난해에도 56경기에서 타율 0.331, 7홈런, 35타점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그 성적이 1군으로 이어지지 않은 게 문제였다.

1군에서는 188경기에서 타율 0.240에 그쳤고, 퓨처스리그에서 한창 감이 좋았던 지난해에도 1군 25경기에서는 타율 0.209, OPS(출루율+장타율) 0.599에 머물렀다. 1군에서 주전으로 살아남기에는 역부족인 성적이었다. 특히 잘 하다가도 갑자기 무너지는 수비 문제로 스트레스가 컸다. 롯데도 김민수가 아까웠지만, 보호선수 25명에서는 벗어날 선수라는 계산을 했을 법하다. 나승엽 정대선 등 다른 유망주들을 긁을 공간적 여유도 필요했다.

하지만 김민수 또한 기본적인 타격 자질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고, 수비적인 활용성에서도 내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한 경험이 있다. 나이와 완성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김민성이 했던 그 임무를 그대로 이어 갈 만한 가능성을 갖춘 셈이다. 지난해에도 1루에서 48이닝, 2루에서 2이닝, 3루에서 69이닝을 소화했고 2022년에는 2루수로 109이닝, 2021년과 2022년에는 유격수에서도 합계 46이닝을 뛴 적이 있다. 잘 가다듬으면 좋은 유틸리티 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게다가 병역도 마쳤다. 걸림돌이 없다.

LG 내야 백업도 전쟁터가 될 전망이다. 1순위였던 김민성이 롯데로 이적하고 정주현이 은퇴함에 따 이제 모든 선수들에게 ‘1순위’가 될 기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여전히 큰 기대를 모으는 손호영을 비롯, 이영빈 구본혁 김주성 김민수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문보경이나 신민재를 위협할 만한 선수들이 나온다면 금상첨화다. 김민수의 경우 1루도 볼 수 있는데, LG 1루가외국인 선수 오스틴 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도 이 포지션을 기대할 수 있다.

▲ 김민성의 역할을 그대로 이어갈 만한 자질을 지닌 김민수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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