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했는데 어시스트 NO, 득점 못 했는데 어시스트 YES

이재범 2024. 1. 26. 13: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점프볼=이재범 기자] 득점을 이끌어내는 패스는 어시스트로 기록된다. 하지만, KBL에서는 득점을 해도 어시스트가 안 되고, 득점을 못 해도 어시스트가 되는 상반된 상황이 존재한다.

우선 지난해 11월 18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울산 현대모비스의 경기 상황부터 보자.

가스공사가 연장 승부에서 80-78으로 앞서고 있었다. 현대모비스의 마지막 공격이었다. 이우석의 슛이 빗나갔다. 함지훈이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뒤 외곽의 게이지 프림에게 패스를 내줬다. 프림은 깨끗하게 3점슛을 성공했다. 비저비터 결승 득점이었다.

KBL 기록 프로그램의 경기 이력에는 프림이 정확하게 0초에 득점한 걸로 나온다.

▲ 게이지 프림이 한국가스공사와 맞대결에서 버저비터를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23일 가스공사와 서울 삼성의 맞대결로 가보자.

가스공사는 1쿼터 종료 1.7초를 남기고 이스마엘 레인에게 득점 인정 반칙을 범했다. 레인이 자유투까지 넣었다.

인바운드 패스를 받은 샘조세프 벨란겔은 장거리 버저비터를 성공했다. KBL은 21m라고 발표했다. 역대 12위에 해당하며, 가스공사 창단 후 최장거리 버저비터였다.

KBL 기록 프로그램에는 벨란겔이 1초를 남기고 슛을 성공한 걸로 나온다.

프림의 버저비터가 0초로 표시되었는데 벨란겔의 버지버터는 0초가 아니다.

▲ 샘조세프 벨란겔이 버저비터를 성공했음에도 1초를 남기고 득점한 걸로 나온다.
KBL은 경기 이력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시대로 들어간다. KBL 기록의 가장 기초 데이터인 경기이력을 제대로 적용해야 향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 지금처럼 소홀하게 관리하면 나중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거나 아예 믿을 수 없는 자료가 된다.

1초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버저비터 기록을 찾아낼 때, 예를 들면 버저비터를 가장 많이 성공한 선수 같은 기록에서 아주 중요한 판단 요인이다.

벨란겔이 21m 장거리 버저비터를 성공했을 때다. 벨란겔은 인바운드 패스를 받아서 득점에 성공했다. 그렇지만, 인바운드 패스를 한 선수에게는 어시스트가 올라가지 않았다.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장거리 버저비터의 경우에는 득점을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득점이 되어도 어시스트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의문이 든다. KBL은 슛 동작에서 파울을 얻었을 때 이전에 패스를 한 선수의 어시스트를 인정한다. 자유투를 모두 실패해서 득점을 못해도 어시스트다.

KBL은 속공 등에서는 드리블을 1~2번 더 치고 득점하면 어시스트로 반영한다. 장거리 버저비터의 경우에도 대부분 어시스트 상황에는 부합한다.

이건 어시스트의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인 득점과는 관계가 없는 적용이다. 득점을 한 패스는 어시스트가 아니고, 득점을 하지 못한 패스는 어시스트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보자.

25일 가스공사와 부산 KCC의 맞대결.

2쿼터 9분 8초를 남기고 신승민이 자유투를 얻었다. 신주영의 패스를 받을 때 최준용의 손끝에 살짝 걸렸다. 신승민은 볼을 놓친 뒤 슛 과정에서 알리제 존슨의 파울을 얻었다.

신주영의 패스는 좋았지만, 상대 선수의 손끝에 걸렸고, 볼을 재차 잡은 신승민이 슛을 시도하다가 파울이 나온 것이다. 신승민은 자유투를 모두 실패했다.

KBL은 신승민이 자유투를 모두 놓쳐 득점을 못했고, 상대 선수 손끝에도 걸렸던 패스를 신주영의 어시스트로 인정했다. 슛 기회를 만들어주는 패스를 받아 파울을 얻었을 때는 어시스트로 인정하기 때문에 기록 프로그램에서는 신승민이 자유투를 던지기도 전에 신주영의 어시스트를 올렸다.

▲ 신승민이 자유투 실패로 득점을 못 올렸음에도 신주영의 어시스트는 올라갔다.
4쿼터 0.8초를 남기고 최준용이 3점 플레이를 성공했다. 가스공사는 85-87로 뒤졌다. 장거리 버저비터를 노릴 수밖에 없었다.

김동량이 슛을 던지려는 벨란겔에서 패스를 했고, 슛을 시도하려는 벨란겔에게 허웅이 반칙을 범했다.

벨란겔은 자유투 3개 중 2개를 넣었다. 앞서 최준용의 3점 플레이는 캘빈 에피스톨라의 인바운드 패스로 만들어졌고, 에피스톨라의 어시스트로 올라갔다. 인바운드 패스도 득점으로 이어지면 어시스트가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연장전으로 끌고가는 벨란겔의 자유투에는 어시스트가 동반되지 않았다. 삼성과 경기처럼 장거리 슛을 시도하는 과정이라서 어시스트를 주지 않은 걸로 유추된다.

▲ KCC와 맞대결 4쿼터 0.4초를 남기고 샘조세프 벨란겔의 자유투 상황. KBL 기록 프로그램은 소수점 단위 시간을 표시하지 못한다. 
KBL 관계자는 어시스트 개념에 대해 “무조건 득점을 해야 어시스트”라며 “누가 더 잘 했느냐, 패스를 잘 줬느냐, 패스를 잘 잡아서 득점을 했느냐에 따라 어시스트를 주는 것과 안 주는 건 기록판정원이 판단한다”고 했다.

여기에 “볼 투입이 잘 되었음에도 파울을 당하는 상황이 나온다. 예를 들면 자유투 확률이 떨어지는 선수에게 상대팀에서는 파울을 한다. 패스를 잘 줬고, 수비자가 고의로 파울을 하면 (자유투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예외적으로 어시스트로 올라간다”며 “슛 메이드가 되면 어시스트라는 개념에서 패스가 잘 이뤄졌는데 파울을 얻으면 어시스트까지 준다”고 덧붙였다.

슛 기회에서 파울로 자유투를 얻은 선수가 있다고 하자.

이번 시즌 야투 성공률은 45.5%다. 2점슛은 52.6%로 50%를 살짝 넘지만, 3점슛 성공률은 33.5%에 불과하다.

만약 자유투를 얻은 선수가 파울을 당하지 않고 슛을 시도했다면 해당 선수가 득점할 가능성은 2점슛이라도 50%이고, 3점슛이면 30%다. 야투로 따지면 2개 던져도 1개가 안 들어간다.

파울을 얻은 선수가 자유투로 득점을 했다면 어시스트를 주는 게 당연하지만, 자유투를 모두 실패한 선수에게도 어시스트를 주는 건 ‘슛 메이드가 되면 어시스트’라는 개념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왜냐하면 득점을 하지 못했고, 파울을 당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 슛이 들어갈 가능성이 50%도 안 되기 때문이다.

KBL은 자유투를 모두 실패해 득점을 하지 못했는데도 어시스트를 주는 관대함을 발휘한다. 하지만, 아주 희박한 가능성이라도 슛을 던질 의지를 가지고 패스를 받았고, 그 슛이 들어간 장거리 버저비터는 냉정하게 어시스트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득점으로 연결된 패스가 어시스트가 안 되고, 득점이 안 된 패스가 어시스트가 되고 있다.

돌아 나오는 슈터에게 3점슛 기회를 만들어준 패스와 장거리슛을 던질 수 있게 전한 패스는 거리와 성공률의 차이일 뿐 득점 상황을 만들어준 건 똑같다.

장거리 슛 패스를 어시스트로 인정하지 않으면 3점슛 라인으로부터 얼마 이내에서 슛을 시도할 수 있게 패스를 해야 어시스트가 되는지 기준을 정해야 한다. 또 득점 가능성을 따지는 논리라면 3점슛을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거나 성공률 제로에 가까운 선수에게 패스한 건 어시스트가 아니다.

가스공사와 KCC의 맞대결 1쿼터 종료 0.1초를 남기고 벨란겔이 페인트존에서 득점했다. 0.1초는 일반적인 슛 시도가 인정되지 않는 시간이기에 최준용이 대충 인바운드 패스를 하는 듯 했다. 쿼터 종료 부저가 먼저 울린 뒤 벨란겔의 볼을 잡아 슛으로 연결했다.

KBL 기록 프로그램에서는 최준용의 실책과 벨란겔의 스틸로 기록했다. 부저가 먼저 울린 게 맞다면 최준용의 실책과 벨란겔의 스틸은 나올 수 없다. 부저가 먼저 울린 게 잘못이라면 슛도 시도할 수 없는 공격권인데 이게 실책과 스틸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다.

약 20m 버저비터는 한 시즌에 한 번 정도 나오는 기록이다. 그럼에도 그런 득점을 연결한 패스를 어시스트로 인정하지 않으면 0.1초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이기 때문에 이 때 나온 상황은 실책과 스틸로 보지 않는 게 타당하다.

▲ 한국가스공사와 KCC의 맞대결 1쿼터 막판 경기이력. 샘조세프 벨란겔이 0.1초를 남기고 득점했는데 KBL 경기이력에서는 3초를 남기고 득점한 걸로 나온다. 
단순한 개념을 적용하지 않고 주관을 개입해서 어시스트를 판정하면 다른 기록까지도 왜 이건 주관적으로 판단하지 않는지 따져 물을 수 있다.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다.

KBL은 슛 메이드가 되면 어시스트라고 했다. 그럼 장거리 슛 시도 과정도 일반적인 어시스트 상황에 맞으면 어시스트를 주면 간단한 문제다.

그런데 자유투를 모두 실패한 패스도 어시스트라며 예외를 적용하고, 장거리 슛을 성공한 패스는 어시스트가 아니라고 주관적으로 판단한다. 그럼 어시스트뿐 아니라 여러 기록들까지도 주관이 개입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쏟아진다. 이게 맞는 판단인가?

#사진_ 문복주 기자, KBL 기록 프로그램 캡처

Copyright © 점프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