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진출" 뮤지컬도 한류 바람.. 언제부터?[알쓸공소]

장병호 2024. 1. 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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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엔 한국 작품 현지 공연 집중
'명성황후' '난타' 등 해외서 선보여
라이선스 수출·현지 투자로 진출 다각화
장기적 안목으로 'K뮤지컬' 지원해야

‘알쓸공소’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공연 소식’의 줄임말입니다. 공연과 관련해 여러분이 그동안 알지 못했거나 잘못 알고 있는, 혹은 재밌는 소식과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 주>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출연진. 제이 개츠비 역 제레미 조던(왼쪽), 데이지 뷰캐넌 역에바 노블자다. (사진=오디컴퍼니)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2024년 새해 시작과 함께 공연계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공연제작사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가 리드 프로듀서로 참여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오는 브로드웨이 진출에 나선다는 소식입니다. 오디컴퍼니에 따르면 ‘위대한 개츠비’는 오는 4월 25일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씨어터에서 공식 개막합니다.

‘K뮤지컬’의 또 한 번의 해외 진출 성과로 기대가 큽니다. 그런데 한국 뮤지컬은 언제부터 해외 진출을 시작한 것일까요? 그 역사는 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9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한국 뮤지컬 해외 진출

뮤지컬 ‘명성황후’의 2021년 공연 장면. ‘명성황후’는 1997년 미국 뉴욕 링컨센터 뉴욕스테이트 극장에서 공연해 한국 뮤지컬의 ‘브로드웨이 진출작’으로 불렸다. (사진=에이콤)
초창기에는 한국에서 창작한 뮤지컬을 그대로 해외에 들고 가 공연하는 것을 ‘해외 진출’로 표현했습니다. 뮤지컬 ‘명성황후’가 그렇습니다. ‘명성황후’는 한국 뮤지컬 최초로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에 진출한 작품으로 여겨지는데요. 1997년 뉴욕 링컨센터 스테이트 시어터(현 데이비드 코크 극장)에서 공연했고, 2002년에는 영국 런던 해머스미스 극장에서 영어 버전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한국 뮤지컬 산업화 기점을 2001년 ‘오페라의 유령’ 초연으로 보는 만큼, 산업화 이전에 한국의 역량으로 만든 뮤지컬이 해외에 소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다만 ‘명성황후’의 미국, 영국 공연은 엄밀히 따지면 ‘초청 공연’에 가까워서 ‘브로드웨이 진출작’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명성황후’ 이후에는 ‘난타’가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난타’는 정확히는 뮤지컬은 아니고 ‘넌버벌 퍼포먼스’인데요. ‘난타’는 1999년 영국 에든버러프린지페스티벌에서 최고 평점을 받은 뒤 전 세계 59개국 300여 개 도시에서 공연하며 한국 공연예술의 저력을 알렸습니다. 2003년에는 미국 오프 브로드웨이 극장인 뉴 빅토리 시어터에서 공연하기도 했는데요. 지난 2022~2023시즌 다시 이 극장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난타’의 흥행은 ‘점프’ 등 다른 넌버벌 퍼포먼스도 해외 진출로도 이어졌습니다.

아시아로는 라이선스 수출, 미국·영국에선 작품 투자

공연제작사 CJ ENM이 글로벌 프로듀싱으로 참여한 뮤지컬 ‘킹키부츠’의 2022년 공연 장면. (사진=CJ ENM)
2010년대 이후 한국 뮤지컬은 더 다양한 형태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는 창작뮤지컬의 ‘라이선스 수출’입니다. 당시 한류 열풍이 불었던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국내 창작뮤지컬의 현지 공연 및 라이선스 수출이 활발히 이뤄졌습니다. 공연제작사 라이브는 2013년부터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마이 버킷 리스트’ 등으로 중국과 일본 진출을 추진해왔고요. HJ컬쳐의 ‘라흐마니노프’ ‘빈센트 반 고흐’ 등을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했습니다. 한한령과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최근엔 다시 아시아 지역을 향한 창작뮤지컬 라이선스 수출이 더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해외 뮤지컬 투자를 통해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오디컴퍼니와 CJ ENM이 대표적입니다. 오디컴퍼니는 2009년 뮤지컬 ‘드림걸즈’의 미국 투어 공연에 프로듀서로 참여하기 시작했고, ‘할러 이프 야 히어 미’ ‘닥터 지바고’ 등으로 브로드웨이 진출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CJ ENM은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의 방법으로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작품 제작에 참여하면서 이들 공연을 빠르게 국내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킹키부츠’ ‘물랑루즈’ ‘비틀쥬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뮤지컬 본고장인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는 프로듀서가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그만큼 이들의 해외 진출은 프로듀서로 역량을 쌓아 뮤지컬 본고장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마리 퀴리’ ‘어쩌면 해피엔딩’ 등 미국·영국 공연 추진

뮤지컬 ‘마리 퀴리’ 런던 쇼케이스 현장. (사진=라이브)
순수 국내 창작진의 손에서 태어난 한국 뮤지컬이 ‘초청 공연’이 아닌 정식으로 해외에서 공연하는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라이브의 ‘마리 퀴리’는 주인공 마리 퀴리의 실제 고향인 폴란드에서 호평을 받아 현지 라이선스 공연을 준비하고 있고요. 영국 웨스트엔드 진출을 위해 현지 쇼케이스를 여는 등 작품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라이브러리컴퍼니도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브로드웨이 공연을 추진하고 있고요.

정부도 ‘K뮤지컬’의 해외 진출을 위한 강력한 지원 의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K뮤지컬’ 해외 진출 지원 방향을 정확히 제시해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그동안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뮤지컬의 해외 진출은 단순히 국내 창작물의 해외 공연이 될 수도 있고, 해외 프로듀서와의 합작이 될 수도 있고, 국내 인력의 해외 진출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뮤지컬은 대중가요, 영화와 달리 장기적 안목이 필요합니다. ‘K뮤지컬’의 해외 진출은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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