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에 위성 보내주겠다” 했는데도…한국, 예산 없어 ‘무산’
관련 예산 국회 반영 안 돼…“기술 협력 기회 놓쳐”
미국이 최근 한국에 초소형 인공위성(큐브위성)을 만들어 보내주면 자신들의 로켓으로 달 궤도를 향해 대신 발사해 주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한국은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우주 과학계에서는 실질적인 국제 협력을 확대할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내 과학계 등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10월 한국 등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 중인 국가에 대해 큐브위성을 ‘아르테미스 2호’에 실어 대신 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미국 주도의 달 개척 프로젝트다. 2026년 인간을 월면에 다시 착륙시키고, 향후 상주기지를 짓는 것이 목표다. 아르테미스 2호는 이런 일정의 일환으로 발사될 로켓이다. 미국의 제안 당시 아르테미스 2호는 올해 11월 발사 예정이었다. NASA는 이달 초 기술적인 보완을 이유로 발사 일정을 내년 9월로 조정했다.
NASA가 아르테미스 2호에 탑재를 제안한 큐브위성은 가로와 세로, 높이가 모두 10㎝인 정육면체 전자장치다. 질량은 1.3㎏ 이하다. 보통 위성과 비교해 아주 작고 가볍다.
이런 큐브위성에 통신이나 관측 기기 등을 담아 우주로 쏘게 된다. 큐브위성을 조금 크게 만들고 싶다면 블록 장난감처럼 큐브위성 몇 개를 이어붙이면 된다.
NASA는 큐브 위성을 쏴 주겠다는 제안을 하면서 따로 운송료를 받지는 않겠다고 했다. 한국이 큐브위성을 개발·제작하는 데 필요한 재원만 있으면 탑재가 성사되는 상황이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예상되는 총 비용은 약 70억원이었다. 로켓 한 번 발사에 최소 수백억원이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많은 비용은 아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미국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미국이 이 같은 제안을 한 시점이 지난해 10월이었는데, 당시는 2024년 예산안이 국회에 이미 제출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관련 비용을 예산안에 새로 포함시켜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과기정통부가 연구·개발(R&D) 분야에서 국제 협력을 강조하고, 특히 우주 분야 육성을 공언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왜 그렇게 됐는지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다른 우주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력이 생기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우주과학계에서는 좋은 국제 협력 기회를 놓쳤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간단한 구조를 지닌 큐브위성의 경우 실질적인 협력을 할 수 있는 좋은 소재”라며 “이런 구체적인 기술협력이 이뤄진 뒤 국가 간에 점차 큰 그림의 협력이 이뤄지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기술적인 협력을 해야 다른 나라 우주 과학자들이 뭘 원하고 한국이 뭘 해줄 수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며 “그런 과정이 있어야 아르테미스 계획의 큰 틀에 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우주과학계에서는 한국이 아르테미스 계획 추진의 제도적인 기반인 ‘아르테미스 약정’에 2021년 서명했으면서도 국제 우주 협력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지난 18일 기자 간담회에서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정확한 지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르테미스 2호 발사가 내년 9월로 당초 예정보다 1년 가까이 미뤄진 것은 변수다. 과기정통부는 미국의 탑재 제안이 아직 유효한 상황인지를 파악해 대응할 예정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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