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불쌍하다" 고교 농구선수에 폭언 코치 2심도 무죄…"자기반성"요구

"부모가 불쌍하다" 경기 도중 학생선수에 폭언 의혹
재판부 "증거불충분 무죄지만 도덕적 비난 받을 행동"

광주지방법원/뉴스1DB ⓒ News1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고등학교 농구팀 선수들에게 폭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농구부코치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피고인이 자신을 돌아보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을 갖길 당부했다.

광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영아)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광주 한 고등학교 농구부 코치 A씨(57)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1월4일쯤 광주 한 학교 실내체육관에서 자신이 가르치는 소속팀 10대 선수에게 큰 소리를 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연습경기나 다른 팀과의 경기 중 이 선수에게 "너 뭔데 XX야. 책임감을 가져야지"라고 호통을 치거나 "나가 이 XX. 너네 부모님이 불쌍하다. 나같으면 진즉 그만뒀다"고 소리를 질러 피해아동의 정신건강을 저해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한 공소사실에 부합되는 증거가 없고 A씨의 욕설에 대한 농구팀 선수들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공소사실이 제기된 경기는 유튜브로 생중계됐고, 농구연맹은 사후적으로 경기 내용을 확인하는 점, 주변에 심판들과 감독관들이 많이 있었는데도 폭언 등의 내용이 제기되지 않은 점 등이 근거가 됐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한다"며 "다만 무죄 판결은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일 뿐 피고인의 행동에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고 질타했다.

이어 "무죄 판단과 별개로 피고인이 농구팀 학생선수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욕설이나 폭언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학생선수에게 이XX 등의 욕설을 하거나 함부러 책망·비난하면서 '대학을 못 간다'는 폭언을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하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무죄판결을 이유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것이 아니라 과거를 돌아보고 잘못된 행동에 대해 상대방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와 다른 선수들의 진술은 믿기 어렵고,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