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감사원, 文정부 ‘北 GP 철수 부실 검증’ 의혹 감사 착수 방침

김경필 기자 2024. 1. 2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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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전선에 있는 북측 감시 초소(GP)의 폭파 전 모습. 국방부는 2018년 11월 20일 북측이 GP 10곳을 폭파 방식으로 파괴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2018년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남북이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감시 초소(GP)를 철수시킬 때 문재인 정부가 북한 GP 핵심 시설의 철거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북 GP가 불능화됐다”고 거짓으로 발표했다는 의혹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감사원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15일 본지 보도를 통해 이 의혹을 인지하고 감사 착수를 검토해 왔다. 지난 23일에는 전직 군 장성들의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이 문 정부가 북 GP의 지하 갱도 시설이 불능화되지 않았음에도 ‘북 GP는 완전히 파괴됐으며 군사 시설로 활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왜곡된 내용을 발표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공익감사청구자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 청구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또는 직권으로 감사 개시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조만간 감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감사원은 군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북 GP 철수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허위의 내용을 발표한 것이 사실일 경우 ‘공직 기강 문란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이에 관한 감사를 총괄하는 특별조사국을 투입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조사국은 문 정부의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은폐·왜곡, 국가 통계 조작,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고의 지연 의혹 등에 관한 감사에 투입됐던 부서이기도 하다.

앞서 2018년 9월 19일 문 정부는 북측과 “비무장지대 안 GP를 전부 철수하기 위한 시범적 조치로, 상호 1㎞ 이내 근접해 있는 남북 GP들을 완전히 철수한다”는 내용의 군사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 합의서에 따라 남북은 각각 GP 11곳을 철수하기로 하고, 같은해 12월 12일 서로 검증단을 파견해 상대방 GP의 철거 여부를 확인했다.

그러나 북측에 파견된 우리 군 검증단은 북 GP 지하 시설이 파괴됐는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지하 시설에 진입해보지 못했고, 지표 투과 레이더(GPR)나 내시경 장비 등의 관측 장비로 확인해보지도 못했다. 검증단은 ‘북 GP 불능화에 대한 의구심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현장 검증 5일 뒤인 12월 17일 “북 GP에서 병력과 장비가 완전히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북 GP가 감시 초소로서의 임무 수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돼 불능화가 달성됐다”고 발표했다.

우리 군 GP와 달리 북 GP는 감시대를 제외한 대부분이 지화화돼 있어, 지하 시설이 불능화되지 않았다면 쉽게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우리 군은 GP 11곳 철수로 비무장지대 내에서 적의 지상 침투를 감시하는 능력이 저하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9·19 합의 파기를 선언한 뒤 GP 복원 조치에 들어갔다.

감사원은 검증단의 보고서를 처리한 국방부와 합참, GP 철수 및 검증 상황에 대한 평가·점검을 총괄했던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을 대상으로 부실 검증과 허위 발표 의혹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감사는 9·19 합의 자체에 대한 감사는 아니다. 지난해 10월 ‘9·19 합의에 이적성이 있는지를 감사해달라’는 공익감사 청구가 있었으나, 감사원은 “9·19 합의는 국방과 외교 등에 관한 정책 결정 사항”이라며 감사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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