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old] ‘3-3’되고 웃음 보였던 클린스만, 팬들의 분노가 느껴지지 않는가?

[포포투=정지훈]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 말레이시아에 굴욕적인 동점골을 허용한 후 중계 카메라는 벤치에 앉아있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잡았다. 순간 두 눈을 의심했다. 적장인 김판곤 감독처럼 역동적인 지휘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나왔다. 여러 의미가 담긴 미소였겠지만, 적어도 현 상황에 어울리는 표정은 아니었다. 감독에게는 팬들의 분노가 느껴지지 않는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FIFA 랭킹 23위)은 25일 오후 8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 와크라에 위치한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말레이시아(랭킹 130위)와 3-3으로 비겼다. 이로써 한국은 1승 2무 승점 5점이 되며 조 2위가 됐고, 16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대결을 펼친다.

경기 전에는 한국의 완승이 예상됐다. 한국이 요르단과 2차전에서 졸전 끝에 2-2 무승부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분명 아시아 최고의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여기에 클린스만 감독도 ‘조 1위로 16강에 가겠다’고 선언한 만큼 승리와 함께 카드+체력 관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시작은 좋았다. 전반 21분 이강인의 코너킥을 정우영에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은 한국이 1-0으로 앞선 채 종료됐지만 후반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너무 이른 축포를 터뜨린 것일가? 한국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두 번의 실수로 두 골을 내줬고, 후반 막판까지 끌려갔다. 이후 이강인의 프리킥 동점골과 손흥민의 페널티킥 역전골이 나왔지만 결국에는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내주면서 비겼다.

굴욕적인 순간이었다. FIFA 랭킹이 전부는 아니지만 100계단 이상 차이 나는 말레이시아와 비겼고, 자력으로 조 1위를 확정하지도 못했다. 여기에 핵심 선수들의 체력과 카드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많은 것을 잃었다.

팬들의 응원은 분노로 바뀌었다. 특히 분노의 화살은 클린스만 감독으로 향하고 있다. 이미 16강을 확정한 상황에서 기대했던 로테이션은 없었고, 주축 선수들의 체력을 낭비하고도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여기에 조별리그 내내 같은 전술로 답답한 경기력을 보여줬고, 문제점이 나왔음에도 수정하지 않는 모습에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말레이시아에 극장골을 허용한 후 현지 카메라는 클린스만 감독을 잡았는데, 평소처럼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물론 기뻐서 웃은 것은 아니었겠고,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겠지만 적어도 그 상황에 맞는 미소는 아니었다. 적장인 김판곤 감독이 터치라인까지 나와 역동적으로 지휘한 것과는 대조적이어서 더 비판을 받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팬들의 분노를 느끼지 못했을까? 기자회견에서도 환한 미소로 입장에서 “우승을 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물론, 대표팀의 전력이 워낙 좋기 때문에 토너먼트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우승을 차지할 수도 있다. 가능성이 낮지 않은 이야기다. 그러나 우승을 하더라도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적인 능력과 태도는 반드시 재평가돼야 한다.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