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 현장 두렵다"…한 달 새 피습 반복된 정치권 '테러공포' 확산

이비슬 기자 2024. 1. 2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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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의원들 단체 대화방서 "어떻게 이런 일이"
예고 넘어 계획 범행…"혐오, 새 문법으로 정치해야"
경찰 과학수사대 관계자들이 25일 오후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피습을 당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2024.1.25/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총선을 70여일 앞둔 정치권에 비상이 걸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까지 한 달 사이 정치인을 향한 무차별 폭력 행위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여야를 막론하고 혐오 정서를 조장하는 극한 정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국민의힘 의원들에 따르면 전날 발생한 배 의원 피습 사태 이후 단체 대화방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걱정스럽다" "쾌유를 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심각한 사태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들 염려가 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을 누가 그렇게 만들었나. 정치 아니겠느냐"며 "앞으로 주민들과도 더 자주 부딪히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전날 오후 5시18분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거리에서 한 미성년자 남성 A군으로부터 둔기로 머리를 가격당했다.

배 의원 측에 따르면 A군은 배 의원에게 두 차례 "배현진 의원이죠"라고 물은 뒤 인사를 나누려 다가가는 배 의원을 공격했다.

배 의원은 두피 상처를 봉합하는 치료를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피의자는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됐다.

배 의원 피습은 지난 2일 이재명 대표가 부산에서 흉기로 공격을 당한 사건에 이어 한 달 사이에만 두 번째로 발생한 정치 테러다.

정치권에서는 상대 진영을 향한 혐오 정치가 이번 사태 원인으로 지목된다. '누구 하나 죽어야 끝'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양극단 공세가 혐오 정서를 조장했다는 설명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사회에 증오와 혐오가 굉장히 만연해 있지 않은가 하는 걱정이 든다"며 "신원을 확인하고 바로 뒤에서 가격한 그 잔인한 모습은 그와 같은 정서(정치혐오)가 깔려 있지 않으면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부산 가덕도에서 신원미상인에게 습격당했다. 사진은 피습되기 전 모습. (유튜브 정양일 TV 캡처) 2024.1.2/뉴스1

최근 두 차례 이어진 정치 테러는 흉기를 사전에 준비한 계획범죄라는 점, 지지자를 가장해 접근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을 향한 우발적 분노를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온라인에서 속출한 살해 협박이나 테러 예고와 달리 실제 범행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정 인물을 향한 테러는 2006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세 현장에서 흉기로 얼굴을 공격당한 이래 2015년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 흉기 피습, 2018년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 폭행, 2022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둔기 피습까지 최근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 대표 피습 사태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발생한 이번 사태를 통해 수사기관의 미흡한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살인의 의도를 가지고 야당의 대표를 칼로 찌르는 상황을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는 경찰청장의 인식이 안이했다"며 "수사를 정확히 하고 범인 얼굴을 공개하고 변명문을 공개해서 다시는 이런 정치 테러가 일어나지 않게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총선을 75일 남겨두고 유권자와 직접 대면해야 하는 후보자들도 걱정이 적지 않다. 후보자들 사이에선 "유세 현장이 두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이야기할 정상적인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 격 있는 언어를 지도자들이 쓸 때 지지층에서도 조금 더 톤이 다운되지 않겠느냐"며 "시원한 맛이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여야가 새로운 문법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선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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