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자·고두심 잇는 새 '국민엄마' 김미경, 오토바이 타는 반전 사생활
네 드라마서 엄마로...새로운 '국민 엄마'
SNS에 영어로 'eoma' 응원 등 인기...
"96세 내 엄마 생각하며 연기합니다"
차분? 일상에선 딴판... "어려서 운동선수가 꿈"
오토바이 면허 따고 드럼 연주 즐기고
"엄마하고 집에 가자." 차디찬 영안실에 누워 있는 아들을 보고 통곡하는 엄마의 이마에 핏줄이 섰다. 배우 김미경(61)은 티빙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를 촬영할 때마다 울었다. 그가 맡은 역은 자살한 아들 이재(서인국)의 엄마.
25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난 김미경은 "영안실 장면은 찍고 나서도 한참 동안 진정이 안 됐다"며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엄마의 심정은 가늠도 안 되지만 '그 마음의 끝이 어디일까'를 고민하며 감정을 깊이 퍼내려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SNS에 영어로 'eoma'
김미경이 이 드라마 사진을 올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엔 '엄마'를 영어 발음대로 적은 'eoma' 'omma'란 단어와 함께 눈물을 흘리는 이모티콘을 단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드라마를 본 외국인들이 혼자 남은 엄마의 슬픔을 연기한 김미경의 연기에 먹먹해져 K팝 스타가 아닌 한국 중년 배우의 SNS에까지 찾아온 것이다.
요즘 드라마 시장은 '김미경의 엄마 전성시대'다. 김미경은 '웰컴투 삼달리'를 비롯해 '사랑한다고 말해줘' '밤에 피는 꽃' 등 최근 한 달 새 공개된 드라마 4편에 빠짐없이 엄마로 나온다. "제주 등 전국을 오가며 네 작품에서 엄마 연기를 동시에 하느라 지난 1년 동안은 집에 있는 날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서울에서 갑자기 고향 제주로 짐을 몽땅 싸서 내려온 자식 때문에 속 터져 내복 차림으로 동네를 뛰는 엄마('웰컴투 삼달리')부터 엄숙하고 근엄하며 진지한 조선시대 어머니('밤에 피는 꽃')까지. 시대를 거슬러 다양한 어머니를 연기하는 그는 김혜자, 나문희, 고두심, 김해숙에 이어 '국민 엄마'의 계보를 잇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달복달하지 않고 무심한 듯 따뜻한 엄마 연기는 그의 전매특허다.
새 국민 엄마로 떠오른 연기 비결은 뭘까. 그는 올해 96세가 됐다는 엄마 얘기를 꺼냈다. "제가 열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어머니가 네 자매를 홀로 키우셨죠. 하지만 단 한 번도 아버지의 부재로 외롭거나 슬프지 않았어요. 어머니가 충분히 그 몫을 다해주셨거든요. 엄청나게 강한 분이면서 소홀함 없이 따뜻하게 네 자매를 품어주셨죠. 엄마를 연기할 때 그런 엄마의 마음을 생각해요."
'연기로 낳은' 자식만 70여 명
김미경은 2004년 드라마 '햇빛 쏟아지다'에서 류승범의 엄마 역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엄마 연기를 시작했다. 그의 나이 당시 마흔이었다. 그 후 그에겐 엄마 역이 물밀듯이 들어왔고 여러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연기로 낳은' 자식만 70명이 넘는다. 가장 난감한 '자식'은 '닥터 차정숙'(2023)에서 그의 딸로 나온 엄정화. 현실에서 엄정화는 김미경보다 여섯 살 어린 동생이다. 김미경은 "섭외 연락을 받고 처음엔 기가 찼다"고 웃으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스물여덟 살에 여든 먹은 노인도 연기했는데 못 할 건 또 뭐야' 싶어 감독한테 '해봅시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어려서 못 한 걸 이제"
드라마와 영화 속 차분한 모습과 달리 김미경은 일상에선 딴판이다. 3년 전 불쑥 면허를 딴 그는 오토바이를 몰고 도로를 달린다. 취미는 드럼 연주.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도 따서 바다에 뛰어들고, 높은 곳에 올라 번지점프를 하는 것도 즐긴다. 그는 "어려서 운동선수가 꿈이었다"며 "어머니가 운동하는 걸 결사반대해 못 했고 그렇게 어릴 때 못 한 걸 이제 하나하나씩 하며 산다"고 말했다.
김미경은 주차의 '달인'이기도 하다. 대학병원에 검진받으러 갔을 때 좁은 곳에 주차를 못 하고 뱅뱅 도는 분을 보고 오늘 안에 주차 못 한다 싶어 "제가 해드려도 될까요?" 하고 낯선 사람을 위해 대리 주차까지 해줬단다.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는 "연기 데뷔를 1985년 연극 '한씨연대기'에서 1인 13역으로 했다"며 "'나쁜 엄마'도 좋고 극단적으로 보이는 캐릭터도 좋고 다양하게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다"고 바랐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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