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단으로 따지면 1단인데 왜?” 아산시장 사건 원심 파기에 대전 법조계 ‘술렁’

김창희 기자 2024. 1. 2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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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아산시장 2심 재판 다시 하라…절차 하자”
변호인 통지 절차 위반 판단…시장, 일단 자리 유지
“피고 방어권에 가장 기초적 전제조건인데…” 반응
국힘 무공천· 무혈입성 기대 민주당도 당황 기색
대전법조청사

대전=김창희 기자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이 선고됐던 박경귀 아산시장의 상고심 사건을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파기 환송한 것과 관련, 대전 법조계가 술렁이고 있다.

27일 대전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대법원은 새로 선임한 변호인에게 소송기록 접수 통지서를 보내지 않고 판결을 선고한 건 절차상 위법이라며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박 시장의 시장직 상실을 기정사실화하며 오는 4월 총선과 함께 아산시장 재선거를 준비하던 정치권도 셈법이 복잡하게 됐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 귀책사유가 있는 재보궐선거의 경우 무공천 방침을 밝히면서 ‘무혈입성’ 기대에 부풀었던 더불어민주당도 의외의 판결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역 법조계에서는 황당해 하는 분위기다. 단순 범죄 사건도 아니고 수십만 명 시민을 대표하는 단체장 관련 사건을 다루면서 가장 기초적인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가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법조계 인사들은 "구구단으로 따지면 1단에 해당될 정도로 극히 상식적인 형사법 절차인데 이것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극히 유례가 드문 일", "두고 두고 형사법 강의에서 인용될 판례"라는 반응들이다. 형사절차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적법절차의 원리상 피고인 및 변호인에게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통지 절차가 생략된 것은 ‘사무 착오’라기 보다는 ‘중대 과실’에 가깝다는 시각이다.

대법원은 2심 법원이 박 시장의 사선 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 통지서를 보내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형사소송법 361조의2는 항소법원이 항소인과 그 상대방에게 소송기록이 접수됐음을 통지해야 하며, 통지 전에 변호인이 선임되면 변호인에게도 통지해야 한다고 정한다.

2심 법원은 지난해 6월 16일 박 시장에게 통지서를 보냈으나 폐문부재로 송달되지 않았고, 7월 6일 다시 발송해 7월 10일에 송달이 완료됐다.

법원은 당초 선정됐다 취소된 국선 변호인에게는 통지서를 보냈으나 6월 27일과 7월 4일 각각 선임된 사선 변호인 3명에게는 통지서를 보내지 않았다. 법원은 이 같은 절차적 하자에도 불구하고 7월 19일에 첫 공판을 열고 8월 25일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한 7월 10일 이전에 국선변호인 선정이 취소되고 사선변호인이 선임됐으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과는 별도로 변호인들에게도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박 시장이 배포한 성명서의 허위 사실공표 혐의가 성립하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이와 관련, 적법 절차의 원리에 따른 중요한 요소로 △당사자에게 적절한 고지(告知)를 할 것 △의견이나 자료 제출의 기회를 부여할 것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즉 국가가 개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어떤 제재를 실행할 때 당사자에게 관련 사실을 알리지 않거나,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적법 절차의 원리를 지키지 않은 것이 된다.

법무법인 저스티스 소속 김대영 변호사는 "국선변호인이 선정되고 소송기록접수통지가 이뤄졌으나 이후 피고인에 대한 소송기록접수통지 전에 사선변호인이 선임된 경우 형사소송법이 정한 바에 따라 사선변호인에게도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해야 하고,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지 않은 채 판결을 선고한 경우 이러한 소송절차의 법령위반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 사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이번 대법원 판례는 항소심 절차에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있어 가장 기초적이면서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는 소송기록접수통지 관련 절차위법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형사 재판부 직원들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들어 동정론을 보내기도 했다. 한 고참급 변호사는 "야근이 일상사인 형사부의 경우 직원들이 기피부서가 된지 오래일 정도로 업무가 많다"며 "형사재판부 직원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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