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뛰어넘는 ‘김 여사 대책’ 필요하다[이용식의 시론]
윤석열 한동훈 모두 法家 출신
국민 마음 읽는 정치엔 서툴러
韓 인기 아직 보수층 환호일 뿐
총선 승리 위해 모든 일 다해야
김영란법 위반 수사 자청 필요
TV 대담보다 기자회견 바람직
정치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일이다. 논리 이전에 공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시험 아닌 선거로 뽑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말처럼 쉽진 않다. ‘뼛속까지 검사’ 윤석열 대통령과 ‘조선제일검’ 한동훈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겐 더 그럴 것이다. 서로 다른 입장을 조정하는 정치와, 기준에 맞춰 합법과 불법을 가리는 법치는 상극이다. 서천 화재 현장 방문은 ‘머리 정치’였다. 함께한 것까진 좋았다. 야당 대표는 오지 못한 정치적 노 마크 찬스였다. 그런데 이재민 위로보다 갈등 봉합이 앞선 것으로 비쳤다. “재난 현장을 권력 다툼 장식품으로 삼았다”는 야당 비판이 아니더라도, 검찰 상하관계를 떠올리게 한 행동, 잠깐 둘러보고 대통령 전용열차로 돌아간 모습은 ‘가슴 정치’와 한참 멀었다.
그런 측면에서 윤 대통령은 더욱 아득하다. 김건희 여사 명품 백 문제에 대해 한사코 ‘피해자인데 왜 사과하느냐’고 한다. 합당한 주장이다. 있는 사실을 몰래 촬영한 함정 취재보다 훨씬 악랄한, 없는 사실을 날조하려 한 정치공작 범죄임은 분명하다. 당당히 사법적 대응을 하면 된다. 국민의 관심사는, 왜 친북 목사를 그런 식으로 만났는지, 그런 부류 사람들과 주로 어울리는 건 아닌지, 왜 거절하거나 돌려주지 않았는지, 제2 제3의 유사한 일은 없는지 등이다. 이런 궁금증에 답하는 것은 공인의 의무다. 김 여사 부친과의 오래된 인연 때문에 만나주었고, 선물 처리 법규에 따라 보관 중이라고 한다. 일찌감치 해명했으면 벌써 매듭지었을 텐데, 왜 미적대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해명이 새로운 논란을 만들 것이라고도 한다. 뭔가 말 못 할 사정이 있음을 자백하는 것으로 비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과했기 때문에 탄핵당했다는 주장도 한다. 억지다. 정치적·사법적 대응 기회를 번번이 놓쳤기 때문에 최악 상황으로 치달은 것이다. 명품 백 문제도 계속 실기하면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기 힘들게 됐다. 윤 대통령이 KBS TV 대담 형식으로 유감을 표명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젠 그 정도로는 아무 효과도 없다. 방법도 좋지 않다. 겨우 회복되려는 KBS 공정성까지 망가뜨릴 수 있다. 기자회견을 열어 가차 없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김 여사가 직접 해명하고 ‘김영란법 수사’를 자청하는 식의 특단책도 필요하다. 전화위복이 될지, 야당의 새로운 먹잇감이 될지는 ‘진정성’에 달렸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현 정치의 ‘파괴적 혁신’을 이뤄내야 할 역사적 책임이 있다. 그게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순식간에 여권 1·2인자로 만들어준 국민의 여망이다. 4월 총선에 모든 게 걸려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한 위원장은 차기 지도자 선호도에서 이재명 대표를 따라잡았다. 그런데 여당 지지도는 30%대 초·중반에서 요지부동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은 전체 유권자 표의 37.4%(투표율 77.1%×득표율 48.56%)를 얻었는데, 여기에도 못 미친다. 한 위원장 인기도 아직은 콘크리트 지지층의 환호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법가(法家)는 행정엔 탁월했지만, 정치엔 서툴렀다. 춘추전국시대 상앙·한비자·이사는 권력투쟁 패배, 심지어 자신들이 만든 법규 탓에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이탈리아의 ‘마니풀리테’ 검사 안토니오 피에트로, 우리나라의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 ‘대쪽 판사’ 이회창, ‘깜놀 젊은 후보’ 이인제 등은 대권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윤·한 롤 플레이로 그런 한계를 극복해야 총선 승리를 꿈꿀 수 있다. 권력 1·2인자 관계는 늘 불편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우리가 키워준 동훈이’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한다고 한다. 그러나 운명 공동체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정치적 아버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딛고 앙 마르슈(전진)당을 만들어 정치교체를 이뤄냈다. 윤 대통령도 한 위원장의 여당 개조를 도와야 한다. 결자해지 자세로 김 여사 문제를 풀어야 한다. 가족·친인척 말썽으로 고뇌하지 않은 역대 대통령은 없다. 국민 예상을 뛰어넘는 해법이 핵심이다. 그게 가슴으로 하는 정치다. 윤 대통령도 3개월 전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뒤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떤 비판에도 변명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 다짐을 잊으면 4월 11일 새벽에는 강서구 선거의 전국화를 목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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