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기업인 영입 경쟁[뉴스와 시각]

김만용 기자 2024. 1. 2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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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오는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기업인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선거 전엔 기업인 영입에 앞장서며 경제활성화와 친(親)기업을 외쳤던 민주당은 결국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방안도 사실상 좌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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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용 산업부 부장

여야가 오는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기업인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갤럭시 성공 신화’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현대차그룹에서 전략기획을 담당한 공영운 전 사장이 같은 날(22일) 각각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앞서 박영춘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부사장은 국민의힘 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갑 지역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HD현대로보틱스 대표이사 부사장을 지낸 강철호 로봇산업협회 회장과 이재성 전 엔씨소프트 전무도 여야 후보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기업인 영입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총선과 대통령선거 때마다 반복돼왔다. 이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경제에 무능하고 운동권 출신들이 과도하게 많다’는 프레임을 극복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실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21대 국회 민주당 현역 의원들을 전수 조사했더니 1980∼1990년대 학생운동에 참여한 공식 기록이 남아 있거나 자신의 선거공보물에 운동권 경력을 직접 기재한 의원은 4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화려한 화장술은 본질적 변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는 6월 임기 종료를 앞둔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반(反)기업 국회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시장·포퓰리즘 입법이 쏟아진 가운데 기업이 원하는 규제와 혁신 지원 법안은 번번이 거대 야당의 벽에 부딪혀야 했다. 선거 전엔 기업인 영입에 앞장서며 경제활성화와 친(親)기업을 외쳤던 민주당은 결국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방안도 사실상 좌초시켰다. 윤석열 정부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대형마트 규제를 손보겠다고 하지만 민주당이 쉽게 허락해줄 리가 없다. 자칫 대한민국을 노동계의 불법 파업 천국으로 만들 뻔했던 ‘노란봉투법’을 무책임하게 추진한 것도 야당이다. 문제는 새 국회에서 반기업적 행태가 더 거세질 것이라는 점이다. 22대 국회는 여야가 극렬한 대치 상황을 이어받으며 차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선거 결과에 따라 죽느냐, 사느냐의 운명이 갈리는 만큼 국회 초반부터 기업과 국민만 또 희생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국회의 반기업 행보가 시장과 기업 경영, 글로벌 트렌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경제통 의원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비록 기만적 화장술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기업인들이 국회의사당으로 진입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큰 기업에 오랫동안 몸담은 사람들은 비교적 합리적이다. 전체 시장의 파이를 생각하는 윈·윈의 개념을 안다. 한번 대화를 시작하면 답을 찾아야 하는 강박 관념이 있어 생산적 논의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밖 글로벌이 어떻게 돌아가고, 직원들에게 매달 월급을 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잘 이해한다. 기업 활동이 자본가와 노동자 간 계급투쟁이라는 운동권의 이분법, 세상을 선악의 구도로 보는 검사의 정의감과는 차원이 다르다. 꽉 막힌 여야 대치 국면에서 일종의 윤활유 역할이 기대된다. 앞으로 기업 출신 정치인들이 국회의 다수가 되는 날 비로소 우리 국회가 선진화됐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김만용 산업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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