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피하려 식구같은 직원 내보낼판… 50인 미만 800만 일자리 위협”

김성훈 기자 2024. 1. 2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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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하루 뒤인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전면 시행되면 영세 사업장발 고용 대란이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실장은 "중처법 위반으로 대표가 처벌받아 폐업하면 사업주 피해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근로자의 일자리가 같이 사라진다"며 "지금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800만여 명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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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박한 현장의 목소리
‘5인 미만’ 인원 맞추기 고육책
‘50억 미만 공사’ 99%가 중소기업
사고 사망자 늘어나는 와중에
영세사업장은 대기업과 달리
대표 처벌땐 사실상 문 닫아야
불안에 휩싸인 현장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가운데 지난 25일 서울 시내 한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 하루 뒤인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전면 시행되면 영세 사업장발 고용 대란이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영세민의 실직사태는 일반적인 실업 문제와 다른 생계 위협 문제인데, 처벌을 피하기 위해 5인 미만으로 인원수를 줄이고 한솥밥을 먹어온 식구 같은 직원을 내보내야 할 판”이라는 성토도 쏟아지고 있다. 50억 원 미만 공사현장의 중처법 적용으로 중소건설사들은 존폐 위기를 맞게 되고, 건설사가 무너지면 현장 근로자 일자리도 날아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26일 파이터치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치명재해율 4.3(10만 명당 4.3명 사망)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 중처법 도입에 따른 전체 기업의 경영 리스크는 7.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터치연구원은 여기에 다시 5인 이상∼50인 미만 기업의 고용 비중(26.3%)을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총 일자리가 연간 1만1000개 감소할 것이란 결과가 나왔다. 중처법으로 인한 경영 리스크 증가와 안전시설 및 안전관리자 확보를 위한 비용 증대로 생산에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줄고, 그 결과 필요한 노동력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세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대표가 없어도 사업장이 어떻게든 유지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대표가 형사 처벌을 받게 되면 사실상 공장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실장은 “중처법 위반으로 대표가 처벌받아 폐업하면 사업주 피해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근로자의 일자리가 같이 사라진다”며 “지금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800만여 명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부산에서 숯불 고깃집을 운영하는 40대 최모 씨는 “안전조치 비용을 감당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직원 수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건설사들도 비슷한 처지다. 국토교통부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전국 건설사고 사망자는 18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2022년 3분기 67명, 4분기 54명, 지난해 1분기 55명, 2분기 63명, 3분기 65명 등 분기마다 50∼60명씩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밖 건설사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분기 사망자 55명 중 48명, 2분기 63명 중 50명, 3분기 65명 중 45명이 100대 건설사 외의 업체 현장에서 나왔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련)에 따르면 중처법이 확대 적용되는 50억 원 미만 공사 현장의 99%를 중소건설사들이 수행 중이다. 건단련 관계자는 “중소건설사 대표들이 줄줄이 형사 처벌을 받고 정상적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폐업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그 결과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광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실장은 중소 건설사들이 안전관리자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했다. 박 실장은 “지난해 2분기 기준 안전관리자 수급현황을 보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데, 중소건설사 현장에서 전문성과 경험을 축적한 관리자 채용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처벌과 규제 위주의 법령 시행보다 이런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훈·박지웅·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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