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연금 왜 못받아"…대통령실 앞 흉기난동 70대 男징역4년

대통령실 정문 앞에서 흉기를 휘둘러 경찰관 2명을 다치게 한 70대 남성이 지난해 11월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노령연금을 받지 못했다며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정문 앞에서 흉기를 휘둘러 경찰관 2명을 다치게 한 7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26일 오전 살인미수·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모씨(78)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3년 간의 보호관찰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청구한 전자장치 부착 명령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흉기인 과도를 경찰관의 복부와 목 부위를 향해 휘둘러 자칫 경찰관의 사망이라는 매우 중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었다"며 "이 사건 범행은 정당한 공권력의 행사나 경찰의 업무를 저해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해 그 책임에 상응하는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판단돼 심신미약 감경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박씨는 "저는 1946년생인데 국가에서 저같이 가난하고 힘이 없는 데다 나이 많은 사람을 위한 혜택을 허락해 (연금을) 찾으러 갔더니 받지 못하게 했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해 10월31일 오후 1시20분쯤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흉기를 휘둘러 경찰관 2명을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박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 외곽 경비를 맡은 202경비단 소속 경찰관 2명이 각각 팔과 복부를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박씨는 신고 5분여 만인 이날 오후 1시25분쯤 현행범 체포됐다.

박씨는 지난해 9월 지팡이로 경찰관을 폭행해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진행된 1차 공판에서 징역 7년을 구형하고 전자장치 부착명령과 보호관찰 명령을 청구했다. 또 재범 방지를 위해 흉기소지 금지, 보호관찰관 지시에 따른 전문의 진료 등 특별준수사항 부과도 요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휴대폰 및 진료기록부 등을 압수하고 대검찰청에 임상심리분석을 의뢰하는 등 보완수사를 진행한 결과 박씨가 장기간의 정신질환 상태에서 국가기관에 대한 망상을 갖게 돼 본건 범행에 이르게 되었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매달 51만원씩 입금되는 연금을 은행에서 수령하려는데 국가정보원(국정원) 직원이 이를 막아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 측은 앞선 공판에서 "흉기의 경우 찌를 목적으로 가져간 것은 아니고 평소에 더덕 같은 것을 깎아 먹는 습성이 있어 휴대했다"며 "박씨가 고령이고 사건 당일에도 온전한 정신이었는지 심히 의문이 간다는 점 등을 반영해 최대한 선처해 달라"고 주장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