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는 왜 명품백을 거절하지 않았나”…의혹·쟁점 총정리

문광호 기자 2024. 1. 2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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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박 7일간의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4월29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서 환송 나온 인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보스턴/김창길기자

‘김건희 여사는 명품가방을 왜 바로 돌려주지 않았을까.’

지난해 11월27일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이 처음 제기된 후부터 정치권에서 되풀이된 물음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는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전후 사정을 밝힌 바 없다. 최근에서야 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짚고 넘어가야 할 쟁점들을 26일 정리해봤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은 인터넷언론 ‘서울의소리’가 지난해 11월27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2022년 9월13일 녹화된 한 영상을 공개하면서부터 촉발됐다. 당시 김 여사가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명품브랜드 ‘디올’ 가방을 받는 듯한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영상 속 김 여사 옆에는 ‘DIOR’이라고 적힌 쇼핑백이 놓여 있었다.

영상에서 김 여사는 최 목사에게 “이걸 자꾸 왜 사 오세요” “자꾸 이런 거 하지 마세요 좀”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 자리에 있어 보니까 객관적으로 정치는 다 나쁘다고 생각한다”며 “저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좀 끊어지면 적극적으로 남북문제에 제가 좀 나설 생각이다. 윤석열 정부가 잘 해내서 통일돼서 대한민국이 성장 되고 우리 목사님도 한번 저랑 크게 하시고”라고 말했다.

파장은 컸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 주가조작 사건 특검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특검법은 김 여사와 가족들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혐의를 주요 수사대상으로 하는데 여기에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을 포함해 수사대상 확대 여지를 남긴 것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CBS라디오에서 “(수사 대상 확대가)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다른 법조인을 통해 들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김 여사 리스크는 주가조작 의혹에 집중됐다. 명품가방 수수 문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후 김경율 비대위원의 사과 요구로 재촉발됐다. 김 위원은 지난 17일 JTBC 유튜브 방송에서 “경중을 따지자면 디올백은 심각한 사건”이라며 “사과를 대통령이든 영부인이든, 표명하는 게 국민들의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프랑스 혁명이 촉발된 원인으로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와 난잡한 사생활을 거론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도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전후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께서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저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여권의 파국으로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이관섭 비서실장을 통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김 위원의 사과 요구와 마리 앙투아네트 비유가 윤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단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서천 회동’으로 갈등은 봉합됐지만 성역을 확인한 국민의힘 내에서는 더 이상 사과 요구가 나오기 힘들어졌다. 관련 질문에 침묵하던 한 위원장은 지난 25일 “제가 김건희 여사의 사과를 얘기한 적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사과는 불가피해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민들의 궁금증이 해소될 만한 해명이 이뤄지느냐다. 이러한 측면에서 ‘김 여사가 받은 디올백은 대통령기록물인가’, ‘왜 반환하지 않았는가’, ‘불법촬영이면 뇌물이 아닌가’, ‘사과로 끝날 문제인가’ 등의 쟁점을 정리해본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해 9월20일 부산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며 열린 청년의날 기념식에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와 함께 찍힌 사진을 게시했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 페이스북 갈무리

① 디올백이 대통령기록물?

법 위반 여부 측면에서 국민의힘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대통령기록물법)을 근거로 명품백 수수가 합법적 절차를 따랐다고 주장했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해 11월29일 BBS 라디오에서 “대통령 부부를 향한 여러 선물들이 있겠다”며 “그러나 그건 개인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대통령실에서 관리하고 이후에는 대통령기록관으로 넘어간다는 절차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가 받은 명품가방을 대통령기록물로 해석한 것이다.

문제는 김 여사가 받은 명품가방을 대통령 선물로 볼 수 있느냐이다. 대통령기록물법상 대통령 선물은 ‘공직자윤리법 제15조에 따른 선물’ 혹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국민(국내 단체를 포함한다)으로부터 받은 선물로서 국가적 보존가치가 있는 선물’을 말한다. 공직자윤리법 제15조는 공무원의 가족이 ‘외국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나 ‘직무와 관련해 외국인에게 받은 선물’을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 여사가 받은 명품가방은 대통령 선물로서 요건을 만족한다고 보기 어렵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를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2010년 개정안의 대통령 선물 조항 도입 취지를 살펴보면 직무란 “외국과의 우호와 친선”을 말하는데 최 목사와의 대화는 순방 같은 외교활동과는 다르다. 김 여사가 받은 디올백은 ‘국가적 보존가치’ 기준을 충족한다고도 보기 어렵다. 대통령 선물 조항은 “국민들에게 전시하는 등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도입됐다. 때문에 ‘전시할 만한가’라고 자문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디올백이 만약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면 갤러리아 명품관은 박물관”이라고 비꼬았다.

이철규 국민의힘 공동인재영입위원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환영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② 국고로 귀속돼 반환 안 된다?

두 번째 쟁점은 명품가방을 왜 반환하지 않았는가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자신의 배우자가 수수 금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이를 제공자에게 지체없이 반환하거나 거부 의사를 밝혀야 한다. 예외는 멸실·부패·변질 우려가 있거나 해당 금품 등의 제공자를 알 수 없거나 제공자에게 반환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인데 이때는 소속기관장에게 인도하도록 돼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19일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선물은 대통령 개인이 수취하는 게 아니라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돼 관리, 보관된다”고 주장했다. ‘윤핵관’(윤 대통령측 핵심관계자)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알기로는 절차를 거쳐 (명품백이) 이미 국고에 귀속이 됐는데 국고에 귀속된 물건을 반환하는 것은 국고 횡령”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여사가 받은 명품가방은 대통령기록물법 상 대통령 선물이 아니다. 국고 귀속 대상이 아니란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국가가 귀속했다면 언제 어떤 명분으로 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할 대목이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이 불거진 이후 귀속이 이뤄졌는지 따져봐야 하고, 귀속이 이뤄졌다면 법적 근거도 없이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뇌물성 선물’을 국가에 귀속한 데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지난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대통령과 여사가 공식, 비공식 접견 중에 선물을 받는 경우 그 선물이 무엇이든 경호처-의전-부속실로 이어지는 담당비서관실의 검측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선물이) 반려된다”며 “선물이 ‘디올백’ 같은 고가의 뇌물 성격이라면 그때부터는 공직비서관실-민정수석실의 조사를 받게 된다”고 했다.

탁 전 비서관은 전 정부에서 의도치 않게 고가의 뇌물을 받았을 때 조치 방법에 대해 ‘공직비서관실에 선물을 신고하고, 해당 물품을 즉각 반환 조치하고, 청탁 등이 있었는지 조사받고, 업무 관련성이 있을 경우 직위해제 상태에서 대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③ 불법촬영이면 법 위반 처벌 못 하나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는 본질이 아니고 최 목사의 몰래카메라(불법촬영) 촬영이 본질이란 주장도 있다. 최 목사가 함정취재를 위해 선물을 한 것이어서 불법이 아니고 따라서 사과할 이유도 없다는 주장이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19일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그 내용들이 몰카 공작이라는 건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독수독과론’이라 부르는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함정수사와 함정취재는 다르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5일 정책조정회의에서 “함정취재라고 해서 무조건 위법, 불법이라고 볼 수 없다”며 “함정수사가 불법이 되는 경우는 아예 범죄를 범하려는 의사가 없는 사람을 자극해 범죄 의사가 생기도록 만든 경우에만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이것(함정취재)은 없었던 범의를 생기도록 만드는, 불법한 함정수사의 유형에도 포함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가 가방을 받을 의사가 없었는데 최 목사가 그러도록 유도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명품가방 수수 과정을 보도한 서울의소리에 따르면 김 여사는 “이걸 자꾸 왜 사오세요”라면서도 가방을 돌려주지는 않았다. 또 여러 차례 면담 요청에 답이 없던 김 여사가 디올백을 선물로 가져가겠다고 하자 면담을 허용했다고 최 목사는 주장했다. 게다가 최 목사는 앞서 180만원 상당의 샤넬 향수와 화장품 세트도 김 여사에게 선물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현장에서 비서들을 시켜 선물을 뜯게 하고 직접 샤넬 제품들을 확인했다고 최 목사는 증언했다.

김웅 의원도 지난 24일 CBS라디오에서 “뇌물을 줄 때 뇌물 주는 사람이 몰래 촬영을 해놓으면 그 사람은 몰카 피해자이기 때문에 뇌물 받은 사람은 처벌을 못 하느냐”며 “그런 나라와 그런 검사는 없다”고 말했다.

④핵심은 사과가 아니라 수사

의혹을 보도한 서울의소리는 지난해 12월6일 검찰에 윤 대통령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 및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지난해 12월15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했다. 참여연대는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신고서를 지난해 12월19일 권익위에 제출했다. 권익위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지난 18일 밝혔다.

여권은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사과 문제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김경율 비대위원이 사과를 요구했지만, 대통령실은 문제의 핵심은 몰카라며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김 여사나 윤 대통령의 사과는 해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과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비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문제와 관련해 “이것을 계속 방치하고 있고 마치 사과하면 일이 끝날 것처럼 대통령실과 여당 측이 얘기하는 건 정말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명품백 관련된 것은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라 이것은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검찰 수사를 해야 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을 얼마나 우습게 보면 자기들끼리 합의하면 법 적용을 예외로 한다 생각하나”라면서 “이전에도 수천만 원짜리 보석을 해외 때 착용한 거 때문에 논란이 되니까 지인으로부터 빌렸다는데 빌린 것 자체도 문제가 된다. 뇌물죄가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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