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엄지윤 "전청조 패러디 논란 속상... 웃음의 기준 더 어려워져"
"추구하는 개그 스타일? 상황마다 유연하고파"
2024년 목표는 "잊혀지지 않는 숯불 같은 한 해 보냈으면"
282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숏박스'의 스케치 코미디 콘텐츠를 통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코미디언 엄지윤. 하지만 엄지윤은 유튜브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부단히 확장해왔다.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는 WSG워너비 멤버로 발탁되며 발군의 노래 실력으로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더니, 드라마 '소용없어 거짓말' '7인의 탈출'·영화 '30일'로는 의외의 연기력까지 선보이며 연기자로서의 가능성도 입증했다.
"코미디 호불호, 어쩔수 없지만 유연하고파"...엄지윤의 고백
넷플릭스 '코미디 로얄' 출연도 유튜브에 국한된 코미디언이 아닌 역량있는 코미디언 엄지윤의 모습을 조명하는 기회였다. 당시 개그계 대부인 이경규 역시 엄지윤을 극찬하며 코미디언으로서 그의 실력과 가능성을 인정했을 정도다.
최근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엄지윤은 "사실 저는 거기서 별로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라는 겸손한 대답을 내놨다. "'코미디 로얄' 시즌2를 한다고 하면 할 수 있을까 싶다"라고 말한 그는 "사실 플레이어로서 나간 상황에서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 '코미디 로얄'에 워낙 선배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기가 좀 죽었던 것 같다. 그나마 이경규 선배님께서 저희 팀의 수장이셨던 덕분에 힘이 됐다. 아마 곽범 선배가 없었다면 제가 노잼 소리를 들었을 것"이라는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래도 '코미디 로얄' 다음 시즌이 있다면 다시 나가서 제대로 제 역량을 보여주겠다. 우승팀으로서 섭외가 온다면 출연을 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엄지윤이 생각하는 자신의 개그는 어떤 스타일일까. 이에 대해 엄지윤은 "예전에는 싫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개그를 추구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떻게든 호불호는 갈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또 한 때는 '웃기면 장땡'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제 방향은 아닌 것 같더라. 지금의 제가 추구하는 웃음은 적재적소에 상황과 사람에 따라 유연하게 보여줄 수 있는 개그가 됐다. (개그에 대한) 호불호를 피부로 느끼다 보니 너무 어렵더라. 결국 상황마다 달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본인의 의도와 다른 코미디의 '호불호'에 대한 이야기 속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지난해 불거졌던 '엄청조 패러디 논란'으로 이어졌다. 당시 엄지윤은 자신의 SNS에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의 재혼 상대였던 전청조를 패러디한 사진을 게재했다가 시기상조라는 일각의 비판 여론 속 해당 게시물을 삭제한 바 있다. 당시 전청조의 발언이나 과거 사진을 이용한 일종의 '밈'이 확산되던 상황 속 엄지윤 역시 이를 패러디 했던 것이지만, 당시 상황과 맞물려 의도와는 달리 비판을 받았던 사건이다.
이에 대해 엄지윤은 "속상하긴 하다"라는 심경을 밝힌 뒤 "사람들이 추구하는 웃음의 기준이 더 어려워진 것 같다. 특히 최근에는 뭔가 상황이 발생하면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자극적인 콘텐츠가 재생산 되고, 그로 인한 오해나 억측이 생기다 보니 더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물론 당연히 불편한 부분이 있으니 피드백을 주시는 거라 이해도 되지만 당시 의도와는 다른 콘텐츠들이 계속 재생산 되다 보니 또 다른 추측성 이야기가 나올까봐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도 못하겠더라"라는 속내를 털어놨다.
"하하·홍진경처럼 '뭐든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난해 그야말로 쉴 틈 없는 행보를 이어왔던 엄지윤의 활약은 올해도 계속 될 전망이다. 올해 삼재(三災)를 맞았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이내 엄지윤은 "올해 역시 조금 더 열심히 일을 해보고 싶다"라는 목표를 전했다.
"잊혀지지 않게 숯불처럼 한 해가 가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올해 삼재라서 내년에 삼재가 없어지는데, 올해는 숯불처럼 지내다가 내년에는 그 숯불에 기름을 부은 느낌으로 가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에요.(웃음) 사실 저는 장기적인 목표가 별로 없는 사람이거든요. 그 목표대로 된 적도 없는 것 같고요. 그냥 보시는 분들이 저를 보고 '그래도 뭘 시키면 다 잘 하는 애'로 봐 주셨으면 해요. 하하·주우재 오빠나 홍진경·장영란 언니처럼 모든 면에서 능력치가 뛰어난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앞으로 제가 꿈꾸는 바에요."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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