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자국 거점주의 [이슈&뷰]
삼성전자도 용인에 거점 마련
공급망 다변화, 핵심은 본토로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설계) 업체 대만 TSMC가 자국 내 최첨단 1㎚(나노미터·10억분의 1m) 웨이퍼 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애리조나, 일본 구마모토 등 여러 곳에 반도체 팹(fab·생산공장)을 건설 중이지만, 결국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은 국가핵심산업 기밀과 직결되는 만큼, ‘본토’에 두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테일러시에 새 파운드리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지만, 용인 메가 클러스터에 50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공급망 다변화 속에서도 그 중심은 한국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는 모양새다. 반도체 제조에 특화돼 있는 인력이 몰려있는 데다 북미와 유럽의 업무 문화가 생산 시설 거점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오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2·3면
25일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TSMC는 대만 남서부 자이현 타이바오시의 과학 단지에 새로운 1나노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100㏊(100만㎡) 규모의 공장 용지 중 60㏊에는 1나노 공장, 40㏊에는 최신 패키징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1나노 공장 건설에는 약 1조 대만 달러, 한화 약 43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TSMC는 2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공장을 대만 내로 집결시키고 있다. 앞서 대만 중부 타이중에 공장 부지를 확보하고 연내 1.4나노 공정 첨단 반도체 공장 착공을 준비 중이다. 대만 남부 가오슝에는 2나노 공장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내년부터 2나노 이하 공정 경쟁이 본격화될 가운데 차세대 기술 거점은 ‘대만 본토’라는 점을 확 실히 해두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TSMC도 미국과 일본 등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며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에 짓는 공장보다 최첨단은 아니다. 내달 말 준공식을 여는 일본 구마모토 첫 공장에서는 특수 공정 개발에 중점을 두고 12나노, 16나노, 22나노, 28나노 공정 등을 기반으로 칩을 생산할 예정이다. 일본 제 2공장도 7나노 공정에 그친다. 미국 애리조나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은 내년부터 4나노 제품을, 2026년에는 3나노 제품을 양산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2나노 이하 첨단 공정 거점은 향후 조성될 용인 국가 산단에 둘 계획이다. 360조원을 투입해 팹 6기를 지을 예정인데, 가장 먼저 착공되는 팹은 2030년 가동이 목표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용인을 거점 삼아 1~2나노 제품 대량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평택-기흥에 이어 용인까지 국내에 첨단 반도체 생산 경쟁력을 집중하는 것이다.
이러한 ‘본토 거점화’ 배경에는 인력 문제와 보안 이슈가 꼽힌다. 이전까지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철저한 분업이었다. 반도체 제조는 한국 대만 등 아시아, 소부장은 일본, 그 외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디자인하우스, IP, EDA 등 고부가가치 분야는 미국이 맡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었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거세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옛 반도체 명성을 되찾겠다는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부활’ 기조도 영향을 끼쳤다.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새로운 공장을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 짓기로 결정하며 이러한 흐름에 동참했다. 반도체 생산시설을 자국 내로 유치하려는 각국의 보조금 러브콜도 상당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이어져온 분업 시스템으로 인한 인력 수급이 새로운 문제점으로 부상했다. 아시아 지역 인력들은 뛰어난 손재주와 성실성이 강점이다. 근무 제도와 업무 문화 등도 반도체 제조에 적합하다. 하지만 미국은 사정이 다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만과 한국이 반도체 제조에 있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인력”이라며 “북미, 유럽 근로자는 솔직히 한국과 대만 근로자만큼 성실히 일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시설을 운영할 경우 난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TSMC 창업자인 모리스 창도 TSMC가 처음 미국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유치할 때부터 일관적으로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인건비와 숙련도, 업무 효율성 등을 생각하면 미국 공장 운영의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해외에 최첨단 공정 팹을 둘 경우,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높다. 내년부터 본격화될 2나노 공정 경쟁은 단 몇개월의 기술 격차로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특히, 파운드리 산업은 국가 간 경쟁으로 확산될 정도로 기밀 유지가 중요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경쟁사의 본토이기도 한 해외에 최첨단 기반 공장을 둘 수는 없을 것”이라며 “경제안보, 반도체 보조금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해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민지 기자
jakmeen@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드래곤, 마약 관련 책에 "평화로운 세상 만들어 가길" 추천사
- 배현진 공격범, 17차례 돌로 머리 내리쳐…배현진, 필사의 몸부림 [범행 영상 보니]
- 전청조 “우와, 난 대스타”…옥중 지인에 편지, 남현희는 ‘충격’
- “아들 걸고 정치 안한다” 강력표명 백종원에…與野영입경쟁 또 나섰다
- “빈아, 꼬박꼬박 나이 같이 먹자”…故문빈 절친들의 생일 축하
- '충격의 무승부' 축구 대표팀 "130위 말레이시아랑 비기다니"
- 송혜교, 40대 맞아?…장난끼 가득한 표정
- “아이유랑 동거했던 사이” 전청조, 이런 말까지?…또 드러난 사기 정황
- 김용림, 며느리 김지영 자랑… “한번도 속상한 적이 없다”
- "다시 표적이 될 아버지"…문재인 생일날 딸이 남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