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신곡 ‘love wins all’ 뮤직비디오, 장애 비하 논란

이예슬 기자 2024. 1. 2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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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서 ‘장애·비장애 이분법적 묘사’ 논란
“장애 없는 모습으로 행복한 모습 담아”
일각선 ‘장애인 차별 해석 과하다’ 지적
전장연 후원 등 장애인권 증진 움직임도
24일 유튜브에 공개된 아이유 love wins all 뮤직비디오의 장면. 유튜브 갈무리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한 가수 아이유의 신곡 ‘Love wins all’의 뮤직비디오를 두고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장애가 있던 등장인물의 ‘해피엔딩’을 장애가 없는 모습으로 묘사한 것이 장애인 비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나친 해석’이라는 반론이 나오고, 이런 논란 자체가 높아진 ‘장애 인권 감수성’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24일 공개된 뮤직비디오에서 아이유는 수화를 사용하고 방탄소년단 뷔의 한쪽 눈은 백색이다. 디스토피아에 사는 두 사람이 서로를 캠코더로 비추며 ‘유토피아’를 상상하는 장면도 나온다.

일부 누리꾼들은 캠코더로 서로를 비추는 장면 등에서 장애·비장애를 묘사한 방식이 장애인 비하적이라고 지적한다. 수어를 쓰던 이가 ‘상상 속 유토피아’에서는 마이크를 쥐고 노래하고, 양 눈의 색이 달랐던 이가 같은 색의 눈으로 바뀌었는데, 이것이 장애와 비장애를 이분법적으로 묘사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사랑이 이기면 있는 그대로 행복해야지 왜 캠코더 안에서는 장애 없는 모습으로 행복한가”라고 적었다. “사랑이 장애를 이겼다는 내용이야말로 가난한 상상력”, “장애가 극복해야 할 시련인가. 왜 누군가의 삶을 비참하게 묘사하나”등의 반응도 나왔다.

장애인들도 뮤직비디오가 차별적이라고 봤다.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진은선씨는 26일 “장애와 비장애가 대비되는 장면은 부정적 현실을 장애를 통해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비극적 상황을 극대화하고자 장애인의 이미지를 차용한 듯하다”고 했다. 지체장애인 A씨(24)는 “장애도 나의 정체성 중 하나인데, 극복의 대상처럼 묘사해 정체성을 부정당한 느낌이었다”며 “장애를 시혜적으로 연출했는데도 대중들은 이에 감동을 받는 모습이 답답했다”고 했다.

반면 ‘장애인 차별’이라는 해석은 과하다는 반론도 있다. 일각의 누리꾼들은 “뮤비일 뿐인데 아이유가 장애인을 비하했다는 비난을 들어야 하나”, “그런 식이면 모든 콘텐츠가 다 비판의 대상”이라고 했다.

최복천 전주대 재활학과 교수는 “디스토피아의 최후의 2인이 장애인이라는 점은 오히려 기존 콘텐츠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라며 “후크 선장처럼 장애인을 악당으로 묘사했다면 명백한 혐오지만 해당 뮤직비디오는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장애 인권 증진을 위한 행동에 나서는 움직임도 보인다. ‘출근길 승차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후원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25일 엑스(구 트위터)에서 한 누리꾼은 “실존하는 혐오의 양상을 지워버리면 현실에서는 끝끝내 사랑이 지고 만다. 혐오의 시대에 사랑은 낭만적이나 모호할 수 없다”면서 ‘#Love_wins_all’ 해시태그와 함께 전장연 후원을 인증했다. 다른 누리꾼은 “비장애인의 장애인을 향한 무지와 차별과 혐오와 폭력에 항거한다”면서 ‘#Love_wins_all’ 해시태그와 함께 전장연 후원 내역을 올렸다.

일부는 전장연 활동가들이 시위 도중 체포된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아이유 팬으로서 전장연 활동가가 이동권 투쟁으로 공권력에 끌려가는 것이 괴로웠다. 소액이나마 전장연에 후원했다”고 적었다. 다른 누리꾼은 “전장연 대표가 휠체어에서 떨어지며 체포되는 나라에서 대혐오를 사랑으로 극복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했다.

25일 누리꾼들이 사화관계망서비스(SNS)에 가수 아이유의 신곡 love wins all을 언급하며 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후원한 내역을 인증하고 있다. X(구 트위터) 캡처

이번 논란이 ‘장애인 이동권 시위’ 등을 거치면서 장애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진 영향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A씨는 “몇 년 전만 해도 장애 차별적 요소를 지적하면 과하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비판 여론도 커 사회가 변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며 “최근에는 소수자를 다룬 콘텐츠도 많고, 전장연 시위로 장애인 이동권 논의가 활발해진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최 교수는 “젊은 세대들은 인권 의식이 높아 발생한 논란으로 보인다”며 “최근 이동권 얘기도 활발해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진은선 활동가는 “장애 차별적 콘텐츠를 지적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장애인이 주인공이 의미가 있었던 반면 비판도 필요했던 것처럼 이번 논란도 적극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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