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히질 않으니 값이 계속 오르네”… 식탁서 사라지는 국민 안주 오징어

세종=이신혜 기자 2024. 1. 2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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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앞두고 오징어 가격 ‘고공행진’
동해뿐 아니라 해외 어장서도 오징어 개체 수 감소
급격한 수온 변화로 단년생 오징어 생존율 줄어
수산경제연구원 “올해 냉동오징어 1kg 가격 전망치 1만5000원대”
23일 오후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오징어판매대 모습. /뉴스1
하루에 1톤(t)도 안 잡혀요, 조업 나가도 원양에서 오징어는 제로(0) 수준이라 보면 됩니다. 나갈 때마다 오징어가 잡히길 기도하면서 나가도 소용없어요. (원양어선 관계자)

과거 저렴한 가격으로 서민들 사이에서 ‘국민 안주’로 불리던 오징어의 값이 내려가지 않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어획량이 줄고 있어서인데, 1년만 살 수 있는 단년생인 오징어가 기후변화로 빠르게 바뀌는 서식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공급이 줄고 있는 게 원인이다.

오징어 수요가 줄지 않은 가운데 관할부처인 해양수산부도 해외 대체 어장을 찾거나 비축 물량을 푸는 등 오징엇값 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설을 앞두고 가격 상승세를 꺾진 못했다.

26일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 농수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냉동 오징어 중(中)사이즈 1마리 가격은 5819원으로, 1년 전(4816원), 평년(4816원)에 비해 20.8% 상승했다. 연근해 신선 냉장 물오징어의 가격은 1마리당 7441원으로, 1년 전(6967원)·평년(6967원) 대비 6.8% 상승했다.

보관이 비교적 용이한 건오징어 역시 가격이 내려가지 않은 상황이다. 10마리 기준 소매 가격은 25일 기준 6만8133원이었다. 1년 전(6만6642원), 평년(6만2426원)과 비교해 각각 2.2%, 9.1%씩 올랐다.

그래픽=정서희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살오징어 등의 주요 생산지는 우리나라 동해, 남미 포클랜드 해역, 러시아 해역 등이다. 동해 수온 증가로 오징어 어획량이 줄었고, 러시아와 포클랜드 해역 역시 오징어 어획량이 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의 오징어 어획·생산량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오징어 어획량은 연근해 기준 15만4000톤(t), 원양 기준 10만톤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2022년에는 연근해 기준 3만6000톤, 원양 기준 4만8000톤까지 줄었다. 연근해의 경우 76.7%나 감소한 수치다.

12월 말부터 본격적인 조업 시기가 시작되는 포클랜드 해역에서는 지난주까지 137톤(t)가량의 오징어가 잡혔다고 해수부 관계자는 밝혔다. 한국원양산업협회 관계자는 “12월 중순부터 조업을 하러 갔는데 거의 안 잡혔다고 보면 된다”며 “원양 해역에 국내 원양어선 30척 정도가 나가는데, 작년 1월에는 1000톤가량이 잡혔지만 지금은 물량이 반의반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원양어선이 포클랜드 해역에서 잡는 오징어 어획량은 동해에서 잡히는 오징어 어획량의 3분의 2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 해안 덕장에서 오징어가 해풍에 말라가고 있다./뉴스1 최창호 기자

오징어가 줄어든 이유로는 이상기후로 인한 수온 변화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오징어는 평균 14~18도 사이의 비교적 따뜻한 물에 자라는데 최근 기온이 급속히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등 수온 변화도 심해 오징어가 생존하기에 쉽지 않은 환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동해 해역은 수심 50m의 수온을 관측했을 때 1990년대 약 15~16도에서 2010년대 이후에는 평균 수온이 18~20도까지 올라갔다. 수과원은 두 달에 한 번씩 연근해 수온 측정 및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중진 국립수산과학원 박사는 “0.1도의 변화도 해양생물의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치는데, 오징어는 수온 변화에 민감한 생물이라 산란 직후 어린 개체들의 생존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동해 쪽 수온이 올라가며 오징어 해역이 북상했고, 오징어가 밀집해 자라는 ‘열전선’ 구역 역시 넓게 분포하며 과거와 똑같이 조업을 나가더라도 어획량이 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원양뿐만 아니라 연근해 오징어 어획량도 줄어들며 앞으로도 오징어 가격이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과원 측은 지난해 기준 오징어 어획량이 과거 최고 어획량 기준(1996년 25만톤) 대비 70~80% 줄었다고 설명했다.

수산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냉동오징어 소비자가격은 2016년 이후 계속해서 상승세다. 2013년 1kg당 6918원이던 냉동오징어 소비자가격은 2022년 1kg당 1만5408원을 기록하며 122.7% 상승했다. 특히 2016년 이후 연근해 오징어 어획량이 감소하여 소비자가는 연평균 12.4% 상승했다.

수산경제연구원은 올해에도 비축이 가능한 냉동오징어 소비자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냉동오징어 소비자가격이 1kg당 1만4386∼1만5896원 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추정되며, 전망치는 1kg당 1만5451원이라고 밝혔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오징어가 전 세계적으로 잡히지 않고 있어 정부 비축 물량(냉동)을 푸는 등 물가를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단기간 내 오징어 물가를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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