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 좀 합시다"... 원희룡 차 막고 헬멧 던진 70대 집행유예

'공공임대' 반대해 장관과의 면담 요청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오전 인천 계양구 카리스호텔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신년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현직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관용차를 막아서고 위협한 70대 남성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정철민 부장판사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최모(70)씨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지난해 2월 23일 오전 7시 10분쯤 서울 동작구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원 전 장관이 탄 관용차가 정문 밖으로 이동하려 하자 그 앞을 막아서고 위협한 혐의를 받는다. 최씨는 원 전 장관을 향해 "내려서 얘기 좀 하자"거나 "나를 치고 가라"고 소리를 지르며, 착용하고 있던 헬멧을 바닥에 집어던지기도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차로에서 비키라고 했지만, 최씨가 응하지 않아 소란은 15분가량 이어졌다.

최씨는 국토부가 발표한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단체에서 활동하던 회원으로, 국토부 사업에 반대 의견을 내기 위해 원 전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부장판사는 "최씨가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점과 국가 공권력을 경시한 점 등을 볼 때 처벌 필요성이 있다"고 유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최씨가 폭력 관련 범죄로 수차례 처벌 받은 전력이 있는 점도 양형에 고려됐다. 다만 "공공주택사업에 반대하는 토지소유자인 피고인이 장관 면담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발생해 그 경위를 참작할 바 있고, 피해 공무원을 향해서 헬멧을 던지지는 않았다"며 집행유예로 선처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