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韓 스타트업의 허울뿐인 성과? CES는 가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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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4 폐막 후 국내 스타트업 업계가 시끌시끌하다.
정부와 기관의 지원을 받아 CES에 참여한 스타트업의 실제 성과가 미미하고 보여주기식 '숫자 만들기'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적어도 이번 CES 현장에서 만난 스타트업들한테 이는 알맹이 없는 숫자가 아니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고 하면서 CES 참가가 무용하다고 비난하는 건 자가당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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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4′ 메인 전시관에서 2.5㎞ 떨어진 베네시안 엑스포 ‘유레카파크’. 5㎡(약 1.5평) 남짓한 부스에서 국내 스타트업 A 대표가 지나가는 관람객에게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제품을 소개했다. 몇몇은 흥미를 보이며 좁은 부스 안으로 들어왔다. 그 중엔 인도 대형 유통업체 최고경영자(CEO)도 있었다. 그는 제품에 관해 질문하기 시작했고, A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손짓발짓을 동원해 20여분간 답을 쏟아냈다. “원하는 규모로 맞춤형 서비스도 가능하니 언제든 연락 달라”며 명함을 건네는 손길엔 절실함이 묻어 있었다.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4 폐막 후 국내 스타트업 업계가 시끌시끌하다. 정부와 기관의 지원을 받아 CES에 참여한 스타트업의 실제 성과가 미미하고 보여주기식 ‘숫자 만들기’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숫자는 확실히 화려하다. 소규모 벤처기업 전시관 유레카파크에 모인 1400개 스타트업 중 512곳이 한국에서 왔다. ‘혁신상’을 받은 국내 중소·벤처기업은 133곳으로 역대 최다였다. ‘최고 혁신상’에 뽑힌 33개 기업 중 국내 벤처 창업기업은 8곳에 달했다.
적어도 이번 CES 현장에서 만난 스타트업들한테 이는 알맹이 없는 숫자가 아니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제품으로 혁신상을 받은 국내 스타트업 B 대표는 “월마트, 베스트바이를 포함해 어디서 만나볼 수나 있을까 싶던 글로벌 대기업 관계자들이 혁신상 제품을 체험하러 와, 열과 성을 다해 어필했다”고 말했다. CES 주관사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는 혁신상 수상작을 따로 모아 전시하고 웹사이트와 잡지에 수상 기업과 제품을 수시로 소개한다. 홍보 수단이 절실한 스타트업들에게 이만한 마케팅 기회는 드물다.
우리나라에서 태동한 스타트업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는 것 중 하나는 글로벌 무대 경험이다. 큰 시장이 밖에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CES는 거의 유일하게 그 갈증을 풀 수 있는 기회다. 이번 CES엔 수많은 글로벌 대기업 관계자를 비롯한 전 세계 13만5000여명이 방문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도 한국 스타트업 2곳을 방문해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B 대표는 되물었다. “‘CES 스펙 쌓기’라고요? 그 스펙이 거래처를 트는 데 도움이 되는데 어떤 스타트업이 마다하겠습니까?”
세계로 뻗어나가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고 하면서 CES 참가가 무용하다고 비난하는 건 자가당착이다. 정부가 참여를 지원하는 스타트업의 양보다 질을 높이는 방향의 개선은 앞으로 필요하지만, 국내 스타트업들이 전 세계에 비로소 제품과 기술을 프로모션할 수 있는 기회를 짓밟아선 안 된다. 눈에 보이는 CES 숫자 이면엔 그들의 절박함에서 비롯된 무궁무진한 기회의 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수년 내 자력으로 CES 메인 전시관에 부스를 옮겨갈 테니 두고보라던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의 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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