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거전', 피로감은 시청자들 몫…제작진vs원작자 갈등 심화[TF초점]
역사 왜곡 논란→제작진 해명→원작자 폭로
내부 갈등에서 벗어나 시청자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더팩트ㅣ최수빈 인턴기자] '고려거란전쟁' 잡음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역사 왜곡 논란으로 시작했다가 이제는 내부 갈등이다. 피곤함은 시청자들의 몫이다.
지난해 11월 첫 방송된 KBS2 토일드라마 '고려거란전쟁'(극본 이정우, 연출 전우성)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김동준 분)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최수종 분)의 이야기다. 길승수 작가의 소설 '고려거란전기'를 원작으로 한다.
'고려거란전쟁'은 KBS가 공영방송 50주년을 맞아 대하 사극의 부활을 걸고 특별기획한 작품이다. 여기에 최수종이 10년 만에 대하드라마 귀환을 알려 방영 전부터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에 첫 회 시청률은 5.5%(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출발했지만 점차 입소문을 타 최고 시청률 10.2%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보였다.
또한 지난해 열린 '2023 KBS 연기대상'에서 '고려거란전쟁'이 대상 최수종을 포함해 7관왕을 휩쓸었다. 김동준은 최우수상을, 지승현은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최수종 김동준이 베스트커플상의 주인공이 되는 등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입증했다.
이렇듯 많은 사랑을 받아온 '고려거란전쟁'이 올해 들어 문제작으로 거듭나고 있다.
시작은 지난 13일 방영된 17회부터다. 현종은 호족이 지배하고 있는 지방에 관리를 파견해 중앙집권체제 구축을 시도했다. 하지만 강감찬을 비롯한 신하들이 반기를 들어 갈등을 빚었다. 현종은 강감찬에게 지방관을 선발할 것을 지시했지만 강감찬이 이를 따르지 않자 한림학사 승지직에서 파직했으며 강감찬의 목을 조르려 했다. 18회에는 현종이 화를 참지 못하고 말을 타고 나섰다가 낙마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개에 시청자들은 "웹소설 보는 것 같다" "현종을 '현쪽이'로 만들어놨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고려거란전쟁'의 원작 소설을 쓴 길승수 작가도 "18회에 나온 현종의 낙마는 원작 내용 중에 없다. 작가가 자기 고유의 대본을 쓰겠다고 저러고 있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역사대로 대본이 흘러가길 기원해 본다"고 바랐다.
비난이 점점 커지자 전우성 감독과 이정우 작가는 직접 수습에 나섰다. 이정우 작가는 "'고려거란전쟁'이 소설 '고려거란전기'를 영상화할 목적으로 기획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 드라마는 1회부터 원작에 기반하지 않은 별개의 작품이었다"고 해명했다.
전우성 감독도 "길승수 작가는 이정우 작가의 대본 집필이 시작되는 시점에 자신이 소설과 방향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증과 관련된 자문을 거절했다. 제작진은 수차례 자문에 응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끝내 고사했다"며 "이후 새로운 자문자를 선정해 꼼꼼한 고증 작업을 거쳐 집필 및 제작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길승수 작가는 "KBS가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이정우 작가는 저한테 페이퍼 작성을 지시했다. 그런 페이퍼 작성은 보조작가의 업무이지 자문의 업무가 아니다. 제가 항변했더니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나올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라고 고백했다.
이어 "제가 '고려거란전쟁'은 어려운 내용이니 자문을 계속하겠다고 했지만 다른 자문을 구하겠다고 말했다"며 "지금이라도 사태를 거짓으로 덮으려하지 말고 '대하사극인데 역사적 맥락을 살리지 못한 것을 사과하고 앞으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하는 게 최선이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고려거란전쟁' 제작진과 원작자의 갈등이 심화할수록 피곤한 건 시청자의 몫이다. 50주년을 맞은 KBS의 대하드라마여서 시청자들의 기대치가 매우 높았다. 원작 소설도 있는 작품이었고 '퓨전 사극' 열풍이 불어온 안방극장에 오랜만에 찾아온 '대하 사극'이라 KBS가 또 하나의 사극 역사를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시청자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고려거란전쟁'은 계속되는 내부 갈등 속에서 시청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있다. 이에 시청자들은 KBS 시청자센터에 ''고려거란전쟁' 드라마 전개를 원작 스토리로 가기로 청원합니다' ''고려거란전쟁'의 완성도를 위한 청원입니다'라는 글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스토리가 엉망이다. 드라마가 무덤으로 가고 있다"며 "완성도를 위해 결방의 시간을 가져라"라고 지적했다. 두 글 모두 1000명의 동의를 얻었고 이에 KBS는 입장을 밝혔다.
제작진은 25일 KBS 시청자 게시판에 "방송 내용 관련 시청자들의 애정 어린 비판과 따끔한 질타의 목소리 역시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길승수 작가 소설 '고려거란전기' 판권을 구매했고 전투 장면 등 고증에 도움을 받았다. '고려거란전기'는 '고려거란전쟁' 참고 자료 중 하나였고 드라마 내용은 1회부터 사료와 전문가 자문을 받아 새롭게 창조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청자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 잘 알고 있다. 이 모두가 프로그램에 관한 애정과 관심이라는 점 역시 깊이 새기고 있다"며 "남은 회차를 통해 고난에 굴하지 않고 나라를 개혁해 외적 침입을 물리치고 동북아에 평화 시대를 구현한 성군 현종 모습을 더욱 완성도 있게 그려나가겠다. 프로그램을 통해 지켜봐 달라"고 답했다.
32부작인 '고려거란전쟁'은 반환점을 돌고 12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시청자들이 궁금한 건 앞으로 '고려거란전쟁'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다. KBS가 답한 것처럼 현종 모습이 더욱 완성도 있게 그려질지, 또 한 번의 '현쪽이'를 만들어내지는 않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고려거란전쟁'은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25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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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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