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vs 오티에르'…부산시민공원 주변 뜨거운 이유
포스코 "사업촉진비 지원…엘시티 이을 것"
노후주택 많은 부산 재개발 선점 경쟁 '치열'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포스코이앤씨가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맞붙는다. 최근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도 건설사들이 몸을 사려 수주전이 실종된 가운데 오랜만에 보는 치열한 재개발 수주 경쟁이다. ▷관련기사: '노른자' 입지?···찬 바람 불자 몸 사리는 건설사들(2023년 11월25일)
사업 규모가 크고 입지도 좋기 때문에 경합에 열기가 붙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부산의 센트럴파크'를 둘러싼 부산시민공원 주변 재정비 촉진2-1구역은 공사비가 1조3000억원대에 달해 부산 재개발 '대어'로 꼽힌다. 입지는 '숲세권'이자 '역세권'이다. 부산시민공원은 물론 부산 최대 상권인 서면도 가깝고 지하철역도 도보권에 있다.
'69층' 랜드마크 두고 삼성-포스코 막판 경쟁
'시민공원 주변 재정비촉진지구 촉진2-1구역' 재개발 조합은 오는 27일 정기총회를 열고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 부산진구 범전동에 위치한 촉진2-1구역은 면적이 13만6727㎡로 건축연면적만 46만2356㎡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지다. 이곳에는 최고 69층의 아파트 1902가구, 오피스텔 99실과 함께 판매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달 18일 마감된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가 각각 1조3559억원, 1조3274억원의 입찰금액을 써내며 출사표를 던졌다. 3.3㎡(평)당 공사비는 각각 969만원, 891만원 수준이다. 조합은 기존 시공사 GS건설과 공사비 이견으로 지난해 7월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3차에 걸친 재입찰 공고 끝에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의 2파전이 성사됐다. 두 건설사는 지난 14일 홍보관을 열고 조합원 표심 확보에 열중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단지명으로 '래미안 에스팰리스 부산'을 제안했다. 여기에 글로벌 건축 설계사와 협업한 랜드마크 외관 설계와 래미안 대표 조경인 '네이처갤러리', 미래형 주거모델인 '래미안 넥스트홈'을 적용할 계획이다.
또 공사기간을 2개월 단축해 조합원 1인당 1억원 이상의 금융비용 절감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촉진2-1를 부산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이앤씨는 더샵이 아닌 고급 브랜드 '오티에르'를 내세웠다. 서울 서초·방배 등 주요 사업지에만 적용하던 오티에르를 부산에 적용하는 첫 사례다. 사업촉진비 1240억원(가구당 4억원) 지원과 필수사업비 무이자 등을 통해 조합원 개발이익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엘시티를 넘어서는 '부산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의 명성을 이어갈 랜드마크 단지로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숲세권' 부산시민공원 주변 재개발 어디까지 왔나
부산진구에 따르면 시민공원 주변 재정비촉진 1구역과 2-1구역, 3구역, 4구역은 사업시행계획인가 절차를 밟고 있다. 1구역(1874가구)은 GS건설, 3구역(3545가구)은 DL이앤씨, 4구역(840가구)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주한 바 있다. 오는 27일 시공사를 뽑는 2-1구역(1902가구)과 달리 2-2구역은 아직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 단계에 있다.
1~4구역이 재개발을 모두 마치면 부산시민공원 주변은 8000가구가 넘는 미니 신도시로 거듭날 예정이다. 건설사들이 이곳에 눈독들이는 이유는 '뷰'와 입지를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부산의 센트럴파크'로 불리는 부산시민공원은 축구장 면적 65배(47만1518㎡)에 달하는 녹지다. 1호선과 동해선이 지나는 부전역을 걸어서 갈 수 있는 '역세권'이기도 하다.
부산에 정통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12만평이 넘는 부산시민공원을 '내집 앞마당'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프리미엄"이라며 "상권이 활발한 서면 인근이고 지하철역도 가까워 해운대, 광안리 다음으로 '핫한' 동네"라고 설명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요새 건설사들은 서울만 고집하지 않는다. 서울 재건축 단지들이 중층 이상이라 사업성이 높지 않다보니 재개발로 눈을 돌리는 양상"이라며 "부산진구는 노후불량주택이 많아 향후 재개발, 재건축 수주거리가 많은 만큼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수주전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주전은 과열 경쟁과 함께 혼탁해진 상황이다. 시공사 선정이 무탈히 마무리될지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2구역은 조합원 뜻과 상관없이 집행부 간 이견으로 둘(2-1, 2-2)로 나뉘었는데, 이해관계가 첨예하다 보니 여전히 분란이 많다"며 "집행부가 기존 시공사에 비공식적으로 과도한 요구를 해서 계약 해지에 이르러서 이번에도 무난하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봤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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