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생명존중이 경쟁력' 계기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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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된다.
2021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1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부상.
특히 50인 이상 사업장이 10명 감소한데다 50인 미만 사업장도 41명이나 줄어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현장에서 일정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국내 산재사망자의 8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니 중대재해처벌법 확대적용은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이 마땅히 감수해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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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예고기간 부족하다고 하면 '의지부족'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전제로 추가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일단 개문발차 형식으로 예정된 수순을 밟게 됐다.
2021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1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부상.질병자가 10명 이상인 중대재해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것으로, 사업주 처벌조항이 핵심이다. 이는 직원이나 하청업체에 책임이 전가되는 관행을 막아 산업안전에 대한 기업의 책임의식을 높이려는 취지다.
그동안 중소기업중앙회를 포함한 경제계와 여당은 준비부족과 인력난, 자금난을 이유로 2년 추가유예를 달라며 법 개정을 추진해왔지만 노동계의 반발과 여야 협상 불발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따라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추가로 적용받는 전국 83만 여 사업장은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안전전문인력 배치와 재해 예방 조치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이 등장한 배경이다.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노동자였던 고(故) 김용균(당시 24세)씨 사망이 법 제정의 도화선이 됐지만 이외에도 우리는 산업현장의 허술한 안전의식과 안전수칙 미비, 예산절감과 공기 단축 압박으로 인해 무수한 인명이 희생되는 사례를 겪어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계와 노동계, 여당과 야당의 대립구도가 아닌, '생명 존중'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로 본다. 생명을 앞서는 경영논리는 있을 수 없다. 2021년 1월 법 제정 시점부터 3년의 준비기간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 재계가 이제와서 '준비부족'을 호소하는 것은 '의지부족'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년을 돌아보자.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시행 첫해인 2022년 644명의 노동자가 산재사고로 숨져 1년 전보다 39명 감소했다. 이듬해인 2023년 들어 3분기까지 산재사고 사망자는 모두 459명으로 전년보다 10% 감소했다. 특히 50인 이상 사업장이 10명 감소한데다 50인 미만 사업장도 41명이나 줄어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현장에서 일정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영세 중소업체들이 불편해하는 부분은 세심하게 살피고 지원하되, 적용대상 확대를 통해 정책의 효과를 배가시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도 국내 각지의 사업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20일부터 3주동안 부산지역에선 모두 10건의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대기업인 SPC 계열사에서도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 사이에 모두 4건의 안전사고가 되풀이됐고, 이 중 2건은 끼임에 의한 사망사고였다.
대한민국의 산재사고 사망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산재 사망자 수)은 지난 2022년 기준 0.43으로 OECD 38개 나라 중 34위인 꼴찌 수준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표다. 특히 국내 산재사망자의 8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니 중대재해처벌법 확대적용은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이 마땅히 감수해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
1건의 사망사고 이면에는 서른 건 가까운 경미한 사고와 300건의 위험신호가 존재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처럼 중대한 재해는 결코 우연히 발생하지 않는다. 이번 확대 시행을 계기로 '생명존중이 곧 경쟁력'이라는 기업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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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재웅 논설위원 leejw@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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