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밀양 할매’의 투쟁은 끝나지 않는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수도권에서 써대는 엄청난 전기 수요를 감당하려면 핵발전소가 필요하다며, 멀리 떨어진 '시골'에 그걸 짓는다.
그 전기를 수도권으로 끌어오는 데에 필요한 거대한 송전탑들을 짓는 곳 역시 시골이다.
'전기, 밀양-서울'은 1993년부터 밀양의 깊은 산골 사람들로부터 구술을 청취해온 김영희 연세대 교수(국어국문학)가 2014~2019년 밀양 탈송전탑 탈핵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쓴 책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기, 밀양-서울
밀양 탈송전탑 탈핵 운동의 이야기
김영희 지음 l 교육공동체벗 l 2만2000원
수도권에서 써대는 엄청난 전기 수요를 감당하려면 핵발전소가 필요하다며, 멀리 떨어진 ‘시골’에 그걸 짓는다. 그 전기를 수도권으로 끌어오는 데에 필요한 거대한 송전탑들을 짓는 곳 역시 시골이다. 이 전형적인 ‘기후 부정의’를, 많은 사람들이 그저 당연한 것으로만 여겼었다. 19년 전 밀양에서 일어났던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이 우리나라 에너지 정의와 탈핵 운동 역사의 중대한 이정표라는 말에는 조금의 과장도 없다.
‘전기, 밀양-서울’은 1993년부터 밀양의 깊은 산골 사람들로부터 구술을 청취해온 김영희 연세대 교수(국어국문학)가 2014~2019년 밀양 탈송전탑 탈핵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쓴 책이다. 2014년 6월 밀양시와 경찰은 ‘행정대집행’으로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모였던 밀양 주민들과 연대자들의 농성장을 철거했고, 이후 한국전력은 계획대로 송전탑들을 올렸다. 당시 박살난 농성장에 사람들이 그저 망연해 있을 때, ‘밀양 할매’는 부스럭거리며 끊어진 쇠사슬을 챙겼다, “다음에 써야 한다”며. “내 살아생전에는 송전탑이 안 뽑힐지도 모르지. (…) 느그가 할 거잖아. 나는 걱정 안 한다. 그라이 지는 싸움도 아니지.”
내 집과 땅에 대한 걱정에서 출발했던 사람들이 ‘나랏일’을 앞세운 국가와 자본의 폭력을 경험하면서 자기 삶의 지평을 이웃과 생명, 미래 세대로까지 넓힌 ‘밀양 할매’가 되었다. 지은이는 ‘밀양 할매’는 추억담이나 실패담 따위가 아니며, 언젠가 세상을 바꿔낼 “이야기를 듣고 말하는 연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한다. 투쟁 과정에서 나타난 ‘여성 연대’에도 주목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배현진 습격한 15살 응급입원…경찰 “미성년·건강상태 고려”
- 낮부터 기온 올라 전국 영상 2~9도…추위 물러간다
- 교류 없이 정치 과몰입…그는 어쩌다 습격범이 됐나
- 미국발 ‘한반도 전쟁설’ 번지는 이유…윤 정부만 모르는 ‘억제력 신화’
- 갤S24, 지원금 받아도 최소 100만원 넘어…선택약정할인이 유리
- ‘인간형 로봇’ 피규어, BMW 자동차공장에 투입된다
- 신원식 장관 발언 180도 변한 까닭은…주식?
- 대통령실, ‘천공’ 보도 매체에 출입기자단 퇴출 통보
- 중대재해법, 드디어 5인 이상 사업장에 전면 적용된다
- 한화오션 31살 노동자 또 사망…노조 “문서와 실제 작업자 달라”